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화장실에서 쾌변을 해왔지만 가끔 화장실 가는 게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참는다.
근데 이번주는 그게 좀 과한 모양이었다.
더욱이 삼시 세끼 다 처먹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지새키들 in my stomach 때문에
이틀 연속 치느님을 소환했던 것도 한몫 거들었던 것 같다.
.......
삼일을 참았다.
변비도 없는 놈이 자력으로 그걸 참아냈다.
오늘도 참을까 했지만 몸이 부쩍 무거워진 것 같아서 선심쓰듯 화장실에 갔다.
힘을 주자마자 새로산 케찹을 쥐어 짜듯 그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이건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아나콘다를 낳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뱃속에는 아직 한마리가 더 있는 듯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을 내렸다.
'늦었나?
.....아닐거야. 괜찮겠지.'
또 힘을 줬다.
다시 한 마리가 끊김없이 내 몸에서 빠져나왔다.
꼬리까지 빠져나오는 순간 나는 아직 끝이 아니란 걸 느꼈다.
작은 놈 하나가 더 남아있었다.
충격이었다.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었을 줄이야...
다시 한 번 물을 내렸다.
'응?'
물 내려가는 소리가 시원찮았다.
'설마?!'
내 분신(...)에 차가운 물이 살짝 닿았다.
'?!!!'
순간 일어나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했지만 어차피 이 상태에서 더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직 일이 끝나진 않았지만 괄약근에 힘을 주며 일단 일어났다.
순식간에 변기물은 표면장력의 한계까지 차올랐다.
첫 번째 물내림에서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는 걸 변기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야 알 수 있었다.
당황, 당혹 그리고 공포가 몰려왔다.
사고가 정지된 듯 뭘 어찌해야 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몇 초 지나고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변기 뒤에 놓여져 있던 뚫어뻥을 들어올렸다.
아마 이 놈도 자신이 이정도까지 처참한 상황에서 쓰일 거라는 건 짐작하지 못했을테다.
심호홉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뚫어뻥을 변기 깊숙한 곳에 밀어넣었다.
"으으으으....."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왔다.
'제발 한 번에 내려가라.'
힘주어 뚫어뻥을 눌렀다가 뽑았다.
"으으아아악!!!"
뚫어뻥이 뒤집혔다.
"아으... 야이 미친...아으......아......으으으..."
재빨리 화장실 전체를 훑었다.
뭔가 도구가 필요했다.
손으로는 안된다.
여기서 뭔가 더 바닥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
나는 아직 인간으로 남고 싶다.
그러나 마땅한 도구따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친듯이 뚫어뻥을 바닥에 문질렀다.
겨우 뚫어뻥이 제모양을 찾았다.
(나중에 변기 청소용 솔을 발견했을 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또 뒤집히지 않게 하려 조심스레 뚫어뻥질(?)을 재개했다.
공기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용없었다.
한 번 더...
"으으으으..."
다시 한 번 더....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제발..!!"
아나콘다는 점점 해체되어 갔고, 물은 이미 그 색을 잃었다.
"으으으으...흐....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뚫어뻥질(?)을 몇 차례 더 하는 동안 어느새 신음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도 않았지만 별로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정신이 좀 나갔다.
지금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그 아나콘다놈.
대장에 삼일 동안 있었더니 수분이 다 빨려 엄청 단단하게 환골탈태를 한 모양이다.
두어 번 더 뚫어뻥질(?)을 하고나서야 드디어 시원한 소리와 함께 물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화장실 바닥은 X물로 흥건했다.
나는 반쯤 울면서 샤워기로 변기 주위를 청소하고 다시 변기에 앉았다.
그랬다.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나는 울면서 똥을 쌌다.
결국 사흘 화장실을 참은 대가로
나는 갑작스런 화장실 청소 및 샤워를 해야만 했고, 정신적외상을 덤으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