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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힘센과자입니다. 그간 바빠서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오늘은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푸엥카레의 추측(Poincaré conjecture)과 우주의 모양(!)에 대하여 적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우주의 모양이 어떻게 생긴지 상상해보신적이 있습니까?
Theorem(Perelman) [Poincaré conjecture]
Every simply connected, closed 3-manifold is homeomorphic to the 3-sphere.
전혀 엄밀하지 않아 수학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겠으나-ㅅ-; 그나마 알기 쉬운 말로 풀어쓰자면, ‘경계가 없고 유한한 3차원 우주에서, 만약 모든 고리를 끌어당겨 한 점으로 모을 수 있다면, 이 우주는 3차원 구와 “같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말도 잘 다가오지 않으실 텐데 아래의 용어 설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3차원 구(3차원 우주)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신 분이라면 원의 방정식이라는 것을 배우셨을 겁니다. 간단히 반지름을 1로 둡시다. 그렇다면 원의 방정식은 가 됩니다. 이것을 ’1차원 구’라고 합시다. 1차원이라 이름 붙인 것은 만약 원 위에 완벽하게 갇혀있는 인간(?)이 살고 있다면, 인간이 인지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방향이 앞(혹은 그 역으로서, 뒤)이라는 한가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과생이시라면 공간좌표에서 구의 방정식 또한 배우셨을 테지요. 좌표를 하나 늘려서, 라고 씁니다. 이것을 ’2차원 구’라고 합시다. 만약 이러한 구 표면 위에 완벽하게 갇혀있는 인간이 살고 있다면 우리가 인지하는 방향은 앞(혹은 뒤), 오른쪽(혹은 왼쪽) 이렇게 두 가지의 ‘합성’뿐이 되겠지요.
이런 방식으로 n차원 구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는데, 3차원 구라는 것은 3차원 공간좌표 안에 들어 있는 우리가 익히 아는 구(즉, 2차원 구)를 말하는 것이 아닌, 4차원 좌표계에 집어넣을 수 있는 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 안에 완벽하게 갇힌 인간은 앞(뒤),오른쪽(왼쪽),위(아래)의 3가지 방향(의 합성)만을 인식할 것입니다. 참고로, 이러한 3차원 구를 우리가 global하게 시각화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시각화 하려면 4차원 좌표계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우리 눈은 4차원 공간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어떤 우주에 완벽하게 갇힌 인간이 위의 3가지 방향만을 인식한다면 그 우주를 3차원 우주라고 합니다.
2. 경계가 없다.
고대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모양이 원판이라고 믿었으며 그 원판의 끝에 다다르면 지옥불(!)이 펼쳐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예를 들어 적도 부근으로 항해하는 항해사는 지옥불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믿어 적도 이하로 항해하기를 꺼려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판의 ‘끝’이 바로 지구 표면의 경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지구 표면은 ’2차원 구’ 모양을 하고 있어 무한하게 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겠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지구 표면 혹은 2차원 구는 경계가 없습니다. 3차원 우주가 경계가 없다는 뜻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3. 유한하다.
하지만 몇몇 고대 사람들은 지구 표면이 원판이 아닌, 끝도 없이 펼쳐지는, 마치 xy좌표계와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만약 지구 표면이 이러한 xy좌표평면과 같았다면, 우리는 아무리 큰 값을 주어도, 우리로부터 그만큼 떨어진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말 그대로 무한히 지구 표면이 뻗어나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구 반지름이 대략 6400km라는 가정 하에, 우리는 우리로부터 약 20106km(6400×π km)보다 더 먼 지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참고로 위의 값은 지구를 벗어나지 않고 잰 거리입니다. 지구 안에서는 지구 반대쪽까지의 거리가 약 20106km입니다. 지구를 벗어나서 재면, 지구 반대쪽까지의 거리는 6400×2km = 12800km가 되겠지요. 그래도 ‘거리’가 유한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자신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라는 것이 우주 안에서 유한하다면, 그 우주를 그냥 ‘유한하다’라고 합니다.
