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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11키로에 육박하는 아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품이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가 참 마음이 넓습니다.
성격 하나는 짱짱맨. 혼내도 꼬리는 계속 치긔.
하지만 리트리버가 천사견이란 말은 누가 붙였는지..
저는 하루하루를 쌩지옥에서 시작하고 끝을 내며 연명 중입니다.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성견이 되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첫 번째.
<나도 힘들고 쟤도 힘든 분리불안증>
일단 얘가 분리불안증인지 사람이 집을 나가면 울부짖습니다.
잠깐 슈퍼가려고 자켓입을 때마저 끙끙 대기 시작해요.
늑대가 울부짖는 것 같아요. 대형견이라 울대가 얼마나 좋은지..
우워어어어어 월월워어얼!!!!!!!!!!!!!! 아파트가 떠나가라 웁니다..
동네 창피해서 외출 시엔 오래 먹을 수 있는 뼈 주고 나갑니다
그럼 그 때는 안 울고 먹는 데 집중해요.
두 번째.
<그딴 울타리 따위에 갖히지 않는 남자>
새끼 때는 하도 사고를 쳐서 울타리를 샀어요
근데 당연히 그 안에 안 있습니다. 자기 꺼내달라고 난리를 칩니다
그대로 두고 나가면 울타리에서 꺼내달라고 울부짖어요.
말 그대로 그건 울.부.짖.음....... 그 자체
단연컨대 리트리버의 울부짖음은 새끼 때부터 시작됩니다.
월월 짖는게 아닙니다 워러러러러럴 우어러어어얼!!!!!!!!!!!!!!!!
늑대의 하울링이라고 하나요. 하울링과 괴성이 섞인 소리입니다.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사내입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포효하는 통에 울타리는 포기!
그 때 알았어야 했어요. 얘는 선천적으로 성격이 지랄 맞다는 걸.
세 번째.
<내 인생을 사는건지 개를 위해 사는건지>
외출 시 절대 묶어놔야 합니다.
근데 자기가 줄을 이빨로 끊습니다.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현관에서 꼬리치며 반기는 애를 보면 멘붕입니다.
사실 개판이 된 방바닥이 더 멘붕이긴 하죠.
자기 목줄을 끊는게 아니고요. (이빨이 안 닿습니다.)
목줄과 이어진 긴 줄을 자기가 고개를 돌려서 계속 잘근잘근 씹어서 결국 끊습니다.
온 집안을 활개치고 책 찢고 휴지통 엎어서 놀고... 화장품 물어뜯고..
연고도 다 물어뜯어서 누르면 밑에서 나오곸 식탁에 그릇 깨뜨리고....
식탁 위에 있는 고구마 다 쳐먹는 건 애교요.. 숨겨논 피자를 찾아내서 한 판 다 잡수시고.. usb 망가뜨리고.. 그냥 눈에 보이는 걸 다 찢어버린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못 자르는 줄로 바꿔서 묶어놨더니 기둥을 아예 뽑아버렸습니닼ㅋㅋㅋㅋㅋ
이제는 엄청 무겁고 튼튼한 곳에 묶어두고 외출합니다.
하지만 묶여있는 반경 내에 있는 가구나 그 위 물건들은 희생해야 합니다.
저는 저번에 새로 산 철학책, 기타교본 등등 마음먹고 거금투자해서 구입한 책들 모두 책표지와 책장이 찢겨져 나갔습니다. 그 때는 눈물이 맺히더군요.
긍정적인 효과는 제 과거를 돌아봐주게 해줍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역경이 닥쳐오는지에 대해서요.
사실 지금도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습니다.
그러나 기막히는 건 집에 사람이 있으면 묶여있어도 짖지도 않고 얌전히 있다는 겁니다.
얘가 괴력을 행사하며 망나니 짓을 하는 건 사람이 없을 때만이에요....
네 번째.
<네 눈을 없애겠다>
안경 쓰시는 분 조심하세요.
침대 옆 탁자에 두고 잤더니 그 다음 날 아침 걸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눈이 안 좋아서 안경하는데 십만원이 드는데
그 덕에 새 안경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되서 제 안경은 또 걸레가 되었고..
그 후 저는 밤에 잘 때마다 안경을 제일 높은 곳에 모시고 잡니다.
다섯 번째.
