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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상식이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치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의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편적 상식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계층, 지역, 나이, 신분을 막론하고 보편적 상식의 틀 안에서 사유하고 판단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15년의 대한민국이 보편적 상식의 기준에 합당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우리는 보편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론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정치 사회 뉴스들을 보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원칙과 기준은 고사하고, 보편적 상식마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을 아닐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전두환씨와 이순자씨가 모교인 대구공고의 제36회 총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언론은 이학봉 전 안기부 차장 빈소 방문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두환 내외에 대한 기사를 쏟아 냈다. 그런데 정작 전두환 내외의 모교 방문보다 여론의 주목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체육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하'라는 호칭을 써가며 전두환씨를 극진히 예우했다. 수많은 자국 국민을 살상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했던 국가내란의 수괴 전두환씨는 그곳에서 여전히 대통령이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지난 2012년 6월 경 벌어졌던 전두환씨의 육사사열 논란이 떠올랐다. 6.10 민주화 항쟁 25주년 행사를 기념하는 움직임이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만드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6.10 민주화 항쟁을 촉발시키게 만든 장본인인 전두환씨가 대한민국 군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육군사관학교 사열식에 참석해 한참 어린 후배들의 사열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반역죄와 국가내란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 정치적으로 사면되었다면 자신으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생을 정리하는 것이 보편적 상식에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씨에게는 이런 보편적 상식을 애시당초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육사사열에 대한 국민의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두환씨는 천연덕스럽게 '88골프장'에서 호화골프를 즐겼다, 그것도 경찰청이 제공한 무장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서. 육사생도를 사열했던 그날도 전두환씨는 간부급인 경정 1명과 경위 4명, 경사 3명으로 구성된 경찰 경호대의 경호를 받았다. 그들은 모두 권총을 소지한 무장경찰로 경찰청 관용승용차 2대를 동원해 전두환씨의 차량을 근접 경호했었다.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을 '각하'라 불러주고 있고, 국가에서도 이처럼 귀하게 대접해 주고 있으니 아마도 전두환씨는 아직도 자신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당연히 국가에서 제공해야 하는 예우다. 그러나 전두환씨와 노태우씨에 대한 경우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국가로부터 내란과 반란죄를 선고받은 '대역죄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을 위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면 이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처사이며 관행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속죄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쥐죽은 듯이 살아도 모자랄 판에, 누릴 수 있는 호사란 호사는 다 누리고 있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은 거꾸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징과도 같다.
최근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두환씨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 역사와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범죄자요 살인마인 저들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이 시대착오적인 역사의 퇴행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은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이다. 그리고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이자 최측근들인 '7인회'의 멤버들이 새누리당과 국회의 실세로 등장하면서 5공세력들의 부활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5공 세력의 주축들이 친박 세력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5공 세력의 부활과 관련해 7인회의 면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7인회의 좌장격인 김용환 고문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인사다. 전임 국회의장인 강창희 의원은 육사 25기 출신으로 평소 전두환씨를 멘토로 여긴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인사이며, 김용갑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육사 17기 출신으로 5공화국 시절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유신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부 부장으로 재임하며 유신헌법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며, 현경대 전 의원 역시 유신정권 당시 검사출신으로 5공화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최병렬 전 새누리당 대표는 조선일보의 정치부장과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안병훈 전 조선일보 발행인은 유신 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낸 경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문을 구한다는 원로그룹들이 유신정권 및 신군부세력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사들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명박 정권 이후 급속하게 보수우경화 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보수우경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인식하고 있고, '유신 독재'를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전두환씨와 5공세력들이 다시 활개칠 수 있는 밑거름이나 마찬가지다. "어? 어?" 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시계는 완전히 거꾸로 향하고 있다. 그 결과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하나씩 하나씩 훼손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가 놓여 있다.
전두환씨에 대한 예우,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에게 국민이 낸 혈세로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계속 해야만 하는 걸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의 박홍근 의원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이전에도 같은당의 김재균 의원 역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경호 및 지원을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에 가로막혀 어떠한 실효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전두환씨는 여전히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온갖 특권과 특혜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중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라 믿는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자국의 국민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한 살인마의 경호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지출하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내란죄 등의 혐의로 정치적 사형선고 판결을 받았고 거액의 추징금을 미납한 채 호화생활을 누리는 전두환씨에게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한다는 것은 이 시대의 사회 정의와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법 적용이며 보편적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제발 보편적 상식이 살아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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