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로는 칠 년 전에 결국 폐쇄되었어. 유지비를 더 이상 들이지 않기로 한 거지.”
“그래서?”
“그런데 그 이후로도 계속 신고가 들어오고 있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원순은 잘난 체하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길인데도 서너 달에 한 번 꼴로 차들이 들어가서 사고를 낸다고. 최근까지.”
해원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가 영이라면, 그리고 강하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면 그 사념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원한 때문에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사망사고의 빈도가 낮았다. 게다가 회장의 경우에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경우라면 그 대상은 회장에게도 이야기했다시피 십중팔구 자신의 남자친구일 것이다.
“원순아, 고생 많았는데 하나만 더 확인해 주라.”
“응? 좋아. 뭐 까짓 거, 한우에다 참치 회인데 그쯤이야 괜찮겠지. 뭔데?”
“지금까지 그곳에서 난 사고가 혹시 모두 같은 방향에서 발생한 게 아닌지 확인해 줘.”
원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방향? 무슨 말이야?”
“거기가 아마 언덕 너머로 내리막길이 쭉 이어질 거야. 사고가 난 게 그 내리막 방향, 그러니까 상행 말고 하행 쪽에서만 발생한 게 아닌지 확인 좀 부탁할게.”
“알았어. 이따 들어가서 다시 한 번 살펴보지 뭐.”
원순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더니 커피 잔을 놓고 일어섰다.
“자, 오늘도 야근이다. 또 야근이야. 그렇잖아도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거기다 툭하면 전화해서 이상한 걸 부탁하는 친구 놈 때문에 말이야. 다 내가 부덕한 탓이지 뭐. 그럼 난 간다. 바리한테도 안부 전해 줘.”
마치 기관총처럼 빠른 속도로 말을 내뱉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는 원순의 뒷모습을 보며 해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에게 악의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미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또 빚을 졌네요.”
속삭임에 해원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튿날 저녁에 원순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짓고 있던 해원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원순은 인사말 따윈 생략한 채 바로 본론부터 들어갔다.
“야, 정말이네. 사고는 다 하행선에서 발생했어. 반대쪽에서는 한 건도 없어.”
“언덕 넘은 후 내리막길에서 말이지?”
“맞아. 사고발생지역이 다 그쪽에 몰려 있어. 이걸 왜 몰랐지?”
“사고가 드문드문 일어났으니까, 다 모아놓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나 보지. 가장 최근의 사고는 언제였어?”
“한 달 전이야. 밤 열한 시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도로 옆의 수로에 처박혔어. 차는 폐차될 지경이었지만 에어백이 터져서 운전자는 타박상 정도야. 졸음운전이라고 하더군.”
해원은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회장은 오르막을 넘어선 후 내리막길에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내리막 방향으로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많은 사고들이 모두 같은 방향에서, 그리고 회장이 여자를 만난 인근에서 발생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지만 애당초 그 사실들이 모두 우연일 리는 없다는 것을 해원은 확신했다. 그는 통화 내용을 바리에게 알려주었다.
“그 언니가 사고의 원인인 모양이죠?”
“응. 적어도 그 아가씨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건 확실한 것 같아.”
“하지만 왜요? 남자친구를 찾으려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렇다면 대단하네요. 이십 년이 넘게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니.”
바리가 감탄하듯 말했다. 하지만 해원은 원순에게 받은 자료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 해원은 휴대전화를 꺼내 회장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동차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막히는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차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때였다. 해원은 두 번째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편안한 뒷좌석에 앉아 김밥을 우물거렸다. 차가 출발하기 전에 기사에게도 권했지만, 기사는 아주 정중한 태도로 거절하더니 뜻밖에도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보였다. 안에는 알록달록 예쁘게 정렬된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집사람이 아침에 챙겨 준 겁니다.”
해원은 이유 모를 패배감에 휩싸인 채 한 줄에 이천 원짜리 분식점 김밥을 꼭꼭 씹어 먹었다. 포장이 고르지 않아 가끔씩 차가 덜컹거렸지만, 워낙 좋은 서스펜션 덕분에 해원에게 전해지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이대로 죽 달리면 예정대로 해가 질 무렵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원은 김밥을 죄다 먹어치운 후 다시 원순이 정리한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머릿속에서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의 추측을 증명할 근거자료는 전무하다시피 했기에 해원이 직접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서쪽으로 떨어지고 있는 태양과 더불어 벤츠는 꾸준히 목적지로 나아갔다.
