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시사 게시판에는 이런 글 밖에 쓰는 게 없는 것 같네요.
조심스럽지만 한번 더 전의경에 관하여 한 말씀 드려보고자 합니다.
저는 08년 2월 21일 입대하여 의경 생활을 했고, 같은 해 일어났던 쇠고기 파동 시위에서 무릎을 소화기로 가격당하고 의병전역한 한 의경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시위가 커지고 강경진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때 전의경에 관련하여 생각한 건 이상의 비난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하건데, 명령받은 것 이외의 불법적인 행동(과잉진압을 포함한 언어 폭력을 비롯한 폭력적인 행위)를 비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전의경이 있다면 단언컨데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군 생활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르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여러분이 전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신다면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08년도 입대하여 쇠고기 파동에서 진압 도중에 다리를 다쳐 의병전역을 하게 되었지만, 정작 저 자신도 해당 시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사게에서는 전의경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대해 왜 불복하지 않느냐, 항거하지 않느냐 등의 이유로 나치의 수하에 비교하는 글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비난의 글이 올라오고 있고, 베스트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의경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만큼, 전의경의 생활은 경찰에 가깝지 않습니다. 육해공군 출신 및 오해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시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의경은 군 생활 그 자체이고, 다만 맡는 업무가 다를 뿐입니다. 육,해,공군을 나오신 여러분들이 주특기에 따라 훈련하시듯, 전의경은 방범업무와 시위진압 및 기타 경찰 업무와 관련한 인력동원의 임무를 맡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군인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무생활을 비롯한 월급(제가 복무했을 때 당시 기준으로 육해공군에 비해 좀 높긴 했습니다만, 당시 PX가 없었던 것에 비추어 보면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의경 월급은 이경 기준 9만원 정도였습니다.), 휴가, 상명하복 등 모든 것이 일반 군인과 동일합니다. 휴가 제한 및 기타 규정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서부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즉, 왜 정의롭지 못한 명령에 대해 불복하지 않느냐에 대한 부분이 가장 여러분의 분노를 크게 사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꿔 생각해주세요.
군생활을 보내신 분들이라면 조금 더 이해가 쉽겠습니다만,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해, 보통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 그런지는 보내보신 분들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명백히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는 생각이 있어도,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 계속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들끼리 그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목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에 대해 어떤 후폭풍이 뒤따르는지에 대해서는 밀리터리 게시판에 있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 군생활을 보내지 않은 분들이라도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전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군인의 업무를 경찰의 업무로 대체한다는 것 이외에, 전의경과 육해공군의 생활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원수리를 비롯하여 각종 악습이나 어떤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군대에서 받았던 실전훈련(친구에게 들었는데 실전을 가장한 훈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5대기 상황이라던지)에서는 어땠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던 그 훈련들은 실전을 가장하여 훈련하기에 내무생활에 관련된 악습은 덜하지만 오히려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제재 및 처벌이 뒤따른다고 들었습니다. 약간 시점을 바꿔보면, 전의경에게는 실전훈련이 아니라 진압상황 자체가 실전으로 다가오고, 이 때가 되면 군대에서 받는 실전훈련, 혹은 실전을 가장한 만큼이나 상명하복이 심해진다고 생각하실 수는 없으실까요? 평소 내무부조리 등에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훈련을 나가서 그러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물며 전의경에게는 직접 사람을 맞대고 상대해야하는 실전입니다.(적을 상대하는 실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을 가정하고 나가지 않고,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2년을 함께 할 사람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모르는 현실을 앞에 두고 옳지 않는 명령이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명령 자체가 생각할 수 있는 명령이 내려온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대부분의 경우, 시위 진압에 들어가면 내려오는 명령은 수인(지침을 받는 사람)을 제외하면 단순하기 그지없습니다. 방패들어, 전진 등의, 생각할 건덕지 자체가 없는 명령이 내려옵니다. 흔히 농담으로 내려오는 군 내에서의 '까라면 까'는 육해공군만의 말이 아니라 전의경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하물며 중대가 함께하는 가운데, 생각할만한 건덕지도 없으며 내 옆의 모든 이가 수행하는 이런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더우기, 전의경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군인의 신분입니다. 군인의 신분이었을 때를 기억하신다면, 그리고 군인에 대해 아신다면, 위에서 내려온 명령에 대해 정의로운지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불복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시는 일은 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불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며 제가 그랬듯이. 대다수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전의경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을 때 스스로 괴로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꾸 얘기가 반복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군인이었던 분들도 '내가 군인이 아니었으면 이런거 한번 뒤집어 엎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것을, 전의경도 그대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