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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장성들 모임, 2013년 보고서에 첫 등장… 건국절 논리, 전교조 타깃 등 청와대 주장 판박이
퇴직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는 2013년 2월26일 24주년 기념식 중 2013년 주요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범국민 국가정체성 및 안보교육 필요성’을 주장했다. 호국정신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들은 2013년 1월 이 내용을 담은 친서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접 보냈고 대통령 인수위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교육부에 ‘역사교과서 제도 개선’을 지시한 것은 이로부터 1년 뒤인 2014년 2월이었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가운데, 국방부와 성우회 등 군 외곽단체들이 대국민 안보교육 강화 차원에서 이 흐름에 개입해 온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방부 용역보고서에 처음 등장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프레임이 체계화되어 등장한 것은,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는 국방부 정신전력과가 2013년 4월 성우안보전략연구원에 연구를 위탁한 것으로,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은 성우회의 부설 연구기관이다. 성우회는 군의 최고위 계급 출신인 퇴직장성들의 모임으로 그 원형은 1965년 창립되었다가 80년에 해체된 ‘성우구락부’이며 1989년부터 성우회로 재건됐다. 89년 재건 당시 초대 회장은 백선엽이며, 현재 13대 회장인 김홍래(공군대장)가 이끌고 있다.
국방부와 성우회가 발간한 이 보고서의 연구목적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나라사랑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군이 협력해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연구보고서의 내용 대부분은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한 것이다. 즉 ‘6.25에 대한 편향 서술’ ‘건국 누락’ ‘천안함 46용사 누락’ 등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들이 제시되고 있다.
▲ 2013년 국방부가 성우회에 의뢰한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의 내용 일부 | ||
▲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 내용 일부 | ||
▲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 내용 일부 | ||
이 연구보고서를 국방부가 위탁하기 한달 전인 2013년 2월 26일에 열린 성우회 창립 24주년 기념식에선, 이 모임의 회원들인 퇴직 장성들에게 중요한 보고가 이뤄졌다. 성우회가 제시한 여러 추진과제들 중엔 ‘범국민 국가정체성 및 안보교육 필요성’과 ‘전교조 합법화한 통일교육지원법 즉각 폐지’가 들어있다. ‘안보정책자문위원회’부분에선 ‘국민 안보관 형성 위한 학교 및 사회교육체제 연구’가 과제로 제기됐다. 성우회는 앞선 두 과제를 포함해 6가지 주제와 관련해 당시 당선자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기념식장에서 밝히기도 했다.
고명승 당시 성우회장은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의 전면 백지화를 포함하여 한미 핵 및 미사일 핵연료 재협상, 비상기획위원회의 부활, 청와대 안보실의 승격 및 보강, 전교조를 합법화한 통일 교육 지원법의 즉각 폐지, 사병 복무기간 단축의 오판, 국민 안보 통합 교육 시스템 개발 등 우리 성우회의 7대 핵심 안보정책 요구를 그동안 4차에 걸쳐서 박근혜 대통령님에게 진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우회가 전교조를 타겟으로 하는 이유 역시 교육 및 교과서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성우회가 2007년 발표한 ‘전교조 계기교육이 안보인식에 미친 영향과 대책’ 논문은 전교조의 성향과 관련해 “그들의 사회적 가치관은 전교조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이며, 안보교육은 반통일교육으로, 충효교육은 정권안보교육으로, 국정교과서는 지배계층의 체제순응교육으로, 경제는 분배 중심의 교육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전교조는 이로부터 여덟달 뒤인 10월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들 성우회의 추진과제들은 상당부분 ‘관철’됐는데, 정부 정책의 결정 과정에 성우회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최근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8일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원전반대그룹의 국방부 해킹 문건엔 성우회 관련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엔 2014년 초 성우회가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바라는 사항 몇가지’가 적시되어 있는데 ‘전작권 전환/연합사 해체 연기 재협상의 차질 없는 추진’ 항목에선 “이번 재협상 시는 전환시기를 못 박지 말고 북핵과 연계한 상황 조건에 의한 전환으로 협의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그해 10월 미국과‘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의 합의 이전엔 명시적으로 드러난 바 없는 용어다.
청와대와 정권 핵심에 포진한 성우회
‘올바른 역사 교과서’ 등 성우회가 수행했던 용역 보고서의 내용이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는 것은 청와대 요직들을 성우회 인사들이 차지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올해 2월 개최된 성우회 창립 26주년 기념행사. 사진=성우회 홈페이지. | ||
성우회가 초중등 교과서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작하기 직전인 2013년 3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남재준은 육군 대장과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육군참모총장을 거친 군 출신으로 성우회 멤버다.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2013.03 ~ 2014.05)과 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김장수는 육사 생도대장, 육군 참모총장, 국방부장관 을 거친 역시 성우회 멤버다. 세월호 참사로 물러난 김장수에 이어 국가안보실 실장직을 이어받은 김관진도 육국 출신으로 국방부장관을 지냈다.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은 육참 총장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육사 25기(김장수 27기, 박흥렬 28기)인 남재준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한나라당 당내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의 자문역할을 했고 대선캠프에선 국방안보 분야 특보를 지냈다. 육군 출신인 남재준 씨의 국정원장 임명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문민 임명 관행을 깬 것이며 당시 정치권에선 여당 의원에게조차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군 출신이 장악하면서 정보독점과 인사 개입에 대한 불만도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급에서도 서용석 정보융합비서관(육사 37기), 김희철 위기관리비서관(육사 37기), 연제욱 국방비서관(육사 38기)이 자리를 잡았다.
