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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625866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6
    조회수 : 581
    IP : 211.199.***.20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11/16 14:40:51
    http://todayhumor.com/?sisa_625866 모바일
    평화집회하자는 분들, 평화집회란걸 보신적은 있나요? 전 있습니다.

    폭력집회 안된다 어쩐다 운운하는데, 그런 말 하는 분들 평화집회는 가본 적 있으신지요?


    불과 몇해전의 일이었습니다. 광화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그 시기였죠. 퇴근한 직장인들, 어린 학생들, 아이들 손 잡고 같이 온 젊은 부부들, 누가 봐도 집회 시위에 참석한 경험이 별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각목이나 화염병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도 없었어요. 집회에 끼어든 일부 과격단체인지 프락치인지 알 수 없는 극소수가 '청와대로 진격하자'고 선동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외면했습니다. 집회 초반 행사를 주도하던, 한때 시위 좀 해봤을법한 사람들이 큰 소리로 알려주더군요. 저런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말라고, 저런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선동이니 무시하라고 말이죠.


    늦은 밤 경복궁 역 앞 효자로 입구에서 길목을 막은 경찰 버스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들은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더이상 뚫려서는 안된다는 경찰들과, 아무리 그래도 여기를 뚫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는 시위대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그냥 그렇게 밤새 계속 대치만 하고 있었지요. 그 시각 경복궁을 반대 방향으로 끼고 청와대로 통하는 다른 길목인 삼청로 입구에서도 시위대와 경찰간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고, 거기서는 부상자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들렸지만 효자로쪽은 그렇게 격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더이상 앞으로 나갈 생각 없이 '이명박은 나와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라'고 외칠 뿐이었죠.


    진중권씨가 인터넷 생중계로 시위대를 개별 취재, 인터뷰하고 있었고 여러 인터넷 방송들을 통해 늦은 밤이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시위대를 지켜보고 또 응원하고 있었죠. 아직은 추웠던 늦은 봄날의 밤이었기에 추위와 허기 속에 시위대가 고생할까봐 물질적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디씨 모 갤러리에서는 자신들이 '이 시위의 배후다'란 스티커를 붙인 김밥을 잔뜩 배달해줬고,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본 인근 자영업자분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폐목재, 부서진 가구들을 가져다 장작삼아 불을 떼주기도 했죠. 이게 이 집회에서 본 유일한 각목의 쓰임새였습니다. 담요를 공수해준 분들도 많았고, 헌 옷을 가져다 껴입게 해주신 분도 많았습니다.(그리고 조금 뒤에 말하겠지만 이 헌 옷은 다음날 새벽 다른 이유로 인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제가 이 집회가 왜, 어째서 평화시위였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면, 이때의 집회 참여자들은 간간히 경찰 버스 앞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집회와 시위를 마치 축제처럼,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당당한 권리를 누리는 그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음을 제 눈으로 목격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차벽을 형성한 경찰 버스 위에 줄지어 서있던 전의경들 중 한명이 버스 밑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죠. 구급차가 출동했을때 도로를 점거하고 있던 그 많은 시위대 인파는 매우 질서정연하게 순식간에 길을 터줬고, 그 부상자의 호송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경찰의 방패 하나가 떨어져 시위대 손에 들어왔을때엔 다들 웃으며 머리위로 손을 들어 방패를 뒤로 뒤로 넘기면서 장난을 쳤었죠. 그때 군필자들이 외쳤습니다. '불쌍하다 돌려줘라!' 그러자 시위대들은 다들 '돌려줘 돌려줘'를 외치기 시작했고, 방패는 사람들 머리위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앞으로 앞으로 넘어가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예비군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던 어느 인터넷 모임 단체에서 부상자 발생 등의 돌발 상황을 잘 제어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서로가 너무 과열되지 않게 조절해 주기도 했고요.


    어떠신가요? 이정도면 여러분이 그렇게나 원하던 평화시위라 부를 법 하겠죠? 그러나 이 시위의 결말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새벽이 밝아오자 사직로 저 멀리서 대규모의 경찰부대가 다가오는게 보였죠. 밤을 새는 동안 귀가한 인원도 있었고 이미 수가 많이 줄었던 시위대를 향해 방패를 앞세우고 물대포로 무장한 경찰들이 도로를 가로막은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시위대는 한편으로는 공포로, 또 한편으로는 분노로 차올랐지만 힘없이 맞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가오는 경찰방패의 벽을 보며 어린 학생들, 여성들을 뒤로 물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성인 남성들을 앞으로 밀어 내세워서 맞섰죠. 저도 앞쪽에 있던 학생, 여성분들을 뒤로 물리고 제 뒤에선 등 떠밀리고 하다보니 어느순간 맨 앞줄로 밀려나온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습니다.