<오줌과 똥에 대한 해탈>
바닥에 오줌칠은 감당하세요. 오줌은 배변판에 올라가서 싸나 조준을 잘 못하거든요^^
남자 아이라 그런지 참.. 뒷발은 배변판에 있는데 정작 싸는 그 부분은......
똥싸놓고 자기가 밟아서 바닥에 똥칠할 때도 있답니다.
저는 이제 해탈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오줌과 똥에 대해서요.
똥은 하루에 세 번 사람보다 많이 싸거든요. 더 어릴 땐 하루 6~7번까지 싼 적도..
여섯 번째.
<넌 장난이지만 나는 아파>
대형견이라 발도 크고 발톱도 날카롭다보니 평상시에 저를 조금만 건드려도
저는 상처를 입습니다. 살이 빨갛게 발톱자국으로 부어오르는 데 참 아픕니다.
밥에 환장하는 녀석이라 밥 주려고 할 때 1초를 못 기다려서 앞발로 저를 밀치는데
그럴 땐 밥그릇 엎어지는 건 고사하고 발톱이 너무 아파서 ㅠㅠ
밥 주는 것도 무서워서 다가오지 말라고 으름장 놓고 줍니다.
그리고 가끔 노느라 저한테 뛰어들 때면 맹수한테 공격당하는 기분이 살짝 듭니다.
일곱 번째.
<고양이 똥이 좋아>
얘가 새끼 때는 자기 똥을 먹어치워서 참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새끼 때가 지나니까 나아지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이제는 고양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똥을 먹습니다.......OTL
모래에 뭉쳐진 맛동산들을 꺼내 와서 모래는 코에 다 묻히고 똥을 입으로 쩝쩝대고 씹고 있습니다. 휴..
여덟 번째.
<넌 장난이지만 나는 아파2>
그리고 제가 소형견인 요크셔를 키웁니다. 8살인 노령견인데
리트리버 애가 가끔 신나서 뛰어다니거나 장난칠 때 뒷발에 잘 치입니다.
이번에 뒷발에 맞아서 요크셔가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다리를 절어서 지금은 붕대신세입니다. 체격 차이가 엄청 나는 경우 소형견에겐 그 충격이 정말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집에 소형견 있으시면 대형견 들여오는 것은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저희 집에 있는 애들이 고양이 올 때는 별 신경 안쓰고 오히려 챙겨주기까지 했는데
등치 큰 애가 와서 민폐 끼치니까 생전 안내던 화를 내더라고요.. 성격 분명 나빠졌습니다 ㅠㅠ
아홉번 째.
<그것은 돼지 혹은 개>
식탐이 정말 강합니다. 정말정말 많아요.
사료를 주면 3초안에 다먹습니다. 언젠가 너무 급히 먹어서 결국 토를 했는데
사료 알갱이들이 하나도 깨지지 않고 그대로 뭉쳐서 나온 걸 보고 식겁.
다른 애들 밥도 뺏어먹어서 다른 방에서 따로 줘야 하고
고양이밥도 뺏어먹어서 높은 곳에서 줍니다ㅜㅜ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중간에 몇 번이나 도저히 못키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꼬리치며 애교부리는 녀석 때문에..
일부러 곤조피우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좋아서 그러는걸 아니까요.
결국 이 아이 때문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파트가 저희집 생활에 딱인데 얘때문에 정말 못 갈 것 같구요.
개 한 마리가 상전인지 집까지 영향을 끼치네요.
정말 파양을 몇 번이고 고려하고 주저하고 또 생각해봤는데
내가 책임지고 데려온 애를 남 준다는 건(결국 버리는 건) 못할 짓인 것 같아서요.
마당에서 키우려고 합니다. 잘 됬으면 좋겠네요.
리트리버가 3대 천사견이라는 말...... 최소 1년까지는 기다려보세요..
악마견 따로 안 찾아도 됩니다. 하지만 본디 심성은 착하다는거......
산책량이 부족해서 저러는거 아닙니다. 하루에 한 시간 산책시켜도 저럽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습니다.
평소엔 제가 껴안아주면 ㅎ_ㅎ 이표정으로 저를 보는데 그 때마다 깨달아요.
이 새낀 내가 평생 지고가야 할 내 새끼다라고ㅠㅠㅋㅋㅋㅋㅋㅋ
저처럼 정들어서 고생하시지 않으시려면
잘 생각해보시고 입양하시길..
하소연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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