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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부분의 군필 전역자나 나이 좀 있는 아저씨들, 아줌마들이
북한과의 전쟁 이야기가 나오면 짐짓 진지한 척 하면서 대뜸 던지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은 잃을 게 없고, 우리는 모든 걸 잃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허구이며, 전쟁의 본질과 현대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도 없는 사람들이 할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한국군도 가장 중요한 장비 부문에서는 어느정도 현대화되어 있으나,
인적부문(전투병 등)은 아직 베트남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라
술자리에서 술만 오르면 자기도 꼴에 육군 병장 만기 제대 전역자라고 저런 말을 할 사람 되게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기들이 썼던 K-2 소총의 M100, M193탄이 구체적으로 인체 내에 들어박힌 후
어떤 궤적을 그리고 어떤 작용으로 살상 작용을 하게 되는지조차 모릅니다.
심지어 훈련소 조교들도 몰라요.
조교나 훈련병이나 다 낡아빠진 베트남전 시절 군사교육을 받고 있거든요.
그냥 들어간 구멍은 작고 나온 구멍은 사과만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죠.
다른 예로 북한 전차 한 대가 한국군 전차 한 대랑 비슷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 역시 적잖을 것이고
한국군에서 가장 흔한 전차 K-1 한 대가 북한 전차 3~4대 쯤은 종류 불문하고
동시에 혼자서 쌈싸먹을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차병 빼고 소수일 것입니다.
(거리만 떨어져 있다면 탄 떨어질 때까지 교전가능. K-2전차는 거의 불사)
또다른 예로 최근의 북한의 군사도발은 왜 서해에서만 일어나는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전역자나 일반인이나 다 모릅니다.)
일단 "북한은 잃을 게 없다"는 부분부터 봅시다.
북한이 전쟁을 시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대를 장악한 최고 지휘관의 결단, 즉 [명령]입니다.
여기서 북한군의 최고 지휘관은 누구일까요?
형식적으로는 누가 그 자리를 취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김정은과 그를 위시한 소수 권력집단입니다.
그들 소수가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는 북한의 피라미드 계층 최상위에 자리잡으면서
군대 역시 그들의 수족마냥 장악하여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김정은 한마디에 군대가 움직이죠.
일단 북한군은 김정은의 의지대로 죽고 사는 체제가 되어 김정은의 통제 하에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북한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100만 대군+500만 예비군(노동적위대 같은 거)도 있겠다. 남자답게 호기롭게 남침을 하여 한국사회에 쌓여 있는 부와 땅덩이를 차지하려 들까요?
아마 그 생각은 김정은만 한 게 아닐 겁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이미 그 생각 다 해 봤습니다.
그 생각을 토로해보니 별들로 구성된 군 실무자들이 이런 대답을 내놓겠지요.
"지금은 6.25랑 달라서 선제공격하면 휴전선 일부를 48~72시간 정도 점거는 할 수 있겠지만 전쟁 명분이 한국군+미군에 넘어가 중국군의 개입도 쉽지 않고 그 후환이 막심하여 북한 붕괴로까지 이어져 너님은 카다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장담할 수 있다."
군 실무자도 실무자이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로 내려오는 김씨 왕조 트리플 3김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스톱 쳐서 북한최고권력을 차지한 게 아닙니다.
그들 자신들도 최고의 정치가이며 실로 대단한 정치적 소양을 지닌 인물들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까딱 실수했을 때 가볍게 총살로 시작하는 숙청 트렌드의 북한 정치판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김정남처럼 오래 전에 도태될 운명이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군 실무자들이 쩔쩔매며 내놓는 저 대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자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이해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잃을 게 없다"는 말은 맞을 지 몰라도 북한군의 뜬금침공 가능성에 대한 대답은 될 수 없으며,
"김정은은 잃을 게 산더미이기 때문에 자기 꺼 지키기에 바빠 남침은 꿈도 못 꾼다"가 정확한 정의입니다.
