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대폭 할인된 가격에 수입맥주를 사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맥주 유통업체가 정부에서 정한 '기준가격' 이하로 할인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산맥주에만 적용하는 주류 할인제한 규정 때문에 국내 맥주시장이 수입맥주에 잠식되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13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주형환 1차관 주재로 열린 '투자·수출 애로 해소 간담회'에서 "기준가격을 제시해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업계에 전달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품지급과 가격할인 제한 규제로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업계의 건의가 있었다"며 "수입업자와 도소매업자 간 거래금액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주세법이나 국세청 고시를 개정하는 등 관련 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국산 주류는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제공과 도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 원천금지돼 있다. 반면 수입 맥주는 대량으로 맥주를 들여오는 만큼 재고물량을 유통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빨리 소진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 대폭 할인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업자와 도·소매업자 간 유통마진 등 실질 거래가격이 파악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기준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할 경우 외국과의 통상마찰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입 맥주의 거래현황과 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입 맥주 유통업체의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과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