4. 모든 고리를 끌어당겨 한 점으로 모을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끈으로 고리를 만들었을 때, 그 고리 양쪽을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겨 고리의 사이즈를 줄여 결국 통째로 우리 쪽으로 모을 수 있다면 그 고리를 수축 가능(contractable)하다고 합니다. 만약 고리가 애초부터 작으면 당연히 수축 가능할 것입니다-_-; 하지만 여기서 모든 고리라는 것은 매우 큰 고리도 고려해야 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지구 표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라면, 적도를 두르는 커다란 고리도 테스트를 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음 그림과 같이 이와 같은 커다란 고리도 수축 가능합니다.
하지만 만약 지구 표면이 도넛 표면과 같다면 어떨까요?
위의 그림에서 초록색, 붉은색으로 표시된 커다란 고리 a,b는 수축 가능하지 않고, 작은 고리 c는 수축 가능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5. 같다.
여기서 “같다”라 함은 위상적으로 같다(topologically same)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연속적 변화(?) 혹은 주무르기(??)를 통해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둘을 같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은 컵과 도넛이 같음을 보여줍니다.
위의 용어들을 염두해 두고 다시 한번 푸엥카레의 추측을 읽어봅시다.
‘경계가 없고 유한한 3차원 우주에서, 만약 모든 고리를 끌어당겨 한 점으로 모을 수 있다면, 이 우주는 3차원 구와 “같다”’
이 문제는 1900년 앙리 푸엥카레(Henry Poincaré)가 발표한 추측으로, 100여년간 수학자들을 괴롭히며 난제로 자리잡았고, 클레이 수학연구소(CMI)의 밀레니엄 7문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저 3이라는 숫자를 자연수 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일반화된 푸엥카레의 추측(generalized Poincaré conjecture)이라고 합니다(사실은 몇가지를 더 바꾸는데 생각하겠습니다.). 이 추측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선 일 경우 거짓임이 자명하고, 일 경우는 비교적 쉽게 풀리는데 의 경우 문제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1960년 Stephen Smale이 일 경우를 증명하여 1966년 필즈상을 받았고, 일 경우를 Michael Freedman이 1982년에 증명하여 1984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비로소 Grigori Perelman이 오리지널 버전 인 경우를 2003년에 증명하여 2006년에 필즈상을 거부했습니다?(-_ㅠ;;) 증명의 아이디어는 배경지식이 매우 많이 필요하기에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Perelman의 증명은 단순히 ‘(위상적으로)같다’는 것을 보인 것 뿐만 아니라 ‘미분구조로 보아도 같다’, 그리고 ‘선형적으로도 같다’의 증명을 포함하며 3차원 우주의 분류에 관한 추측인 Thurston’s geometrization conjecture를 푼 것이어서 훨씬 포괄적인 증명이고, 푸엥카레의 추측은 단순히 이것의 일부분이 됩니다.)
이제 푸엥카레의 추측을 살짝 이용하여 우주의 모양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지요.
우선, 매 시간마다 우리가 ‘거시적으로’ 3차원 우주에 있다는 것은 반박하기 힘든 사실입니다(참고로 초끈이론에서는 ‘미시적으로’ 우주를 이루는 끈이 3차원 상의 6차원 도형 Calabi-Yau Space 속에 있어 결국 9차원 우주를 구성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의 우주는 ‘3차원 우주’일텐데, 도대체 3차원 우주들 중 어떤 형태일까요? 그냥 (xyz공간좌표)일까요? 3차원 구? 아니면 3차원 도넛?
