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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2306
    작성자 : harijan99
    추천 : 11
    조회수 : 1175
    IP : 182.210.***.18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12/30 14:37:36
    http://todayhumor.com/?panic_62306 모바일
    얼이 빠진 경험??? 혹은 귀신이 된 경험???
    저는 여행을 좋아했죠...
    세계의 오지라는 곳은 꼭 가봐야 했죠...
    그러다 칸첸충가라는 산에 오르게 되었죠...
    칸첸충가라는 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에서 고도 8000미터가 넘는 산 중에 하나에요...
    설악산이 2000미터??? 정도인데 8000미터 고도는 대단한 거죠...

    저는 산꾼이 아니에요... 여행꾼이지...
    어찌어찌해서리 칸첸중가에는 가게 되었는데... 길을 잃어버렸네요...
    우리 아마추어들은 베이스켐프를 넘어가질 않아요... 
    프로등산가의 시작점이지만, 고도가 5000에 가까워서리 프로등산가들의 필수장비인 산소호흡기가 필요해요...
    제가 길을 잃은 고도는 4000정도였죠...
    산소량이 해수면에 비해서 20%밖에 없다나 뭐라나...

    아무튼 산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경치가 쥑이더군요...
    산길 아래는 안개가 넘실대고... 길 위로는 눈꽃이 자욱하고... 머리 위로는 구름이 잔뜩 끼었죠...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눈앞이 하옛죠...

    셰파사람들의 마을이 나타나야 하는데 안나왔죠...
    텐트는 가지고 있었지만 10여년 여행에서 사용한 경우는 이곳이 처음이었죠...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잤죠...
    정말 처음으로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텐트치고 노숙했죠...
    먹을 것도 없어서리 영국신사 그림있던 인도산  비스켓 몇조각 먹었죠... 

    다음날 아침일찍 길을 떠나는데... 어질하더라구요...
    제 정신 못차리고 힘들어질때, 호흡법이 중요하더군요...
    지금이야 의식하지 않아도 숨은 쉬어지지만, 그때는 억지로 숨을 조절해야 했어요...
    ㅋㅋㅋ... 남들은 숨이 막히면 '헉~헉~헉~'거리지만,
    저는 힘이들때면  '칸~첸~충~가~'라고 하는 버릇은 여기서 생겼죠...

    새벽에 길을 떠나서 오전 10시쯤이 되었나요???
    칸첸충가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는데...
    시야에서 검은 꽃이 피더군요...
    눈에 보이는 풍경이 영화 스크린이라고 할때 그 스크린에 누가 검은 먹물을 한 방울씩 떨구더군요...
    이 검은 물방울 자욱들이 몇초만에 사라지다가 그 시간이 늘어나며 시야 전체가 새까매지데요...
    그러다 차차 눈이 보이는데... ㅋㅋㅋ... 내 뒷모습이 보이더군요...
    내 녹색 배낭과 밑에 매단 텐트... 옆에 매여진 생수통의 상표까지 모조리 보이더군요...
    ㅋㅋㅋ... 지금도 웃기는 것이...
    내가 걸어가는 내 뒤통수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 
    '나는 여기 있는데 누가 내 몸통을 움직이고 있지??? 쓰러져 있어야 정상인데...'였죠...

    그렇다구요...
    설악산 정상보다 두배 높은 산등성이에서 길잃고 헤메다 내 뒤통수를 봤다구요...
    ㅅㅂ... 점심에 반주를 곁들인 것이 아니라... 술에 점심을 곁들인 관계로 바로 퇴근하고 오유에서 놀고 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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