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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몇 개 쓰고 갑니다.
4. 내 주특기지만 실사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걸!
작성자의 주특기는 81mm 박격포. 하지만 페바에서 gop로 올라온 이후
훈련이 줄어들고 거기에 취사병이 되면서 gop에서는 포를 건드려 본 적이 거의 없다.
gop복무 이후 다시 페바로 내려오면서 취사병을 그만두고
열심히 주특기 공부를 했지만 취사병 전적 때문인지 실사 훈련에 껴주질 않았다. (분대장 문제도 있었지만...)
눈으로 보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실패.
딱 한 번 육군 공군 합동 훈련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민간인 통제 하라고 하사 한 명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멀리서 떨어지는 소리만 들었다.
그 덕분에 하사와 함께 인연도 없던 999k들고 이곳저곳을 막 다녔다.
좋은 경치도 보고 편하기도 했지만 결국 2년 간 내 주특기 실사를 어떤식으로도 경험하지 못한 건 좀 슬펐다.
결국 연습탄 축소탄 훈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5. 취사병은 왕따?
gop에서 1년 가량 취사병을 한 이후 페바로 내려오면서 나는 취사병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소대원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에서였다.
취사병은 그 특수성 때문에 다른 소대원들과 어울릴 시간이 상당히 적었다.
그나마 gop에서는 취사장이 바로 붙어 있어서 그런 게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하는 일이 다르다보니 약간 소외되는 느낌이 있다.)
페바에서는 취사장이 상당히 멀고, 하루종일 취사장에만 붙어있다보니
소대원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서 그 존재감이 매우 희박했다.
(gop취사병과 페바 취사병의 차이와 장단점은 나중에 서술할 예정...)
취사병 자리를 넘김으로서 내 뒤통수를 쳤던 그 선임이
(이 선임이 특히 소심하고 조용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뒤통수는 쳤다는 사실은 아직까지도 날 놀랍게 한다. 원래 사람이 그런 건가 아니면 군대라 그런 건가.)
페바에서 어떠한 위치인지 나는 분명히 보았기 때문에 나는 과감히 페바에서의 취사병을 포기했다.
하지만 페바 취사병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선후임들과의 관계도 본인이 하기 나름이고
요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뭔가 복잡한 게 싫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설거지는 죄다 일일취사 형식으로 병사들 차출해서 시키기 때문에 본인이 안 한다. gop에선 그런 거 없어서 혼자 다 했지만.)
포상휴가도 돌아가면서 받아가기 때문에 괜찮은 편. 물론, 어디까지나 부대마다 케바케.
가장 큰 단점은 밥이라는 게 매일매일 먹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휴일,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 정도.
어쨌든 결국 내 선택은 후임들과 함께 섞여드는 것은 성공했지만
마지막 뒤끝 때문에 가끔은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6. 엄마, 여기 좀 이상해.
군대라면 어디나 다 그렇지만 이 이야긴 훈련소와 관련된 이야기.
25사단으로 배정받은 나는 25사단 신교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 소대엔 대략 50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는데 별의별 애들이 존재했다.
고려대 출신 엘리트에, 여섯살 가량 나이 차 나던 형님, 어느 지역 깡패 후배라고 주장하던 놈, mc스나이퍼에게 랩을 전수받고 싶어하던 키 작은 동기,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나 싶은 동기. (천식 때문인지 발작 자주 일으켜서 훈련 면제도 제법 받고, 의사소통도 편히 하기가 힘들었음.)
나는 불침번을 서면서 진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잠버릇? 잠꼬대는 다 본 것 같다.
코를 골거나 팔 다리를 양 옆으로 펼치거나, 침낭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양반이었다.
어떤 동기는 강시처럼 앞으로 나란히를 한 상태로 자질 않나, 어떤 동기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계속 내질 않나,
한 동기는 장이 좋지 않았는지 방구를 악기 연주하듯이 꼈는데 거기에 한 동기가 피쳐링을 하는 광경도 보고,
어떤 동기 두 명은 뭔가 알 수 없는 단어를 계속 중얼거리기도 했다.
계속 관찰한 결과 한 동기는 여자친구의 이름을 중얼거리다는 걸 알았지만,
결국 남은 동기 하나는 신교대 퇴소 때까지 뭐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비슷한 발음으로 본인에게 물어봤지만 본인도 모른다고...