도로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막 해가 저문 후였다. 국도에서 비포장 길을 타고 산으로 꺾은 후 한참을 올라가자 이윽고 옛 도로의 흔적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방치된 길은 이곳저곳이 엉망으로 패여 있었고, 주황색 중앙선은 눈에 힘을 바짝 주어야 간신히 보일 지경이었다. 하기야 어차피 다른 차가 없었으므로 차선은 의미가 없는 터였다. 시멘트가 갈라진 사이마다 잡초가 길게 올라와서 벤츠는 그야말로 수풀을 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도중에는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이 있었다. 길 한가운데 놓인 누런 철제 구조물에다 큰 글씨로 출입금지라고 쓰인 큼지막한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구조물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해원이 낑낑대며 힘껏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길 한쪽으로 움직였다. 길을 막았는데도 차들이 들어왔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길을 막은 것치고는 상당히 어설프네. 공무원들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뭐.”
“도로교통공사는 공무원들이 아니잖아요?”
“......별 걸 다 알고 있네.”
해원은 눈을 흘기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벤츠는 구조물을 옆으로 돌아 구불구불한 오르막을 올라갔다. 반대쪽에서 다른 차라도 나타나면 사고가 나기 딱 좋을 듯했다. 기사는 상향등을 켜고 주의 깊게 차를 몰았다. 그 사이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아 벤츠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채 전조등 불빛에만 의지해 산을 올랐다. 이십 분쯤 지나 마침내 오르막이 끝나자 해원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속도를 줄여 천천히 내려가 주세요. 제가 신호하면 세워 주시면 됩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반문 한 마디 없이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삼사 분쯤 내려갔을 무렵이었다. 바리가 속삭였다.
“이쯤인 것 같아요.”
해원은 급히 기사에게 차를 멈추게 한 후 문을 열고 내렸다. 길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아래쪽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도로 왼쪽은 가드레일이 쳐진 벼랑이었고 오른쪽에는 수북한 수풀을 사이에 두고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었다. 두 줄기 전조등 빛이 비치는 곳을 제외하면 사방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믐인지 하늘에는 별들 뿐, 달도 보이지 않았다.
코너가 꺾이는 부분, 전조등 불빛이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곳에 어둑한 그림자가 있었다. 해원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밑에서부터 앞으로 길게 그림자가 뻗어나갔다. 뒤통수에 와 닿는 전조등 불빛은 뜨거웠다. 해원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품속에 손을 넣어 펜을 만지작거렸다. 대략 이백 걸음쯤 나아가자 이제는 몇 미터 앞의 수풀 속에 서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해원에게 등을 돌린 채 내리막길 저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빈약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해원은 그 그림자가 갈색 치마에다 흰색 웃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현듯 바리가 해원의 곁에 있었다.
해원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그림자가 천천히 해원을 돌아보았다.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여자였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해원은 무겁게 말을 꺼냈다.
“남자친구 말씀이군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아마......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닙니까?”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해원은 입술을 깨물더니 곧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을 죽인 사람은 그 남자친구지요?”
맞아요
긴장으로 몸이 굳은 해원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평온한 어투로 즉시 대답했다. 아연해진 해원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남자를 기다리고 하고 있는 겁니까?”
이번에도 그녀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수풀 속에서 풀벌레가 울고 있었다. 뒤쪽 멀리서는 벤츠의 낮은 엔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어디선가 풀이 부스럭거렸다. 바리가 뭔가를 깨달은 듯 아, 소리를 냈다.
“어째서 이십 년이 넘도록...... 아니요. 아닙니다.”
해원이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주변의 어둠과 해원의 몸이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해원은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해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가 모셔오지요. 사흘 후 이곳에서 뵙겠습니다.”
그녀가 어렴풋이 웃었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해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스프레이 깡통을 꺼내 발아래에다 붉은 색으로 표시를 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 후 낮은 목소리로 바리를 불렀다.
“가자, 바리야.”
“......응.”
바리가 다시 사라지자 해원은 그녀에게 목례를 한 후 몸을 돌렸다. 벤츠를 향해 걸어가며 해원은 손을 들어 전조등 불빛을 가렸다. 어둠 속에 오래 있다가 갑작스레 빛을 보자 눈이 따가웠다. 이윽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사가 인사를 건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 이제 돌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기사는 기어를 넣은 후 좁은 길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간신히 차를 돌렸다. 차가 내려가는 동안 해원은 잠자코 어두운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차는 온 길을 따라 내려가 다시 큰 도로로 나갔다. 길이 평탄해지자 기사는 속력을 높였다. 반대쪽에서 온 차가 소리를 내며 그들을 지나쳐 가자 비로소 해원은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유령을 본 건 처음입니다. 집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겠군요.”
