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 10곳이 작성한 경제적 효과 분석을 보면, 재협상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분야 무역수지 흑자가 애초 협정보다 연평균 53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자동차 세이프가드(일정 물량 이상 수입이 늘어날 때 관세를 복원하는 조처)라는 ‘보호장벽’이 도입됐다.
하지만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나머지 9개 항목은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내용 그대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의 한계가 드러나 금융 세이프가드 강화가 필요해졌고, 2010년 국회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개정해 한-미 협정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이 생겼지만 협정안 자체의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 나머지 조항은 모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줄곧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것들이다.
민주당이 ‘재재협상 1호’로 꼽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법령과 정책, 사법부의 판결까지 투자자가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의 ‘한-미 에프티에이 평가위원회’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 “우리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뒤로 후퇴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역진방지 조항(래칫)이나,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역시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있던 내용이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경우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미국 다국적 제약의 특허권자한테 동의를 얻도록 해, 결과적으로 싼값의 복제약 출시가 늦어진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돼왔다. 결국 국내 환자들이 더 많은 약값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민주당은 통상정책에 대한 정체성을 밝히고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잘못된 판단이 있었으면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에 따라 찬성, 반대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