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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6159
    작성자 : 천왕동하루키
    추천 : 1
    조회수 : 814
    IP : 210.205.***.10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6/27 14:47:48
    http://todayhumor.com/?mystery_6159 모바일
    [미스터리 소설] 바크셔 호수의 괴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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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에는 바크셔 신문에, 그리고 그 다다음날에는 아일랜드 타임즈에 마릴랜드의 의문의 사망 사건이 보도가 된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마릴랜드의 흉측한 시체에 동물의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동물의 짓이라면 왜 마릴랜드의 시체가 집이나 숲 속이 아닌 호수 바로 앞에서 발견되었는지는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 했다. 바크셔 사람들은 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마릴랜드의 죽음 때문이 아닌 그들 동네가 가진 이름값이 떨어질까봐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었다. 그래도 마릴랜드 일가는 오랜 전통 속에서 바크셔에서 대대로 살아 왔기 때문에 마릴랜드의 집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자리엔 바크셔의 촌장인 로럼스 카테필드와 그의 동생이자 사냥꾼인 데이비슨 카테필드도 있었는데 카테필드가 또한 마릴랜드 일가 못지 않을 정도로 마을에서 이름 높은 집안이었다. 아주 옛날에는 카테필드와 마릴랜드 가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나눠 오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아 마릴랜드 부인은 로럼스라면 이를 부득부득 갈 정도로 싫어했는데 정작 로럼스는 자리의 누구보다 슬픈 표정이었다. 반대로 그의 망나니 동생인 데이비슨은 맥주를 손에 든 채 큰 소리로 사람들과 떠들어 댔다.
    "마릴랜드를 노리는 사람이 뭐 한 둘이었겠어?" 그는 거침 없이 말했다. "안 그렇수 형님?"
    그는 보란 듯 맥주를 치켜 들었지만 로럼스는 차가운 눈길로 흘겨 보고는 메릴랜드의 먼 친척들 사이로 섞여 그들을 위로했다.
    "겁쟁이." 맥주캔을 우그러뜨리며 데이비슨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문이 왈칵 열렸다. 누군가 해서 시선을 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몸이 굳고 곧 메릴랜드 오두막 전체가 침묵에 잠겨 들었다.
     
    "제임스와 데일리." 로럼스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오랜 만일세. 메릴랜드 얘기를 듣고 찾아 온 건가?"
    말을 마치고 로럼스는 그들에게 걸어가 악수를 청했다. 대대로 싸움꾼 집안인 카테필드 가 집안 출신 답게 로럼스는 큰 체격을 갖고 있었지만 제임스 앞에 서니 오히려 그의 체격이 작아 보일 지경이었다. 작은 눈과 두꺼운 턱에 금발로 짧게 쳐 올린 머리의 제임스는 누가 봐도 겁에 질릴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전혀 웃지 않는 얼굴로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충격에 휩싸인 바크셔 사람들에 걸어가 조용히 인사의 말을 건넸다. 흑발에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데일리가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며 역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미안해요." 데일리의 눈에서 계속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자리에 있는 몇몇은 처음 바크셔 소년원에 들어갈 때의 그녀를 떠올렸다. 가출 청소년들의 연합 범죄 조직인'붉은 장미단' 출신으로 16살에 이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그녀는 악을 쓰며 소년원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버텼다. 미친 듯 휘두르는 그녀의 왼쪽 팔 안 쪽에는 새빨간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여전히 셋은 뭉쳐 다니나 보군. 소년원에서처럼 뭉쳐다니며 사고치는 건 아니겠지?" 제임스가 다가가자 데이비슨이 말했다. "말 조심해요. 저와 데일리는 결혼한 사이입니다." "이거 놀랍네." 진심으로 놀란 표정과 함께 데이비슨이 두 팔을 높이 쳐들었다. "소년원에서 이어진 사랑이 결실을 맺다. 이거 참 책 제목으로 써도 좋겠구만!" "그만 해라 데이비슨"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로럼스가 말했다. "미안하다" 로럼스가 제임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자 제임스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 아내인 데일리와 함께 메릴랜드가 잠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그 안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메릴랜드의 관을 붙잡고 "어머니, 어머니"하는 외침과 함께 계속 눈물을 흘렸다. 데일리도 그의 어깨를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침착한 모습을 되찾은 이들 두 사람은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치 어딘가의 나사가 빠져 버린 장난감 로봇처럼.
     
    "촌장님은 오늘 신문을 보셨습니까?" 제임스가 로럼스를 향해 물었다.
    "아니, 왜?" "그럼 다시 묻죠. 바크셔는 2차 세계 대전과 관련성이 큰 동네입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네." 제임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 자 신문을 보십쇼." 그가 주머니에서 아일랜드 타임즈를 꺼내 들었다. 신문 안에는 '메릴랜드 2차 세계대전 중 묻어놓은 폭약으로 인해 폭사..사건 종결 예정'이라는 말이 써 있었습니다.
    "바크셔는 아마 유럽에서 세계대전과 가장 무관한 지역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폭사라고요? 호수로 떠내려온 상자 지뢰를 만져 그리 되신 거라고요? 백번 양보해 맞다면 지뢰는 어딨나요? 그리고 제가 어머니의 몸을 제대로 보지 못 했지만, 듣자 하니 절단된 몸이 뭔가에 뜯긴 듯 들쭉날쭉 했다 하더라고요. 곰의 소행이라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실텐데.."
    제임스는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큰 소리로 침을 삼켰다.
    "바크셔에는 곰이 없습니다."
     
