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없어서 일까
친구들과 왁자하니 술자리를 갖다 돌아오는 길에 옆의 커플중 여성에게서 니가 떠올랐다
넌 알았을까?
나는 널보려고 구태여 시골에 있는 그 학원을 다녔었다.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저런 잡일을 하면서 번 돈은으로 멋을 부리기 시작했었다.
넌 느꼈을까?
민망하지만 나는 종종 네게서 나는 향기를 눈을 감고 맡곤 했다. 네가 내 가슴을 콩콩 두들기는걸 한번이라도 더 느끼려 일부러 네게 짖궃게 굴었었다.
내 기억속의 넌 늘 나에게 형언 못할 어른스러움을 보였다.실상 다니던 학교에서는 난 강하지 못했지만 네 앞에서는 늘 강한척했다. 너는 늘 그런 내게 웃음만 보였고, 금새 나는 네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꼈다
나는 반했었다. 처음 간 학원, 사근사근하게 '안녕?'이라고 말을 붙여주는 작고 하얀 소녀에게. 카드게임에 지고 벌칙을 받을때 몸을 가늘게 떨던 소녀에게.
나는 미숙했다. 내 또래중 가장 이쁘고 사귐성 좋은 너에게는 나 말고도 다가가는 사람이 많았다.개중에 멋지고 잘난 녀석들은 가득했고 내 스스로 부끄러움을 멈출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학이 커질수록 내가 정한 너와 나의 거리가 아득하니 멀어졌다.
어머니, 여기선 공부가 안될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네게서 멀어지길 택했다. 네가 먹던 젓가락으로 집어주던 육회도, 이사짐을 옮기며 양손 가득 짐을 든 내게 네가 입에 넣어준 과자도, 내가 책상위에 잠들었을때 몰래 내 위로 올라탔던 너의 무게감도 잊었다.
네게 인사도 없이 대뜸 낯익고 낡은 그 동네를 떠나고 나자 의외로 망각은 쉬웠다. 그나마 도시에서 왔다는 자신감으로 젖어있던 열일곱의 나는 그렇게 너를, 그 시골을 잊었다.
몇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대단한 대학에 가리라 떠벌려대던 나는 지금 어줍잖은 그림쟁이가 되어있다.
그림쟁이인 나 자신은 지금 그토록 좋아했던 네 얼굴도 번듯이 못 그리고, 길거리의 여자모습 위에서나 간신히 너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
너를 참 좋아했다.
네가 물었을때 나는 왜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왜 네게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났을까? 후회보다는 어설픈 기분이지만 내가 지금 꼽을수 있는 단어중에 떠오르는건 후회뿐이다.
간혹가다 첫사랑 얘기 질문이 나오면 늘 시시한 거짓말로 덮으며 떠오르는 널 내리 눌렀던 내가,
그 당시의 나에 대해서 지금껏 반문하다 음주끝에 깨달은 내가 우습지만, 열일곱의 나는 열일곱이자 열 여섯이었던 너를 참 좋아했었다.
술기운에야 가까스로 네 생각을 꺼내놓는 지금, 달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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