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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27035
    작성자 : 하암
    추천 : 57
    조회수 : 9461
    IP : 180.227.***.39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2/10 19:08:44
    원글작성시간 : 2013/02/10 10:17:4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27035 모바일
    오빠 우린 안 맞나 보다


    오빠 우린 안 맞나보다.

    오빤 좋아하는 걸 스킨십으로 표현하고

    난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아서 키스도 피했다. 키스가 무서웠어.

    애초에 몇월몇일에 키스할거야. 라 하고, 또 계속 키스키스키스 노래를 부르는 오빠가 참 부담스러웠어.

    오빤 이전에 연애경험이 있지만 난 없잖아.

    그래도 오빠를 실망하게 하긴 싫었고, 단 둘이 차타고 가는데 분위기 어색한 것도 싫었고. 

    그래서 까짓거 해보지, 뭐 ! 하며 도전!- 한 거였는데 결국 무서운 건 무서운 거더라.


    사귄지 한달 남짓. 첫키스 실패. 이게 원인이었나.


    오빤 내가 키스 피한게, 꼭 오빠가 나를 성추행한 것같았노라며 말했었지.

    그래서 한참 설명했던 것 같다. 이전에도 분명 설명했었지만, 또 설명했지. 

    난 스킨십이 어렵다고. 동성인 친구와도 손 잡지 않는다고. 

    포옹? 팔짱? 초등학교 때부터의 절친과도 해본 적이 없다고.

    그렇지만 오빠에겐 손도 먼저 잡고, 팔짱도 끼고 매달리기도 하고.. 나 나름 노력하고 있었는데.


    오빤 그게 애인이 하는 스킨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난 오빠가 첫 애인인데, 그래서 내 스킨십은 키스 정도까지, 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빠는 키스 이상 섹스이하를 스킨십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참.. 멀구나. 어렵네. 진짜로.


    오빠는 내게 저 이유를 들며, 오빠가 나를 더럽힐 것 같노라며 떠난다할 때,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일단 보류해두자, 라고 한 게 잘못이었나.

    요즘 많이 연락이 뜸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백받았을 때 승낙하지 않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스킨십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오빠에게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해보자, 하고 말하지 않는 건데.


    난 이제껏 연애에 대한 환상 이런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오빠랑 연애 비슷한 걸 하다보니 내게도 그런 연애에 대한 이상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


    [뭐했어?] [나, 지금 길에서 혼자 넘어졌어 엄청 창피해 ㅠ] [그게 뭐야 ㅋㅋ 안 다쳤어?]

    요런 소소한 일로 카톡하고, 거리에서 이런저런 대화하며 웃고, 어쩌다 스친 손가락에 어색어색해하고,

    수줍은 뽀뽀에 서로 얼굴 붉히며 좋아하고, 전철에 한 명 앉고 한 명은 그 앞에 서서 속닥거리고,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경복궁 돌담길 걷고,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먹여주고,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에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장문의 편지에 담고,…



    오빠, 스킨십에 대해 갈등이 생긴 시점부터 오빠가 먼저 연락 안하더라. 알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면 좋을텐데.

    어색한 관계 싫고, 무엇보다 나를 싫어한다- 는 자체가 무서워.

    나 대인관계에 대해 약하단 말야.

    [오빠, 뭐해요?][~ 했다면서, 잘했어?][ ~ 어떻게 됐어요?] [우와, 신기하다 ! 그게 뭐야?] ... 

    아 이제 더이상 .. 나만 의문문으로 끝나지 않았음 좋겠다.

    맨날 나는 묻고, 오빠는 답하네. 나한테 궁금한 건 없어?

    키스 사건 이전엔 보고싶네, 어쩌네 별별 애길 다하더니. 에휴.


    그냥 이쯤하는 게 맞는 건가.

    난 애초에 두근두근 그런 느낌은 느껴본 적이 없는데.

    오빠 혼자 떨린다하고 사랑한다 하고..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감정에 차이가 있었는데 그 갭이 안 좁혀지려나봐.


    내 친구들이 와 네 남친 장난 아니다, 라고 할 정도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오빠 조건들이 참 좋았지.

    근데 어쩌지. 난 그 조건들보단 오빠를 좋아하고 싶었는데. 이젠 안되나 보다.

    이제 오빠가 날 좋아하고 있긴 한지 의문이야.

    사귄 후 얼마 안되고 1박2일 여행가자느니 어쩌느니 했던 거 참... ㅋㅋ


    이번 설, 오빠 시골에서 올라오면 만나서 종지부를 찍어야겠다.

    우리가 보냈던 시간은, 오빠가 사귀자 했을 때 장담하며 말했던 로맨틱한 첫 연애는 아니었던 것 같아.

    로맨틱은 무슨. 그놈의 스킨십 때문에 나날이 고역이었던 하루하루였지.


    오빠, 꼭 스킨십 좋아하고, 1박2일 여행 가자고 제안하면 좋아~ 하고 답하고, 

    오빠처럼 혼전순결에 반대하는, 그리고 오빠가 선물 주는 거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여자 만났음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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