    차가운 경찰방패가 손에 닿고 나자 그제서야 덜컥 겁이 나더군요. 심한 부상을 입으면 어떡하지, 혹시 잡혀가게 되면 직장에선 어떻게 생각할까, 어머니 얼굴은 어떻게 뵙지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며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눈앞 방패 너머로 어린 전의경들 역시 눈빛에 공포가 서려있음이 보였습니다. 그래 이들도 결국 원치않게 끌려온 이들이고 아마도 맨 앞줄의 이들은 계급에 밀려 최전선에 선 어린 청년들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들 뒤에 있을 책임자를 찾았습니다. 대화를 하고 싶다고.


    다행히 그쪽에서도 응답이 왔고, 저는 우리쪽 상황을 설명했죠. 보다시피 집회 시위 참여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이 대다수이며 밤을 새서 체력도 없다, 맨 앞 두세줄의 성인 남성을 제외하고는 그 뒤엔 피로에 지친 어린 학생들, 젊은 여성들 밖에 없기에 어차피 우리쪽은 버틸 힘이 없는 상태다, 다만 부상자가 생기는 것은 서로간에 원치 않는 일일테니 너무 과격하게 밀어붙이지는 말아달라 부탁했습니다. 비겁한 겁쟁이라고 욕하셔도 좋습니다만은, 어쨌거나 저는 저 자신도 다른 이들도 다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 공권력의 공포감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고 말았었죠..


    경찰쪽 책임자에게서 알겠다는 대답을 해 왔습니다. 그 뒤로는 긴장이 조금은 누그러진 채 경찰들이 조금씩 전진해오면 시위대가 밀려 그만큼씩 후퇴하는 것의 반복이었죠. 간간히 시위대 뒤편에서 누군가가 빈 물병 등을 경찰쪽을 향해 던졌고 시위대가 그걸 저지시키는 과정에서 어느 의경의 외침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폭력 안 쓰겠다며!!' 그 분노에 찬 말을 듣고 나니 이들 역시 충돌을 원하지는 않는구나,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서 서로 맞서게 된 것 뿐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 슬퍼지더군요..


    어쨌건 그렇게 순조롭게(?) 경찰의 원하던 대로 시위대가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물대포가 물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글쎄요, 이미 힘없이 뒤로 밀려나고 있던 시위대를 향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더 빨리 몰아내고 싶었던 것인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처음 발사된 물줄기 중 하나가 내 얼굴 옆과 어깨를 스치며 뒷 사람들에게 직격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물에 흠뻑 젖은 저는 구르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며 뒤로 달리고 있더군요.


    누군가의 도움으로 도로 옆 인도로 끌려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틈에 의경들이 방패를 들고 인도로 몰려와 벽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인도 구석에 한두명의 사람이 지나갈 틈만 놔두고 벽쪽으로 밀어붙여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저 너머로 사람들이 물대포에 맞아 구르고 넘어지며 도망가는 아비규환이 보이더군요. 이미 밀려난 사람들은 마른 헌 옷으로 갈아입고 인도 위 경찰 벽 앞에서 살수차를 따라 가며 분노에 찬 악담을 퍼부었고, 시위대를 향해 뿌리던 물대포는 실수인척 인도쪽 사람들의 머리 위 가로등에 걸려있는 화분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인간이 어디까지 악랄해질 수 있는지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여러분이 그렇게 원하시는 평화집회는 끝이 났습니다.


    '전문 시위꾼'도 아닌 일반 시민들이, '폭력집회'가 아닌 평화 시위 끝에, '화염병과 각목'을 휘두르며 격렬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무기력하게 밀려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경찰 공권력이 이들을 마치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적군, 패잔병 취급을 하며 단지 빠른 해산을 시키겠다는 이유만으로 물대포를 쏴댔습니다. 이게 모두가 꿈꾸던 평화집회의 결말이었어요.


    그리고 이후 이 집회는 언론에서 불법 폭력 집회라고 낙인 찍었죠. 그래서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실테구요. 뭐 어쨌거나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했으니 불법 시위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도로교통법이 헌법보다 위에 있는 법이었나요? 오히려 이미 밀려나고 있던 시위대에게 물대포까지 발사한 것이 과잉 진압, 불법 폭력 진압이 아닐런지요?


    평화로운 방법으로 집회와 시위가 이뤄진다해도 공권력은 폭력적인 진압을 시도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비폭력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국민 모두가 들고 일어나 비폭력 저항에 참여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 역사적인 6월 항쟁처럼요. 제아무리 독재자 살인마라 하더라도 국민 모두를 쏴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한번 더 물어보겠습니다.


    불법 폭력 집회가 안된다는 분들, 평화로운 집회만 해야 한다는 분들, 정작 당신들은 평화로운 방법을 통한 집회 시위, 국민의 의사 전달 행위에 한번이라도 참여해보셨습니까? 만약 참여해 봤다면, 언론에서 불법 폭력 시위라고 낙인찍은 집회들이 진짜 폭력과 불법으로 점철된 시위였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십니까?

    ▶◀인생을즐의 꼬릿말입니다
    겟돈사기연합(게임 돈내고 사기 연합)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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