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패패승승승으로 섬머 시즌 우승을 차지합니다!!!!!"
"메드라이프!! 정말 .. 정말 대!단합니다!!"
"블라인드 무패신화 프로스트! 오늘도 연승을 이어가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프로스트한테 패패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기적의 한타!! 대단합니다 아주부 프로스트!!!"
매번 들어오던 말들.
슬로우스타터. 벼랑 끝에 몰려야 실력을 발휘하는 팀.
그런 평가에 익숙해져 있는 프로스트.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첫 경기부터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연승을 좋아하며, 쉽게 이기고싶어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게임이 기울어져 가고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그럴수록 그들이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 수도 없이 외치는 말.
우리는 프로스트잖아.
우리는 프로스트야...
벼랑 끝에 몰렸을때 역시 믿고 의지 할수 있는 단어.
그들은 아주부 프로스트 였으며, 그들은 항상 견뎌냈고, 버텨냈고, 이겨냈다.
건웅은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한다. 이 경기가 끝나면 환하게 웃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한다.
아마 다음 경기는 기세를 몰아 쉽게 이길수 있을것만 같았고, 블라인드에 들어간다면
패배따윈 생각할수없다.
우린 프로스트잖아... 이겨낼수있어...
동분서주 맵을 돌아다니는 민기와 현우가 미니맵에 잡힌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곳엔 어김없이 와드가 설치되어있고, 신짜오와 레넥톤에
쫒겨다니기 일수였다.
봇라인에 있는 민성 역시 더 이상 버텨내기가 힘들다.
상면이 또한 이미 너덜너덜해진 타워 옆에서 힘겹게 포션을 마시고 있는 상황이 눈에 띈다.
..........
내가....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내게 조금만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
건웅은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에 쉽사리 미드타워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형.. 탑 라인 커버를 좀 가야 할거 같은데....."
"응, 바로 갈께"
"형 바텀 타워 부셔져요"
"어 거기도 갈께"
레넥톤은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듯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타워 사이를 누비고 있었고, 신짜오 또한 프로스트의 정글에서 사냥을 하며
시시탐탐 상태가 좋지 않은 이렐리아를 노리고 있었다.
탑라인은 이미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고 지원을 안갈수도 없다....
현우의 트런들이 잠시 자리를 멈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현우 형?"
"상면아, 미안한데.. 탑 가면 신짜오에게 죽을꺼야 분명..정글에 있을께 분명해.."
"형 그래도 이 라인 못지키면 2차 타워까지 순식간에 밀려요.."
".... 그래도 킬을 내주는것 보다 낫지 않냐?"
"........"
지금 현우는 상면이 아는 현우가 아닌것 같았다.
아무무를 움직일때도 챔피언만 아무무였지, 그의 움직임은 흡사 리신과 같은 매서움이 느껴졌다.
어느 라인의 갱킹을 두려워 하지도 않았으며, 그 어떤 적 챔프가 카정을 오더라도
쉽게 대처 해 나갔다.
하지만 현우는 지금 죽는 걸 두려워 하고 있었다. 아니, 교전 자체를 무서워 하는것 같았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우리 프로스트에요."
민기의 목소리.
마음 속으로 항상 외치던 말. 내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존재해주던 이들.
그들을 부르는 단어. 프로스트.
현우는 헉 하고 가슴 속을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질수도 있는거잖아... 우린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했어... 우리가 주인공도 아니였고,
우리가 매번 이길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린 프로스트잖아?
우리는 주인공이 됬고... 우리는 이겨왔어... 사실 우리는 지는것도 익숙하잖아...?
"얘들아..."
현우의 목소리에 잠시 협곡에 존재하는 챔피언들의 움직임이 멈춰든다.
"핫.. 이거 못이길거 같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는 현우.
"그래도, 지더라도 프로스트 답게 져 주자.. 우리 게임은 이게 끝이 아니니까."
잠시 현우의 말을 듣던 팀원들 역시 피식 헛 웃음이 나온다.
"하운이한테 뭐 뜯어먹을지나 정해놔요"
"하, 그럼 저 악어자식을 잡아볼까? 셋이서 패면 죽지 않겠어?""
"어우 라이즈로 미니언만 먹었더니 너무 심심하네, 나도 올라간다!"
지고 있는 게임. 우승에서 점점 멀어져 단상 아래로 내려가기 한발자국 전.
