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아니 수천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나서스는 언제나 그랬듯 슈리마 사막을 관리했다. 이미 초월의식을 치루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신의 몸으로 매일, 매번, 똑같이 관리했다. 처음은 언젠가 다시 부활할 제국을 위해서 자신 한몸 받치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의 생각은 약해졌다.
'슈리마는 멸망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슈리마는 과거의 유물이다.'
매번 이 생각을 할때마다 제국을 멸망 시킨 제라스와, 같이 희생된 동생 레넥톤을 떠올린다. 같은 초월의식을 견딘 레넥톤, 그는 나서스와 같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생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된 나서스는 쓸쓸할 뿐이였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어느 때와 똑같이 공중피라미드 주변을 순찰하며,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심판하던 나서스에게 변화가 생긴것이다. 계속 닫혀 있어야만 했던 황실의 무덤입구에서 강력한 마법이 발사되어 나왔다.
수백년전에 느끼던 제라스. 그의 마법에너지가 무덤 입구를 부신것이다.
나서스는 공중피라미드에 있는 황제의 무덤 입구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건 자기 동생 레넥톤이였다. 나서스는 천천히 레넥톤에게 다가갔다. 레넥톤은 가만히 서서 햇빛을 받고 있을 뿐 미동은 없었다. 나서스는 황제의 무덤에 가까워질수록 제라스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라스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나서스에게 그건 중요한게 아니였다.
더욱 중요한건 오랜만에 본 자신의 동생 레넥톤이였다. 나서스는 레넥톤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수백년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
레넥톤은 반응이 없었다. 나서스는 무언가 잘못 되었나 하는 마음에 레넥톤의 어깨를 흔들었다.
"나서스...."
"그래 동생아."
레넥톤은 한동안 나서스와 눈을 마주치더니 순식간에 몸을 분노로 채웠다.
"나서스! 날 더 확실하게 가두었어야지!"
레넥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서스는 가슴팍을 베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나서스는 상처에 신경도 쓰지 않고 레넥톤의 붉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레넥톤.. 네 영혼은 공허해 졌구나.."
"내 영혼? 웃기는군."
레넥톤은 말이 끝난감 동시에 순식간에 몸을 날리며 나서스에게 다가왔다. 가지고 있는 검으로 재빨리 나서스를 베려는 순간 공격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레넥톤, 분노는 너만이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나서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둘의 있는 곳에 모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영혼의 불길이 파랗게 깔리기 시작했다.
"레넥톤, 내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하지마라. 어서 정신을 차려."
"정신? 정신이라면 이미 차리고 있지. 나에게서 피가 넘치는게 느껴진다. 이제 그 무엇도 날 막을수는 없어."
"제라스? 제라스가 널 이렇게 만든 것이냐?"
레넥톤은 대답하기 귀찮은듯 검을 크게 휘두르며 나서스를 공격했다. 나서스는 재빠르게 거대한 도끼로 공격을 막으며 다시 물었다.
"레넥톤 진정해라, 진정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남을 것 같구나."
"닥쳐라 나서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꺼냐."
모래폭풍이 부는 둘 사이에 어느새 어둠의 기운도 같이 불기 시작했다. 레넥톤이 다시 한번 나서스에게 몸을 날렸다. 나서스는 레넥톤에게 쇠약의 마법을 걸었다. 레넥톤은 몸에서 힘이 빠져나감을 느꼇음에도 아랑곳 않고 덤비었다. 계속되는 레넥톤의 공격에 지친 나서스는 도끼를 높이 쳐들어 레넥톤에게 내리쳤다.
레넥톤의 몸짓은 나서스의 일격에 순간 멈췄다. 수백년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일격은 예전보다 더욱 쎄졌음을 느꼈다.
"우리가 같이한 시간을 떠올려라 레넥톤."
"나서스..이제 곧 파괴를 맞이할 때가 온다."
"제라스가 널... 이렇게 만들었구나."
나서스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레넥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레넥톤은 분노로 가득차 듣지도, 대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황제의 무덤 입구는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모래폭풍과 검은기운은 더욱 거세져 둘의 주변을 감쌌으며, 사정권내에 모든것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동생만 제대로 돌아 올수 있다면 나서스는 제국의 유산이 망가져 가도 아랑곳 않았다.
하지만 레넥톤은 대화를 끊은체 연이어 공격해왔다.
레넥톤과 나서스의 싸움은 짐짓 레넥톤의 연이은 공격으로 레넥톤이 유리하게 보였다. 하지만 나서스는 강력한 일격으로 그의 공격을 순가 순간 멈추게 만들었다. 결국 레넥톤이 분노로 휩싸였다고 해도 수백년동안 갇혀있던 몸으로 나서스에게 할 수 있는건 없었다.
결국 레넥톤은 일격을 막다 검이 부러졌다. 레넥톤은 부러진 검을 버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폭풍으로 모든것이 날라간 상태였다. 무기로 쓸만한 것이 없자 레넥톤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무릎을 꿇었다.
"너도 피할수 없을 거다 나서스."
"..."
나서스는 레넥톤의 말을 들으며 다시한번 도끼를 높이 쳐들었다.
"나는 사막의 관리자. 너의 영혼은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나서스가 일격을 가하는 순간. 그의 몸은 알수 없는 빛으로 감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