    "이제 완전히 바크셔 전문가 다 되셨구만!" 데이비슨이 그를 향해 이죽거렸다. "입 닥쳐 카테필드!" 데일리가 눈물을 훔치며 소리쳤다. 소란을 감지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높아졌다. "그만, 자기야. 여긴 어머니의 집이야." 제임스가 그녀를 막아 섰다.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다들 이상한 것은 알지만 도통 보려 하질 않아요. 저는 이렇게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데일리와 결혼을 앞두고 어머니를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피를 나눈 자녀가 없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여기 있는 데일리와 함께 메릴랜드의 사람으로서 대대로 호수를 관리해 나가기로 약속했어요."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 사이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심지어 데이비슨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넌 메릴랜드가 될 자격이 없어!" 노년의 한 장로가 침묵을 깨고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을 두렵게 만들었던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분노 이해합니다. 저는 목수입니다. 여기 있는 데일리는 얼마 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어요. 우리 둘 다 바크셔를 위해 할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것이 여러분에 대한 속죄의 길임을 어머니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깨우쳐 주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머니께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쓴 편지입니다. 메릴랜드 가의 사람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메세지가 적혀 있어요. 촌장님." 그는 편지를 로럼스에게 전해 주었다. "죄송합니다만, 저와 제 아내를 제임스 메릴랜드와 데일리 메릴랜드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로럼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는 없네. 자네도 알거야. 메릴랜드의 이름이 우리 동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쉽지만 이 편지는 다시 갖고 돌아가 줬으면 하네. 자네가 아니라 그 어떤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을 거야. 메릴랜드는 이대로 우리 바크셔 지방의 전설로 고이 기억될걸세." 제임스와 데일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쉽지 않으리라 분명 예상하고 온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로럼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만 돌아가 줬으면 좋겠네. 아직도 자네들을 겁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임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제 전화번호입니다. 마침 저와 제 아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버크셔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말을 마친 그는 데일리의 손을 잡고 문 밖을 나서 그들이 타고 온 차에 올라 탔다.
     
    "놀랐어 형. 저 녀석들이 무슨 배짱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차 꽁무니에 대고 데이비슨이 말했다. "말 조심해라 데이비슨. 저래 봬도 그 깐깐한 메릴랜드 노인이 자기 자식들이라 인정한 사람들이다." 로럼스가 말했다. "예전에는 두 말 할 필요 없는 쓰레기였지만, 이젠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존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
     
    "그만 울어 데일리." 차 안에서 제임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계속 눈물이 나는걸. 그 때 그렇게 실수한 게 후회돼. 이렇게 우린 엄마의 곁을 영영 떠나야 하는거야?" 제임스는 침묵했다.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나며 쿵쿵 하는 소리만 그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너무 이기적으로 군 것일지도 몰라. 갑자기 찾아와서 메릴랜드가 되겠다니.."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릴리는?" 데일리가 거칠게 말했다. "릴리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존재 아냐? 엄마랑 우린 약속했어. 릴리를 죽는 날까지 지키겠다고. 그런데 왜." "그들이 지키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놀란 눈의 데일리가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면?" "분명 그들이 마을 밖의 힘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거야. 나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존재는 인간이건 괴물이건 귀신이건 반드시 내가 찾아 찢어 놓고 말겠어." 제임스가 힘 주어 말했다. "인간이건 괴물이건."
     
    그 날 밤 바크셔. 바크셔 인근 동네에서 일주일간의 작업을 마친 기술자 브렛은 바크셔 호수 옆의 도로를 타고 바크셔로 향했다. 졸음이 쏟아져 왔지만 한 살 짜리 아들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간에 쉼 없이 계속 달렸다. 도로는 울퉁불퉁했고 나무들을 관리하지 않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졌다.
    "쥬라기 공원같군. 티라노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브렛이 중얼거렸다. 그 때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브렛은 자기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브렛은 천천히 호수로 다가 섰다. 브렛은 놀라 입을 쩍 하고 벌렸다. 호수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특히 반대편 호수 쪽의 너울이 거대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거대한 너울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브렛은 까무러치며 차로 돌아가 엑셀을 밟았다. 달리는 와중에 옆을 쳐다보니 역시 거대한 어떤 것이 강물 속에서 차의 속도에 따라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사라지더니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하기 그지 없는 형체에 그는 말로 형용 못 할 두려움을 느꼈다. 거대한 몸뚱이가 도로를 가로막았고 브렛의 자동차가 들이 받았다. 괴물은 기다란 목을 젖히며 인간의 목소리와 코끼리의 울음 소리가 반 쯤 섞인 기괴한 비명 소리를 허공 속에 내질렀다. 그리고 입을 크게 부풀려 자동차와 함께 그대로 브렛을 삼켜 버렸다.
     
    다시 괴물이 울음 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제 그 소리는 만족에 가까운 소리처럼 들렸다.
    천왕동하루키의 꼬릿말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거란다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것이 아니야

    -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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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04 04:57:37  121.156.***.245  치대는껌딱지  566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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