머리맡을 지나갈 때 괴성을 지르는 동기도 있었지만 그거야 우연의 일치였을 뿐.
가장 기억에 남는 동기는 내가 '열반에 든 부처' 라고 별명을 붙여준 동기로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동기는 잘 때 부처님이 명상에 든 것처럼 잠을 청했다.
처음 봤을 때는 우연의 일치라 생각해서 같이 불침번을 서는 동기와 보고 웃어넘겼지만
다음날 아침, 기상 전까지도 그 자세를 하고 있는 동기를 보고 우리는 공포를 느꼈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이 그런 기분이었을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침번을 할 때마다 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 동기를 보고
우리는 자세를 고쳐주었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돌아오는 자세를 보고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지상에 임한 것처럼
부처님이 이 동기 안에 현신한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동기의 잠버릇을 신기하게 여긴 나는 그 동기에게 왜 그렇게 자느냐고 진지하게 물어봤지만
그 동기는 자기가 그렇게 자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대답했다.
아래 사진은 참고 자료.
사진에서는 오른손이 위, 왼손이 아래지만 그 동기는 손의 위치가 반대였다.
명상하는 부처라고 하지않고 열반에 든 부처라고 붙인 이유는
이 동기가 한 번 잠에 들면 죽은 것마냥 더럽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얼마 안 가
다시 부처님의 자세를 고수하는 그 동기의 육체는
사실 형상기억합금으로 되어있는 게 아닐까 지금도 생각해보곤 한다.
7. 훈련 도중에 참새 벼락.
신교대에서 실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날이었다.
훈련은 언덕 위에서 아래에 있는 인공 호에 훈련 받은 대로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었다.
아직 다른 소대가 훈련 받고 있는 와중이라 우리는 저 멀리 후방에서 대기를 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실제 수류탄 투척 훈련은 무서우면서도 굉장히 재밌다고 여겼는데
그 이유는 물이 가득한 호 중간에 정확히 수류탄을 투척하면
그 반동으로 십미터 이상 솟구치는 물줄기와 폭음이 깔끔한 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소리는 쾅! 딱! 에 가깝고 소리도 커서 귀가 아프지만
물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터지면 소리도 크지 않고 퍼-엉 터지는 게
마치 물풍선 터뜨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류탄은 호 가운데에 정확히 터뜨려서 내가 말한 것처럼 깔끔하게 터지는 것을 샤베트
물에 거의 잠기지 않거나 땅에 떨어지면 근탄이라고 하는데
이 근탄이 위험한 게 수류탄이 터지면 주변으로 돌이나 흑 같은 파편을 마구 날린다.
그 거리나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처음에 근탄이 터졌을 때 상당히 놀랐다.
대충 거리를 계산해도 20m는 넘는 거 같은데 그곳의 흙이 뒤까지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흙의 양도 어휴 먼지, 퉤퉤 정도가 아니라 맞으면 위협을 느낄 정도의 양일 때도 있었다.
심했을 때는 삽으로 두 번 정도는 퍼담을 정도의 흙이 날아왔으니까.
실제로 돌에 맞아서 살짝 다친 동기도 있을 정도.
여튼 훈련 도중 생각보다 샤베트 보다는 근탄이 많아서 우리는 교관이 근탄! 이라고 외칠 때마다
방탄모를 쓴 머리를 더욱 숙이고 주변 동기들이 들리도록 근탄! 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사건은 새로운 근탄이 지나간 이후에 발생했다.
가벼운 한숨과 함께 다른 훈련병의 훈련을 보려는 찰나 주변에서 소요가 일어났다.
왜 그런가 하고 옆 동기에게 물어보니 그 동기가 답하길 몇 번 훈련병이 참새에게 맞았다는 것이었다.
순간 이해가 안 가 다시 물어보니 참새가 때린 게 아니라, 갑자기 하늘에서 참새가 떨어져 거기에 맞았다는 소리였다.
교관의 통제 때문에 소요는 금방 수그러들었지만 나중에 듣자하니 참새가 서너 마리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교관도 말하길 수류탄 훈련 중에는 이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했다.
수류탄 폭발로 굉음이 계속 나오는 훈련장에에 어째서 참새가
그 근처를 날아다니는지는 지금도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어쨌든 신기한 경험이었다.
교관 말로는 이런 경우 대부분의 참새가 죽지만 가끔 기절만 한 거라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심한 경우는...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