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한국인, 이를 알아주는 일본 기자
[오마이뉴스 강이종행/김호중 기자]
▲ 박종철 선수가 우승이 확정되자 두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고 있다. 박 선수는 이날 금메달을 안으면서 패럴림픽 기록과 세계 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게 됐다.
ⓒ2004 오마이뉴스 김호중
▲ 일본의 다카오 기자가 박 선수의 경기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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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90kg급 박종철(37) 선수가 5번째 금메달을 따낸 27일(한국시각) 새벽 니키아 역도 경기장. 240kg의 기록으로 박 선수가 패럴림픽 2연패를 확정짓자 응원을 나온 동료들과 기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역도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라 서로를 얼싸안았다.
박 선수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조금 낯선 기자들이 보였다. 일본 장애인전문 웹진 <간파라>의 미하루(29) 기자와 다카오(25) 사진기자였다.
이들은 며칠 전부터 기자에게 박 선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특히 '박 선수가 한국에서 유명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열악한 장애인 스포츠의 현실을 설명했다. 미하루 기자는 이날 아침에도 박 선수의 지난 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대회의 기록표를 가지고 와서 박 선수의 최근 컨디션, 우승 가능성 등을 질문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도 미하루 기자는 박 선수의 기록표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쳐놓고 꼼꼼히 경기를 살폈다. 다카오 기자 역시 망원 렌즈를 가지고 경기장 꼭대기와 중간을 오르내리며 박 선수의 경기를 사진기에 담았다.
▲ 한국의 박종철 선수가 26일 열린 역도 90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일본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박 선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좀 창피했다. 사실 이번 패럴림픽을 준비하기 전에는 박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지 못했다. 인터뷰를 해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 두 기자는 이미 지난 2002년 아태 장애인경기 취재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 당시 박 선수의 괴력에 놀라 선수촌으로 인터뷰를 갔었다고 한다. 당시 박 선수는 250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미하루 기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2위와 20kg 이상 차로 우승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굉장한 괴력의 선수였음에도 그의 솔직함과 친절함에 반해 팬이 됐다"며 "이후 패럴림픽 직전 일본을 방문한 박 선수를 또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미 그때 그들은 박 선수의 팔뚝 두께, 하는 일, 운동시간 등에 대해 파악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 선수의 기록은 같은 체급의 비장애인 벤츠프레스 선수들보다 더 나은 기록이라고 한다. 이날 박 선수는 1차 시기 240kg의 패럴림픽 기록을 갈아치운 뒤 2차 시기와 3차 시기에는 세계 신기록 250.5kg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다카오 기자는 "신기록 달성에 실패해 실망했을텐데 그는 활짝 웃었다"며 "그 점이 가장 인상깊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일 것 같다"고 박 선수를 높이 평가했다.
박 선수는 이들을 알고 있었다. 일본에 갔을 때 특히 굉장히 잘해줬다고한다. 박 선수는 "이 기자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나 역시 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며 "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를 통해 선물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겨울 종목인 아이스 슬레지(휠체어 장애인들의 아이스하키) 교류차 올겨울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박 선수는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많아 고맙다"며 "일본기자들게 특히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팀은 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이홍구, 이학영, 안태성 트리오가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시상식이 끝난 뒤 미하루 기자가 박 선수를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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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종행/김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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