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처음-
글을 쓰기에 앞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군대는 무조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걸 알고 계셔야 합니다.
군대에서 모든 부대에 통용되는 진리란 기껏해야 계급의 상·하, 눈이 오면 제설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은 부대에 따라 통할 수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실제 군 생활에 도움을 주진 못해도 적어도 심리적인 위안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글이 내가 곧 겪게 될 군 생활에서 통하게 될 진리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저 혹시 모르니 준비해가는 후시딘, 데일밴드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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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코앞에 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어떤 걸 챙겨가고 어떤 걸 가져가지 말아야 하느냐'입니다.
사실 입대 준비물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정확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대(논산훈련소, 각 사단 신교대)마다, 똑같은 부대여도 조교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입대하는 사람에 따라 어떤 물건은 전혀 쓸모가 없을 수도, 어떤 물건은 정말 꼭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대에서 허용되는 '보편적인 것, 통용되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필자는 그런 것들을 나름 객관적(...과연)으로 정리해서 입대 준비물에 대해 하염없이 검색하고
또, 물어보고 있을 이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합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이어서 거의(절대) 뺏기지 않을 물품부터 나열해보겠습니다.
꼭 챙기면 좋을 물품은 빨간색으로 칠하겠습니다. 나열 순서는 딱히 기준이 없습니다.
-나라사랑 카드 및 신분증
나라사랑 카드와 신분증을 보관할만한 카드홀더까지 챙기면 금상첨화입니다.
-전자시계(반드시 야광 불빛이 나오는 시계)
비싼 제품(3만 원 이상) 살 돈으로 차라리 짝퉁/싸구려(1만 원 정도) 2~3개 가지고 가세요.
그냥 5주 동안 험하게 쓰고 버릴 거라고 생각하세요. 비싼 시계는 자대에서 받아도 상관없으니...
-스킨, 로션(가능한 플라스틱 통에 든 제품)
-편지세트(우표, 편지지, 편지봉투)
여자친구 말고 꼭 부모님께 편지 씁시다.
우표를 챙기는 이유는 군사우편으로 공짜로 보낼 수 있지만, 시간이 엄청나게 걸립니다.
필자의 집에서는 1주차 말에 군사우편으로 보낸 편지가
3주차 초에 우표로 보낸 편지와 같이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의약품(후시딘, 데일밴드, 면봉, 평소 복용하는 약)
평소에 복용하는 약은 거의(무조건) 조교들이 거둬갑니다.
훈련병의 자살기도를 방지하는 차원입니다. 복용해야하는 양만큼 매일 주니 걱정하지 마세요.
-수면 용품 및 생활용품(귀마개, 안대, 물티슈)
귀마개와 안대는 필자가 챙겨가지 못해 굉장히 후회했던 물품입니다.
저는 눈과 귀가 아주 예민해서 빨간 취침등 불빛 때문에 제대로 잠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보급받은 마스크를 눈에 씌우고(...) 잠을 청했죠. 귀마개는 휴지(...)로 대신했고요.
-필기도구 및 작은 수첩(샤프, 지우개, 펜, LED 라이트펜, 네임펜)
네임펜 혹은 유성 매직은 꼭 챙겨가면 좋습니다.
논산훈련소/신교대 5주 동안 잃어버리는(도난당하는) 물건이 상당합니다.
특히 수건 도둑이 제일 짜증 나죠. 안 그래도 얼마 없는 수건... 모든 보급품에 꼭 이름 써둡시다.
LED 라이트펜은 평소엔 상관없지만, 취침시간에 몰래 편지를 쓰다가 걸리면 뺏길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그리고 작은 수첩에는 지인들 전화번호를 미리 싹 적어가도록 합니다.
-인화한 사진(가족, 친구들, 여자친구, 여자사람친구들)
필자가 챙겨가지 못해서 굉장히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사진이었습니다.
신교대에서 친구에게 보내달라고 해서 몇 장 받았지만, 그 친구 취향의 사진이었기에 뭔가 아쉬운 감이 있었죠.
본인이 아끼는 사진들을 직접 인화해서 간다면 좋을 것입니다.
-플라스틱 물병
필자는 아래와 똑같이 생긴 플라스틱 물병으로 군 생활 내내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평소 생활관에서는 이 물병을 쓰고, 야외로 훈련 나갈 때만 수통을 사용했습니다.
-예비용 안경
요즘 대부분 안경을 많이 착용하시던데 종종 안경이 부러지는 일이 있으니 챙겨가세요.
경험상 이상하게 훈련 받을 때보다, 일상에서 더 많이 부러집니다.(...)
여기까지가 거의(절대) 뺏기지 않을 물품들이었습니다.
아래는 취향에 따라 가져가도 좋지만 뺏길 수도 있고, 딱히 꼭 가져갈 필요는 없는 물품들입니다.
(주로 가져갈 필요 없는 물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보급물품
가장 챙길 필요가 없는 물품은 바로 보급으로 주는 물품이겠죠.
손톱깎이 세트(무진장 좋습니다. 필자는 전역하고 나서도 쓰는 중)
면도기(손톱깎이 세트와 더불어 전역하고 나서도 쓸만한 제품이라고 평가받습니다.
