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대를 거부한 데 대해 안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멘토'라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71)가 5일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안 의원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안 의원과 함께 광주 등을 찾아 혁신토론회를 하고 있는 한상진 명예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문재인 대표가 지난 3일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2·3 독주 선언으로 한국 정치, 특히 야당 정치에 일대 격변이 불가피해졌다"며 "이런 지도부가 민주당 전통의 제1야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자 수치"라며 문 대표를 원색비난했다.
한 교수는 이어 "지도부는 혁신을 내걸지만 지난 경험을 보면 혁신은 반대파를 숙청하는 수단이었다. 혁신의 이름으로 수혈된 ‘새 피’가 당권세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도 신선함도 없다. 그저 권력을 연장하려는 도구요 구호일 뿐"이라며 "그런데 권력의 몸통은 썩었고 독단에 차 있다. 이것을 숨긴 채 제1야당으로서 그들만의 특권을 향유한다면, 누가 그런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궁즉통(窮則通), 상황이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면서 "분노와 초조, 환멸, 압력과 열망이 뒤엉켜 의식의 탈바꿈을 이끈다. 묻지 마 투표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정당에 예속된 유권자의 의식이 해방된다. 이런 자유인의 물결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런 의식 변화가 커다란 정치 변동을 이끌 가능성을 예상한다. 이런 물결을 타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들이 모여 야권을 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반(反)문재인 연대를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문재인 대표의 치명적인 한계는 자기반성, 즉 책임의식이 전연 없다는 점이다. 대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기득권을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사람들이 믿지를 못한다"라며 거듭 문 대표를 비난한 뒤, "만일 이런 상태로 계속 가면 유권자의 탈바꿈이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새정치연합 붕괴'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며 신당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제1야당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아직까지는 127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처럼 보이지만 순식간에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민주당 60년의 전통을 잇기도 힘들다. 늦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에 못지않게 문재인 대표의 오만과 오판도 꼴불견"이라는 문 대표 비난으로 글을 끝맺었다.
과연 안 의원이 그에게 남은 '마지막 멘토'라 불리는 한 교수 주장대로 새정치연합을 부수기 위한 탈당을 단행할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