우주 안의 물체가 우주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상상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므로, 우선 우리 우주에 경계가 없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만약 경계가 있다면 우리는 그 경계에 다가가는 방향으로 진행하여 결국 우주를 탈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아주 나약한 존재ㅠ_ㅠ이므로 우주 바깥으로부터 기원하는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옳겠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 놓인 모든 고리를 끌어당겨 한 점으로 모을 수 있는가? 위에서 설명하였다시피 작은 고리는 당연히 한 점으로 모을 수 있고, 즉 수축 가능하고, 따라서 문제는 scale이 매우 큰 고리에 대한 것인데, 우리가 끈을 메달고 우주를 한바퀴 돌아 와서 그 끈을 당겨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ㅠ
한편 몇몇 수학자들은 이것에 대한 해답을 양자역학에서 찾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물체는 파동의 성질을 지니는데, 이 파동은 매우 똑똑하여(?) 근본적으로 몇몇 조건들과 함께 복잡한 편미분방정식(PDE)을 풀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 우주에는 경계가 없고, 이러한 우주적 조건에서 PDE를 풀었을 때 만약 우주에 수축 가능하지 않은 고리가 존재한다면(정확히는, 우리가 PDE를 푸는 영역이 그러한 공간이면) 지금 보이는 것과는 사뭇 파동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파동은 관찰된 적이 없으므로 아마, 우주에 놓인 모든 고리를 끌어당겨 한 점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global한 성질의 내용을 local한 소립자의 PDE로부터 추측한다는 것은 상당히 재밌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질문은 우주가 유한한가입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그냥 공간좌표계일 것이고, 유한하다면, ‘푸엥카레의 추측’에 의해 우주는 3차원 구의 형태가 됩니다. 이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관찰을 해봅시다.
지구 표면은 2차원 구와 같이 휘어져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제 3의 방향을 통해(즉, 위쪽 방향) 지구를 빠져나가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지구 표면에 완벽히 갇혀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구 표면이 휘어져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즉, 우리가 우주를 빠져나가지 않고 우주가 휘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지구 표면의 경우, 계속 앞으로 갔을 때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지구는 휘어져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작은 활동 범위 안에서 이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Gauss는 주변의 local한 기하학이 곡률을 결정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Gauss’s Theorema Egregium)하였고, Riemann은 이를 발전시켰습니다. 따라서 휘어진 정도를 보려면 local한 기하학을 살피면 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예를 들어 지구 표면에서 자신으로부터 거리가 만큼 떨어진 점들의 집합, 즉 원을 그리고 그것의 둘레의 길이를 이라 할 때, 휘어진 정도는 로 주어집니다(만약 이면 위의 값이 0이 되고 즉 이는 그 지점이 휘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우주에서 공간의 휘어짐을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중력’입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이를 말해주고, 실제로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휘는 것을 1919년 Eddington이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오늘날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밀도와, 휘어지지 않은 우주의 밀도의 비율을 (density parameter)라 두고, 그 값을 측정한 결과 (오차 : 0.02) 임을 밝혀냈으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주에 쓰이는 기하학이 구면기하학(spherical geometry)일 것임을 말해줍니다. 한편 만약 우리가 우주가 균일한 밀도를 가진다고 근사시킬 수 있다면, 1보다 큰 값의 조건 하에(즉 우주가 일정하게 같은 정도로 휘어져있다는 가정 하에) 우주가 무한히 크지 않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는 3차원 구형일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게다가 몇가지 계산을 통해 인 우주가 3차원 구라면 그 반지름은 약 980억광년 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상이 안되는 사이즈입니다만…
어떤 사람은 ‘만약 우주가 3차원 구형이라면, 지구 표면에서 앞으로 걸었을 때 제자리로 되돌아오듯, 우리로부터 떠나간 빛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냐? 그러니까 (만약 장애물이 없다면)우리의 하늘은 죄다 우리들의 모습으로 덮일 것이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어지럽지만 이것은 완벽히 옳은 주장입니다. 다만 빅뱅 이후 현재까지 약 137억년이 흘렀으니, 아직 그 때 터져나온 빛은 우주를 다 덮지도 못했을테죠. 설사 우주의 정 반대편에 무언가가 있어서 빛을 발산한다 해도 우리의 하늘에 도달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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