필자는 입대 후 면도를 처음 해서 사제품과 차이를 잘 모름.)
바느질세트, 세면백, 세면도구(=비누), 치약, 칫솔이 해당합니다.
-행군용 깔창 및 군장용 어깨패드 등 행군보조물품
필자는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특히 군장용 어깨패드는 제 기준으로 절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깔창을 챙겨온 제 앞자리 전우는 행군 이후 저보다 큰 물집이 생겼더군요.
신형 전투화가 푹신하게 잘 나오므로 사이즈 잘 맞는 전투화와 끈을 꽉 조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팔꿈치 및 무릎보호대 등 각개전투대비물품
그거 아시나요? 이미 무릎보호대는 보급이 나옵니다. 그런데 쓸 일이 없었어요. (필자 기준)
훈련 나가기 전에 착용할 시간도 없고, 조교들이 그냥 빨리 나오라고 닦달하더라구요.
필자는 신교대 수료 후, 한 번도 쓰지 않아서 반짝반짝한 무릎보호대부터 내다버렸습니다.
공간만 차지하고 괜히 더블백 무거워지거든요. 참고로 자대에서는 단 1도 쓸모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부대에 따라 보급 나오는 무릎보호대를 유용하게 쓴다는 분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현금
가져가면 잃어버리기 일쑤. 다행히 잃어버리지 않더라도 모두 압수 후 나라사랑 카드로 입금.
그러니 현금은 단돈 100원도 챙겨갈 필요 없습니다.
-악세서리(반지, 귀걸이, 목걸이, 피어싱(...) 등)
설마 입대하는데 피어싱하고 가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머지 악세서리 중 귀걸이, 목걸이는 대부분 압수하고, 반지는 잃어버리기 쉬우니 가져가지 맙시다.
-각종 크림류(썬크림, 핸드크림 등)
대부분의 부대 및 조교들은 훈련병들이 썬크림을 발라서 얼굴이 하얗게 일어나는 걸 극도로 혐오 싫어합니다.
썬크림은 대부분 뺏기거나 사용금지, 핸드크림은 거의 조교의 성격에 따라 나뉩니다. 반반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제 위장크림
위장크림은 보급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대부분의 훈련병은 위장크림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있던 8사단 신교대에서는 5주 훈련받는 동안 위장크림을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주 운행을 다니던 6사단 신교대에서도 위장크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위장크림은 주로 자대에서 훈련 시 사용합니다. 자대 배치 후 구매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세안도구(샴푸, 바디워시, 폼클렌징)
비누가 보급나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대부분의 부대에서 사용하지 못합니다.
폼클렌징은 부대마다 다른데, 필자가 있던 신교대는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높은 확률로 금지되는 듯 합니다.
사실 훈련소/신교대 자체가 실제 전투상황을 가정해서 훈련 하다보니 금지하는 것은 개뿔 왜 안되는 거야.
-왕고무링
보급 나오는 고무링은 얇고 빈약하기 이를 데가 없다는 소문을 듣고 왕고무링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의 뺏기지도 않고 유용하게 쓰입니다. 하지만 준비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고리형) (일체형) 바로 고무링의 종류입니다. 종류는 왼쪽의 고리형과 오른쪽의 일체형인데요.
만약 일체형을 고른다면 필자는 쌍심지를 켜고 말릴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무링을 착용할 때 고리형은 전투화를 신은 채로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체형은 전투화를 벗고 착용해야 합니다.
사소한 차이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확연하게 다를 겁니다. 아마 일체형은 불편해서 미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외출,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전투화를 벗는 식당입니다.
전투화를 신고 벗는 게 정말정말정말 불편하고 귀찮거든요.
고무링을 살 때 이 점을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음식 등 먹을거리
간혹가다 약처럼 알로 된 비타민C, 종합비타민 등을 챙기는 분이 있습니다.
챙겨가도 뺏기진 않습니다만, 한 생활관에 적어도 10명이 넘는 전우와 생활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찡긋)
한 번 복용할 때, 과다복용자마냥 한 움큼씩 줄어드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취향에 따라 가져가도 좋지만 뺏길 수도 있고, 딱히 꼭 가져갈 필요는 없는 물품들이었습니다.
-글의 끝-
여담이지만, 사실 그동안 입대를 앞둔 오징어들이 입대준비물을 물어보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다 예전에 써놓은 글로 안내하곤 했는데요.
왠지 블로그 홍보 같아 보이기도 하고(괜히 뜨끔), 외부 사이트의 링크를 달면 뭔가 믿음이 안 갈 것 같아서
차라리 하나 새로 작성해놓고 여기로 링크를 달아서 '글 하나로 꾸준히 우려먹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 새로 작성하는 김에 기존 블로그에 써놨던 글도 좀 더 깔끔하게 수정하고자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딱히 입대하는 오징어들을 위해서 작성한 건 아니라구!
막상 작성하려니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작성하게 되네요.
아무쪼록 입대를 앞두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쓸데없이 길어진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즐거운 군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