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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154
    작성자 : 프로그래머
    추천 : 5
    조회수 : 1035
    IP : 147.6.***.13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3/09/24 09:14:30
    http://todayhumor.com/?lovestory_6154 모바일
    어린왕자 #10

    chapter10.gif (4979 bytes)








     

    그는 소행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와 이웃해 있었다. 그래서 일거리도 구하고 견문도 넓힐 생각으로 그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첫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주홍빛 천과 흰 담비 모피로 된 옷을 입고 매우 검소하면서도 위엄있는 옥좌에 앉아있었다.


    "아! 신하가 한 명 왔구나!" 어린 왕자가 오는 것을 보자 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린 왕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나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볼까?"


    왕에게는 세상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왕에겐 모든 사람이 다 신하인 것이다.


    "너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오라." 한 사람의 왕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러워진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그 별은 흰 담비 모피의 그 호화스러운 망토로 온통 다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 있었다. 그리고 피곤했으므로 하품을 했다.


    "왕의 면전에서 하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라. 하품을 금지하노라." 왕이 말했다.


    "하품을 참을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해서 잠을 자지 못했거든요......" 어리둥절해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거든 네게 명하노니 하품을 하도록하라. 하품하는 걸 본지도 여러 해가 되었구나. 하품하는 모습은 짐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니라. 자! 또 하품을 하라. 명령이니라." 왕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겁이나서 하품이 나오지 않는군요......" 어린 왕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흠! 어흠! 그렇다면 짐이......짐이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 하고 왕이 말했다.


    그는 뭐라고 중얼중얼했다. 화가 난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 왕은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무엇보다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복종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절대 군주였다. 하지만 매우 선량했으므로 사리에 맞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만약에 짐이 어떤 장군더러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장군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그건 그 장군의 잘못이 아니라 그건 짐의 잘못이니라." 라고 그는 평상시에 늘 말하곤 했다.


    "앉아도 좋을까요?" 어린 왕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게 앉기를 명하노라." 흰 담비 모피로 된 망토 한 자락을 위엄있게 걷어올리며 왕이 대답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의아해 하고 있었다. 별은 아주 조그마했다. 왕은 무엇을 다스린담?


    "임금님, 한가지 여쭈어 봐도 좋을까요?"


    "네게 명하노니, 질문을 하라." 왕은 어린왕자에게 서둘러 말했다.


    "임금님...... 임금님은 무엇을 다스리고 계신지요?"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퍽이나 간단이 왕이 대답했다.


    "모든 것을요?"


    왕은 신중한 몸짓으로 그의 별과 다른 별들, 그리고 떠돌이별들을 가리켰다.


    "그 모든 것을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절대 군주였을 뿐 아니라 온 우주의 군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 저 별들도 임금님께 복종하나요?"


    "물론이니라. 즉각 복종하노라. 규율을 거역하는 것을 짐은 용서하지 아니하느니라." 왕이 말했다.


    그러한 굉장한 권력에 어린 왕자는 경탄했다. 그도, 그런 권능을 가질 수 있다면 의자를 뒤로 물려 놓지 않고서도 하루에 마흔네번 아니라, 일흔두번, 아니 백번, 이백번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게 아닌가! 그래서 버리고 온 그의 작은 별에 대한 추억때문에 조금 슬퍼진 어린 왕자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부탁을 드려 보았다.


    "저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요...... 해가 지도록 명령해 주세요......"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닐것을 명령하거나 비극 작품을 한 편 쓰라고 명령하거나 또는 물새로 변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그 명령을 바고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가 잘못일까, 짐의 잘못일까?"


    "임금님의 잘못이지요." 어린 왕자가 자신있게 말했다.


    "옳다. 누구에게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니라.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어야 하느니라. 만일 네가 너의 백성에게 바다에 몸을 던지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내가 복종을 요구할 권한을 갖는 것은 나의 명령들이 이치에 맞는 까닭이다." 왕이 말을 계속했다.


    "그럼 제가 해지는 것을 보게 해달하고 한 것은요?"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어린 왕자가 일깨웠다.


    "해가 지는 것을 보게 해 주겠노라. 짐이 요구하겠노라. 그러나 내 통치 기술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길 기다려야하느니라."


    "언제 그렇게 되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으흠. 으흠! 오늘 저녁...... 오늘 저녁 일곱시 사십분이니라!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너는 보게 될 것이다." 왕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것을 못 보게 된것이 섭섭했다. 그는 어느새 조금 실증이 나 있었다.


    "저는 이제 여기서 할 일이 없군요. 다시 떠나가 보겠습니다!"


    "떠나지 말라. 떠나지 말라. 너를 대신으로 삼겠노라!" 신하가 한 사람 있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러운 왕이 대답했다.


    "무슨 대신이요?"


    "저...... 사법대신이니라!"


    "하지만 재판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그건 모를 노릇이지. 짐은 아직 짐의 왕국을 순시해 보지 않았느니라. 짐은 매우 연로한데, 사륜마차를 둘 자리도 없고, 걸어 다니자니 피곤해지거든." 왕이 말했다.


    "아! 제가 벌써 다 보았어요." 허리를 굽혀 별의 저쪽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는데요......"


    "그럼 네 자신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법이거든. 네가 너 스스로를 훌륭히 심판할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예, 저는 어디서든 저를 심판할 수 있어요.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으흠, 으흠!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마리가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밤이면 그 소리가 들리느니라. 그 늙은 쥐를 심판하거라. 때때로 그를 사형에 처하거라. 그러면 그의 생명이 너의 심판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매번 그에게 특사를 내려 그를 아끼도록 하라. 단 한 마리밖에 없는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저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건 싫습니다. 아무래도 가야겠습니다."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가지마라."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떠날 준비를 끝마쳤지만 늙은 왕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임금님의 명령이 준수되길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일분내로 떠나도록 제게 명령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지금 조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므로 어린 왕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길을 떠났다.


    "너를 내 대사로 명하노라." 왕이 황급히 외쳤다.


    그는 매우 위엄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군' 하며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앙뚜완느 드 쎙 떽쥐뻬리(Antoine Marie-Roger de Saint-Exupery, 190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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