북한사회와 북한군이 김정은의 통제를 벗어나서 당장 살 길이 막혀버린 북한 군인들과 인민들이 스스로 남침해 올 가능성이 두렵다구요?
한국군으로서는 오히려 그 편이 더 마음편한 상황입니다.
어차피 북한과 일전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면 군 대 군으로 맞서야 하는데
현대전, 아니 그냥 전쟁이라고 해도 군대는 유기적으로 잘 조직된 군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승률도 압도적으로 높으며 피해도 훨씬 더 적습니다.
흔한 말처럼 "사자가 지휘하는 양떼는 양이 지휘하는 사자떼를 이긴다"고 하는데
인류가 총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경향은 더욱더 가속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통제를 벗어난 북한군 일부 군단이 쳐 내려오면 국지도발 수준의 대응으로도 충분히 평정 가능하고
잘하면 해당 북한군단의 담당섹터를 중공군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북진, 점령하여 전초지를 만들 가능성조차 존재합니다.
전면전에 비하면 정말 미약한 희생을 치르고 말입니다.
북한군 선전영상이 아무리 무시무시하다 해도 국력과 장비, 예산,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보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군대의 승률은 0%에 수렴되어 온 것이 역사의 냉엄한 증명이며 현실인 것입니다.(그 좋은 예가 남한에서 활동했던 빨치산)
다른 상황으로는 북한과 북한군의 통제를 벗어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여 휴전선 이남으로 대거 유입되는 상황인데
이는 보는 각도에 따라 골치 아플수도 있고 일부 북한군의 개별적 할거보다도 더 편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북한 난민의 대량 발생은 북한 중앙 정치기구의 통제력 상실이 주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기본적으로는 북한군 일부 군단의 개별 할거보다도 대처하기 편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민에 불과한 난민들이 한국군에 무슨 위해를 끼칠 만한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앞서 말한 것처럼, 잘 조직된 군에 맞서려면 역시 잘 조직된 군으로 맞서야지 난민으로 어떻게 해 보려는 건 정말 멍청한 짓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수긍이 갈 것입니다.
지리적 여건상 한국군은 속시원하게 위로 쳐 올라갈 수 없고, 만에하나 밀려버리면 꼼짝없이 부산 앞바다에 빠져죽는 형국이라 할 만 하겠지만
한국군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존나 강합니다.
그 강함의 원천은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는 한국의 경제력과 과학력, 기술력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고 있는 교육, 산업, 과학/기술 발전이 모두 군의 근육과 뼈가 되고 있는 겁니다.
전쟁이 나더라도 군과 정부가 할 말인 "국민 여러분들은 생업에 계속 종사해 주시고..."라는 문구는 바로 거기서 연유합니다.
100만 대군 북한군과 숫자도 점점 줄어가는 45만 한국군이라고 숫자에 벌벌 떨지 마세요.
이라크 전에서는 100만 대군 이라크 군이 70만 영미 연합군에 개 쳐발렸습니다.
교전비(전사자 비율)는 이라크 200000(20만)명 : 연합군 300(삼백)명에 육박하면서요.
벌써 20년 전 전쟁이 저렇습니다.
한국군이 20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상상도 안 가실 분 많습니다.
지금의 북한군은 20년 전의 이라크군보다 약합니다.
지금의 한국군은 20년 전 연합군 전력의 70~80% 수준까지 따라왔습니다.
(그 때 미군도 없었던 기술을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전차용 하드킬 능동방호 시스템)
미군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항공이나 해상보급전력만 서포트해줘도
한미연합군의 전력은 이라크 때 연합군 전력의 120%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만약 북한과 전면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본인의 예상으로는
최소한 교전비 1:30 정도로 한국군의 압도적인 우세가 점쳐집니다.
더 이상 "북한은 잃을 게 없고, 우리는 모든 걸 잃는다"는 무식이 철철 흐르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고
"전쟁나면 다 죽는다"는 한층 더 무식한 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소개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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