많은 이들이 프로스트의 우승을 점쳤고, 승리를 당연하게 여겼으며
그들이 최강이라 치켜 올려 줬다.
하지만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에게 이기던 지던, 우승을 하던 못하던
다음날은 따뜻한 햇살이 그들을 반겨줄것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 될것이다.
"좋아쓰! 저 악어 잡았어!"
"야 우린 셋 다 죽었는데?"
"크크큭. 그래도 저 악어 500원이에요 비싸잖아~"
세명이 모든 스킬을 퍼부어 힘들게 레넥톤을 제거한 프로스트.
분명 손해지만, 그들의 입꼬리엔 웃음이 조금 씩 퍼져 나갔다.
"건웅형! 저거 딸피! 쫒아 !"
"좋아쓰 맡겨!"
건웅의 이즈리얼도 과감한 앞비젼으로 를루를 쫒았지만, 상대방의 백업에
오히려 데스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건웅의 데스 보단 룰루의 생존에 맞춰졌다.
"아 저게 살아가네!"
"쟤 원래 미꾸라지같이 쏙쏙 빠져나가잖아."
"이따 끝나고 한대 쥐어박아줘요 형 큭큭"
게임은 점점 기울어져갔다. 이제 그들과 나진은 레넥톤 하나 이길 수 없을만큼 큰 차이가
나버렸고, 사실 상 우승의 단상에서 발을 띈 상황이였다.
상대팀 나진은 자신들의 우승을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혹시나
자신들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쳐버릴까 조심조심 타워를 밀어가기 시작 했고,
외각 타워들을 모두 철거했다.
"형, 프로스트 좀 이상한데요?"
"왜?"
"아니 셋이 가서 형 잡는것보다 라인관리하는게 골드도 더 많이 벌릴텐데..굳이 거기 가서 잡힐 필요가.."
"맞아, 건웅형도 좀 이상해요. 나 점멸 있는거 알았을텐데?"
"쟤네 던지는 수준인데?"
그들을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막눈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던지는게 아니야.."
"프로스트는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은거 겠지, 질질 끌려다니다가 힘없이 주저앉는건 우리가 아는 프로스트가 아니잖아?"
"..........."
네명 역시 막눈의 말을 듣더니 순간 잠잠 해 진다.
"자, 가자구. 전 시즌 챔피언이 양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 해 주고 있잖아.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
그리고 외쳐진 한마디.
두 다이브.
봇 2차 타워에서 나진은 다이브로 한타를 열었고, 프로스트 역시 빼거나 도망가지 않고,
모든스킬을 퍼부어 맞상대를 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챔피언들을 보며
암울해질만도 할 분위기였지만, 프로스트는 그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막눈 저놈 은근 싸가지가 없다니까? 그냥 대놓고 들어오네"
"이따 혼을 내주자고요. 하핫"
그렇게 게임은 막바지로 향했고, 이윽고 우물에서 상대방이 자신들의 숨통을 끊어버리면 모든게
끝이나는 상황이 되버렸다.
"웃자, 얘들아. 웃어주자. 새로운 챔피언을 축하해주고, 웃어주자.
하지만 그 웃음은 잘 기억해둬, 우리가 축하해주고 있는 의미도 잘 기억해둬."
"다음번에 우리가 받아야 할 것 들 이니까."
이미 게임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프로스트의 맴버들 역시 적들의 활약을 인정해줄수 있었고, 웃어줄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들 마우스에서 손을 놓았을 때, 모두 패배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평가와 칭찬을 하고 있을 무렵.
유일하게 마우스를 잡고 마지막 까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챔피언이 있었다.
알리스타.
이미 끝나버린 상황에서, 막눈의 우물 다이브 세리모니를 저지하며,
넥서스가 부셔지는걸 1초라도 늦추겠다는 의지가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졌다.
민기는 웃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 하지도 않았다. 팀원들에 대한 원망도 없었다.
우승을 차지한 상대방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역시 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무슨생각인지. 1초라도, 아니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고 싶었다.
... 미안하다. 너 없이도 이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
끝끝내 막아내지 못한 레넥톤에게 우물 다이브를 당하고 골드가 들어왔다.
그의 아이템 창에 있는 골드는 800골드.
상점을 보니 800골드로 살수 있는 아이템 중 흡혈의 낫이 민기의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