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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주간지인 '더네이션'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내용을 번역해 소개한 언론 기사에는 현재 2만이 넘는 공감버튼이 눌려졌고, 만여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더네이션'의 비판은 대단히 직설적이며 단호하다. 기사의 제목부터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고 표현하는 등 내용 곳곳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더네이션'의 비판 기사 중 대표적인 곳 몇 부분만 살펴보자.
ⓒ 노컷뉴스
'박 대통령이 독재자였던 부친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복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이에 맞춰 검찰과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처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6개월동안 박 대통령은 재벌이 노동자들을 더욱 쉽게 해고하는 법을 추진했는데, 이 법의 핵심목적은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를 더 늘리는 것으로,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이미 가장 높은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보이고 있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친일행각을 벌인 박정희의 독재적 유산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탈색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동기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것'
'더네이션'의 기사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행위를 비판해 오던 시민사회의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시민사회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시민사회를 향해 '좌파종북세력', '체제전복세력'이라는 주홍글씨를 덧씌우기 일쑤였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사람들만 국민 대접을 받는 요상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나머지 반쪽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다. 정부정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절반의 국민들은 '종북좌파'의 낙인이 찍혀야만 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라면 이번에 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더네이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하고 위험한 언론이며, 그동안 박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을 비판했던 '뉴욕타임즈'나 '로이터통신' 같은 유수의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누구도 저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 위키트리
사실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더네이션'의 기사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미 집권하기 전부터 그의 특이한 이력을 앞다투어 소개하는 외신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그 기사는 대부분 강력했던 '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꼬는 기사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며 철권통치를 휘둘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모습이 참으로 생경하게 비춰졌던 것이다.
지난 대선 정국이 한창일 무렵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박근혜 당시 후보를 표지모델로 채택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논란이 되었던 것은 '타임'이 그를 소개하면서 'THE STRONGMAN'S DAUGHTER'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타이틀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뜻이다. '타임'은 해당 기사에서 박정희를 'former dictator(이전의 독재자)'로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표현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규정한 것은 비단 '타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도 그에 대해 '외국인의 눈에는 독재자의 딸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놀라워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통신' 역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출마 소식에 '남한의 독재자 딸이 대선에 뛰어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고, 미국의 'AP통신'과 프랑스 통신사 'AEP' 등도 그에게 '독재자의 딸'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해당 기사의 내용들은 하나같이 '독재자의 딸'이 대선에 당당히 출마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풍토와 수준 낮은 국민 의식을 꼬집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우려섞인 시선은 그대로 적중했다.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자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 답게 아버지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더네이션'의 기사 내용대로 '독재자의 딸'은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중이다.
ⓒ 뉴시스
대한민국 내에서는 지금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관련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찬양하고 숭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경우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제 3자의 시선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의 기준으로 대단히 유효하다.
세계의 언론들이 지금 박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 논지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그들의 시선 속에, 대한민국이 여전히 죽은 독재자의 강력한 힘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척박한 민주적 토양을 가진 나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를 '독재자의 딸'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의 지위와 책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1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지금 외국 언론의 시선에는 '독재자의 딸', 그리고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길을 따라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지도자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했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존감이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라면 부끄러워 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향한 세계 언론의 우려섞인 시선에 모멸감과 참담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누구 말마따나,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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