박 대통령과 성우회의 인연은 그 뿌리가 깊다. 박근혜 대통령이 1974년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군 고위 장성들과 교류가 있었고 이는 현재 성우회와의 각별한 관계로 이어진다.
성우회 고문인 강영훈은 5.16 쿠데타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있었는데, 당시 육사 생도들의 군사반란 참여에 반대했으며 예편 후엔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최근 기밀해제된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 보고서에 따르면, 강영훈은 박동선이 지휘하는 미국내 ‘민간로비단체’ 일원이었고 연구소 설립에도 박정희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성우회 회장을 지낸 백선엽은 일제의 만주국 군관학교 출신으로 박정희의 선배이며 박정희가 여순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 때 그를 석방시키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2대 회장 유재흥은 일본 육사 출신으로 4.19를 전후해 퇴역했다가 1970년 박정희의 특별안보보좌관직으로 발탁되었고 이듬해 국방장관이 되었다. 1974년엔 당시 국내 대기업 외형순위 1위였던 유공 사장에 임명되는 등 박정희와 인연이 깊다.
성우회 12대 회장 고명승과 10대 부회장 나중배는 박정희가 아꼈던 하나회의 15기 멤버들이며, 4대 회장 민기식은 민주의 학도군사훈련단 장교였고 516 쿠데타 최고회의의 최고위원으로 박정희와 인연이 깊다. 2대 감사를 지낸 최세인은 1970년부터 육사교장을 거쳐 1야전군사령관으로 있으면서 박정희와 수시로 소통을 한 인물이다. 4대 감사 박세환은 베트남전 당시 ROTC 장학금을 모금하며 박정희로부터 300만원을 기증받았고, 15대 16대 국회의원을 거치며‘원조 친박’으로 통한다. 고문인 조남풍(현 재향군인회장)도 하나회 소속이며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안보전략부장'을 맡았다. 역시 하나회 멤버인 10대 회장 이종구를 비롯해 이 외에도 성우회 멤버들 중엔 박근혜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인물들이 많다.
2008년 대선 이전의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한강포럼’엔 성우회 출신 장성들이 부문 대표로 포진해 있었고, 박 대통령은 2012년말 대통령 당선 이전엔 성우회 창립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고 당선 이후에도 매년 축전을 보내며 성우회를 챙겨왔다.
국방부, 교과서에 공공연하게 개입해 와
▲ 지난달 8일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원전반대그룹의 국방부 해킹 문건엔 성우회 관련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 ||
성우회 만이 아니라, 국방부 역시 여러 물의를 빚으면서도 역사교과서에 개입해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6월 국방부는 교과부에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 요구’라는 문건을 전달해 현행 교과서 중 25개 항목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다. 전두환 정권(5공화국)이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했다’는 부분을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제주 4.3 항쟁과 관련한 ‘1947년 3·1절 기념식 뒤 시가행진을 하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한 사건이 4·3 사건에 큰 영향을 주었다’라는 부분을 ‘공산당 조직이 배후에 있고 경찰 발포는 군중 투석에 따라 시작됐다’는 등으로, 박정희 정권에 대한 ‘헌법 위에 존재한 대통령’이라는 부분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등으로 바꾸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군의 교과서 개정 요구는 군사정권 이후 초유의 일로 물의를 빚었는데, 국방부의 개입은 2011년 8월에도 한차례 더 반복됐다.
2011년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에 대한 제안서’를 공식적으로 보냈는데 “‘대한민국 정통성’이라는 용어를 적시하지 않은 교과서가 6종 중 4종에 달하고, 우리 정부를 독재 정부로 비판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해선 미화하고 있다” “‘지켜야 할 대상’인 대한민국과 ‘싸워야 할 대상’인 북한의 실체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야기해 군의 정신전력을 이완시키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의하면, 국방부는 당시 '고교 韓國史 교과서(현대사 분야) 왜곡·편향 기술 문제 바로잡기 제안 배경(全文)'이란 문서에서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軍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동참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국방부의 요구는, 87년 6월 항쟁 이후 민군 분리와 문민우위의 원칙에 서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이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교육에 관여하는 것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헌법과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성우회 뿐 아니라 국내최대의 군 외곽단체라는 재향군인회, 육사총동창회, ROTC중앙회 등이 공공연하게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의 방조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대한민국 ROTC 대표단을 청와대에 초청해 “지금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혼재된 이념과 생각들이 부딪치고 있다”며 “이런 혼재된 생각들을 바로잡는 일은 바로 여기 계신 여러분께서 해주셔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쟁유공자와 제대군인 등에 대한 보상, 보훈선양 업무 등을 관장하는 국가보훈처도 올해 1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학교교육’과 관련해 “교육부의 통일교육 강화에 협업하여 초·중·고 교과서에 올바른 안보통일 교육내용 반영을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국정제 혹은 검정제와 같은 단순한 제도 문제로 바라볼 수 없는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국방부의 교과서 개입 논란은 2011년 이후 물밑으로 가라앉았으나, 국방부와 군 유관기관들의 움직임은 계속됐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프레임들도 이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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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군에서도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할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라고 말해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도대체 군이 왜 교과서 집필에 관여하나?'라는 의문에 답이 보이는 상황이네요.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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