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움직임이 나날이 눈덩이 구르듯 커지고 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이 13일 점화한 국정교과서 제작 거부는 14일 경희대·고려대로 이어졌고, 원로 사학자들과 젊은 역사 전공자·교사들의 비토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짜려는 집필진이 우편향되고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반쪽’으로 구성될 중대 국면에 처한 것이다.
원로 사학자들도 국정교과서 집필에 속속 고개를 내젓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15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을 위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원로 사학자들을 초대했지만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적절하지 않은 자리라며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두 달 전 국정화 의견을 물어와서 민주사회와 시대에 맞지 않고, 역사 해석을 단일화하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했다고 밝혔다.
역대 국편위원장 중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의 이원순, 노무현 정부의 이만열(8대)·유영렬(9대), 이명박 정부의 정옥자(10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태진(11대) 전 위원장도 국정화 반대 의견을 보였다. 명망있는 원로 사학자들 중에서 집필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예교수와 퇴임교사가 모인 ‘원로교육자회의’는 15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