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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5일 열리는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격한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SNS에 “12월5일 의원들은 차벽 앞에서 물대포 맞으며 국민을 지키고, 국민들은 자유롭게 표현의 자유를 누리시면 어떨까요. 물론 가면이나 탈 쓰고 맘껏 외치시는 것 포함해서요”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격렬한 충돌을 피하면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씨(사진)가 <시사IN>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왔다. 은수미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관계자 그리고 집회 참석 예정자들에게 긴급 제안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을 시민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부터 경찰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시사IN 이명익 |
은수미 의원님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시민으로서 이런 의견을 개진하고 싶습니다. 저쪽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수할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적은 저 앞에 서 있는 일선 경찰들이 아닙니다. 현수막을 만들든 편지를 쓰든, ‘당신들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라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밖에 나오면 농민의 자식이고 노동자의 자식입니다. 고관대작의 자식들이 시위대 앞에 서 있을 리 있겠습니까? 우리가 눈물로 훈련소에 보냈던 자식들이 저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분노는 차벽 그 뒤에 숨어 있는 분들에게 전달할 분노입니다. 경찰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근무 중이라 물이나 음식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나 통곡의 벽에 그랬던 것처럼 간절한 시민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붙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발언권을 줘야 합니다. 자식을 의무경찰로 보낸 부모님에게 발언권을 주어서 우리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말자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난 집회 사진 중에서 최루액이 들어간 경찰의 눈을 씻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 또한 잠재적 시민입니다. 집회 현장에 불려나온 경찰들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우리의 젊은이들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저 자리에 설 수도 있고 세월호에 있었던 아이들도 저들처럼 의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청년들을 지켜내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입니다.
전·의경 출신들이 후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너희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여기 이 자리에 서려면 새벽 몇 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으로 밥을 먹고 거리에서 추위와 싸우며 대기하면서 떨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너희 자리에 있는데 동료들이 시위대에게 맞는 모습을 본다면 나도 물대포를 쏠 것이고 나도 방패로 찍을 것이다. 그런 너희 마음을 이해한다. 시대가 이래서 너희를 그곳에 서게 했으니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그들을 위로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박수 한번 치고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의 주장을 굳이 격한 표현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2008년 쇠고기 협상 촛불집회 때 보여준 그 시민정신을 다시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촛불집회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집회가 끝나면 모두 다 함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복면금지법’ 같은 것을 제안한 명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연합뉴스 2008년 6월27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시위대 맨 앞에 자리하고 있다. |
야당은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말하십시오
경찰을 ‘견찰’로 부르는 시민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적이 아니고 그들을 그곳에 내보내는 경찰 수뇌부가 문제 아닙니까? 그리고 그 수뇌부가 그렇게 지시하도록 압력을 가한 저 위의 사람들이 더 문제가 아닙니까? 물대포로 인해서 경찰 전체를 매도한다면 경찰 안에서 시민과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대한민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에 책임을 물으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전농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12월5일 집회 때는 깃발을 내리고 사람이 보이게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보여주려는 것은 깃발의 주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아닐까요? 깃발이 말하는 가치 안에 사람들을 묶지 않았으면 합니다. 깃발이 올라가면 사람은 휘발됩니다. 깃발을 내리고 사람으로 다가가면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가, 농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가 보일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누구인지 전농의 누구인지보다 내가 몇 살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며, 왜 여기까지 나왔는지 이야기한다면 훨씬 더 공감의 여지가 클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전농의 깃발을 내려도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민들이 함께 실현해줄 것입니다.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 우리 할 말 있어요’라는 제목의 발언대를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복면 안 쓸 테니 겁내지 말라고, 우리 IS 아니라고, 대통령님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말하게 하고 ‘복면 이야기왕’을 한번 선발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더 힘이 셀 수도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분노할 때 그 책임이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면, 울분이 있다면 우리를 욕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보다 더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왜 책임이 없습니까?
야당 의원들이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대통령이 없다, 그분은 이미 외국에 나가셨다.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이 앞에 있는 우리를 욕하시라, 대통령의 책임만큼 우리에게도 책임이 크다. 경찰이 물대포를 조준하면 시민들은 피하시라. 우리가 물대포를 맞겠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야당 의원들이 한쪽의 의견만 대변하지 말고 국민 전체를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만의 국회의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종편만 보는 사람이라도 이 자리에 나와서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집회에 나온다고 무조건 야당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편도 내 편도 아닌 사람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면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도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북한과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아무쪼록 12월5일 행사가 남 탓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어루만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 http://m.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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