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삼 대통령을 추모하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별이 졌습니다. 당신은 가난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군사독재에 억압받던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새벽이 온다는 신념으로 유신의 어두운 시대를 묵묵히 걸었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을 가슴에 새기고 당신은 끝내 우리 정치에서 군사독재를 지워냈습니다. 하나회를 척결하고 열었던 문민시대와 광주학살에 대한 역사적 단죄는 당신이 우리 역사에 남긴 커다란 발자취입니다. 금융실명제로부터 열린 경제정의의 길은 경제민주화의 큰 봉우리입니다. 당신이 대통령 취임 첫 해에 보여준 단호하고 전광석화 같은 개혁조치들은 참으로 눈부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용단들이었습니다. 당신의 문민정부는 민주정부로 이어졌습니다. 당신은 후배들에게 큰 과제를 남겼고, 후배들이 넘어서야 할 큰 벽이기도 했습니다. 3당 합당으로 인한 민주화 세력의 분열이 아직 치유되지 못했고, 통합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의 벽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당신이 남긴 위대한 업적들을 생각하며, 당신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학교 후배이고, 고향후배이고, 부산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인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도 당신을 추억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신이 꿈꿨던 세상으로부터 거꾸로 되돌아가고 있는 현실 때문에 당신의 죽음이 안타깝고 착잡합니다. 당신이 평생을 바쳐 이룬 민주주의가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문민정부 이래 15년동안 발전시켜온 민주적 제도와 가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쌓아온 민주의 성(城)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역사 바로 세우기’로 세운 역사의 정의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역사를 후퇴시킨 잘못된 역사의 출발이라고 규정했던 5.16군사 쿠테타가 되살아나고, 당신이 온몸으로 맞섰던 유신독재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이 당신이 걸었던 길을 거꾸로 걷고, 당신이 바로 세운 역사를 무너뜨리는 배반의 정치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계셨더라면 다시 떨치고 나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통합하고 화합하라.” 이제 우리 후배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몫이 되었습니다. 저와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드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습니다. 당신이 평생을 바쳐 이뤄온 민주주의, 국민의 피와 땀으로 쌓아온 민주의 성(成)이 이대로 무너지도록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역사왜곡을 막겠습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길은 멀지만 당신이 해왔던 것처럼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습니다. 당신의 유지를 받아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오늘 고 김영삼 대통령님을 보내면서 그 분이 실천으로 보여주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독재와 맞선 용기, 포용적 리더십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유족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