기사는 마치 아침에 본 신문 기사를 이야기하는 어투로 말했다. 바리가 있었으니 평범한 사람에게도 그 여자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안 놀라셨습니까?
“놀랐습니다.”
“그렇게 안 보입니다.”
룸미러 너머에서 기사가 싱긋 웃었다.
“이 나이쯤 되면 놀라더라도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게 됩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가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냈다. 어쩐지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이었다. 해원은 시간을 확인한 후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원순은 전화를 금방 받았다.
“어. 왜?”
“실종사건 하나 해결이야. 메모 가능해?”
“어. 잠깐만. 그래. 어딘데?”
“전에 내가 자료 부탁한 도로 있지? 서울 쪽에서 그 도로 진입한 후 오르막이 끝나고 조금 내려가다 보면 내가 길가에 스프레이로 표시해 놓은 데가 있어. 아마 그 인근 수풀에 시신이 암매장돼 있을 거야. 실종된 건 이십 일 년 전. 사인(死因)은 살인.”
“살인? 이런. 시효 지난 지 한참 되었잖아.”
원순이 혀를 찼다. 그러나 해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살인자도 이미 죽었어. 천벌을 받은 거지.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알았어. 내일 그쪽으로 팀을 보낼게. 고맙다.”
“고맙긴. 내 일인데.”
원순과 통화를 끝낸 해원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의뢰인에게 하는 보고 전화였다. 신호가 두 번도 울리기 전에 회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해원입니다.”
“자네군. 어때, 일은 잘 되어 가나?”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여쭤볼 게 있습니다만.”
“응? 뭔가?”
“사흘 후에 외출이 가능하십니까? 와 보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회장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간을 떼어낸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을 불러내다니 어지간히 중요한 일인가 보군. 알았네. 내 주치의랑 한바탕 싸워 보지.”
“예. 그럼 사흘 후 오후 다섯 시에 병원에서 뵙겠습니다. 기사 분께도 그렇게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그럼 그날 보세나.”
전화를 끊은 해원은 기사에게 약속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차가 서울에 도착하여 집 앞에 해원을 내려놓을 때까지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회장은 약속대로 외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젊은 비서가 그 옆에 서 있었다. 해원과 통화는 종종 했지만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해원이 들어서자 회장은 눈을 찡긋해 보였다.
“주치의가 나를 때려죽이려고 하더군. 자칫하면 병으로 죽기 전에 맞아죽었다는 기사가 신문 1면에 나올 뻔했네. 게다가 비서도 내 편이 아니라 의사 편을 들고 말이야.”
“편찮으신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와 보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괜찮네. 그럴 이유가 있으니 그렇겠지. 그래, 가는 곳이 어딘가?”
“이십 일 년 전, 회장님께서 그 일을 겪은 곳입니다.”
“그래.”
회장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해원은 비서와 힘을 합쳐 회장을 휠체어에 앉히고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후에는 기사까지 합세해 회장을 간신히 뒷좌석에 앉혔다. 좌석에 앉는 동안 회장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을 뿐, 신음소리 비슷한 것도 내지 않았다.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고 나서 해원은 회장의 옆자리에 탔다. 비서가 조수석에 앉으려 했으나 회장이 제지했다.
“자네까지 올 필요는 없어. 여기 이해원 씨와 같이 다녀올 테니 걱정 말게. 자고 오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빨리 다녀오면 아마 열두 시 좀 넘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원의 대답을 들은 회장이 비서에게 손을 흔들었다.
“들었지? 그럼 다녀올 테니 집 잘 보고 있게. 혹시라도 김 박사가 또 잔소리하러 오면 내 대신 좀 들어주고 말이야.”
비서는 마지못해 다시 차에서 내렸다. 차가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기사가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마치 영화처럼 두꺼운 칸막이가 올라와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를 꽉 막았다.
“그래. 가는 동안 그 동안의 이야기나 좀 들을 수 있겠나?”
“그렇잖아도 말씀드릴 참이었습니다.”
해원은 회장에게 A4용지를 한 장 내밀었다. 날짜와 간략한 문장 따위가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맨 아래에는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있었다. 해원이 그곳을 가리켰다.
“이 분이 그 때 회장님께서 만난 분입니다.”
회장은 감탄하며 종이를 응시했다.
“대단하군. 과연 석길대 만신께서 추천한 사람답구만. 사립탐정도 어제 네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네만, 그건 잘 모르겠다는 한 줄로 요약 가능하더군. 그래, 이 아가씨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귀신이었나?”
해원은 적절한 단어를 골라 침착하게 말했다.
“회장님께서 그 분을 만나기 여덟 달 전에 그 분은 사망했습니다.”
회장은 말없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해원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