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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해 있은 사학비리. 족벌 경영이 그 원인이다. 설립자와 그의 배우자, 아들과 딸, 손자와 조카들까지 재단운영과 학교행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 짜고 부정을 저질러도 무방한 환경이 조성돼 있으니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이사장 아닌, 그래도 이사장인 설립자 아들
대표적 비리사학 중 하나로 꼽히는 충암학원. 논란이 된 지 오래다. 그간 교육청 감사와 검찰조사 등을 통해 적발된 비리를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횡령, 뇌물, 공사 비리, 부풀리기, 서류조작, 인사 부정 등등 말 그대로 ‘비리종합세트’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매일 먹는 급식에도 장난을 쳤다. 힘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가 이런 추악한 짓을 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충암학원 설립자는 이홍식 전 이사장의 부친이다. 1970년 부친이 작고하자 이씨의 부인이 이사장에 취임했고, 이씨는 교장이 됐다. 1974년 이씨는 이사장직에 오른다. 그의 ‘장기집권’은 비리로 이어졌다. 학교 땅에 스포츠센터를 짓고, 교사를 동원해 학부모에게 회원권을 강매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난방시설 수리비 명복으로 3억5천만원을 횡령하고, 조카를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병무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일로 이씨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씨의 딸과 아들이 이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사장은 여전히 이씨였다. ‘명예이사장’, ‘학원장’ 등 법규정에 있지도 않는 직함을 만들어 이사장 행세를 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당시 교육감 곽노현)은 충암학원과 충암 중고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여 32건에 달하는 비리를 적발했다.
저들 눈엔 아이들 밥그릇도 단지 돈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은 비리도 있다. 교실에서 사용하는 분필과 칠판지우개, 시험지, 도서구매, 매점 임대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밀접한 것들도 비리의 대상이었다. 사지 않은 물품을 샀다고 하거나, 구매량을 크게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 적발된 비리는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표로 대신하겠다.
이번엔 급식 관련 비리다. 서울시교육청이 충암고등학교에 대한 급식감사에서 4억여 원의 횡령의혹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은 충암고가 식재료와 식자재비를 빼돌리고, 용역근무 내역을 조작하거나, 부당 수의계약을 맺어 비용을 확대 청구하는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서있는 복도에서 급식비 못낸 학생들에게 “내일부터 (학교에) 오지마라” “밥 먹지 마라”는 등의 막말을 해 논란을 빚었던 바로 그 학교다.
그런데 충암학원 측은 서울시 감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사학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을 고소하겠다는 성명을 학교 홈페이지에 걸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증언이 쏟아졌다. 현직 충암고 교사와 충암고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 서울시교육의원 등이 충암고 급식 실태를 폭로했다. 기름을 여러 번 사용해 튀김에서 검정 가루가 묻어 나오고, 밥에서 벌레가 나오기도 했단다. “반조리식품 위주라서 조리실에 양념류가 거의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만연한 사학비리, 누구 책임일까?
환경이 열악한 건 조리실 뿐만 아니다.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학교 시설 노후화는 위험 지경에 이르렀다. 충암중학교는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기도 했다. 위생시설도 엉망이다. 2008년 적발 당시 중학교 남자용 화장실(대변용)은 단 한 하나였다. 700명(당시 학생수)이 사용하는 남자중 4층 건물 통털어 화장실은 1층 한 곳뿐. 오죽했으면 충암학원 교사와 지역주민들이 “아이들에게 똥 쌀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강 퍼포먼스를 벌였을까.
비리학원의 눈에는 학생들이 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런 비리사학이 충암학원 뿐일까?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 그럼 누구의 책임일까? 해당학교와 지도감독 기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들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도 도입, 법인 이사회 회의록과 이사 인적 사항 공개 등이었다. 사학비리의 원인이 ‘족벌경영’에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장외투쟁 통해 ‘노무현 사학법’을 개악했던 박근혜
그런데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가 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날치기 했다”며 “사학법 개정의 목표가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사학을 전교조에 넘겨주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이 벌였던 가장 강도 높은 장외투쟁이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박근혜의 57일 장외투쟁’에 무릎을 꿇었다. 타협에 들어갔고, 사학법은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핵심 부분에 독소조항이 삽입됐다. ‘학교법인 이사장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은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는 조항 아래 예외의 경우를 두었다. 이사정수 3분의 2이상 찬성(사립학교법 제53조의 3)하면 학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황당한 건 '박근혜-한나라당'이 개정(2007년)한 동법 제14조다. 개방이사의 수를 이사 정수의 4분의 1까지로 제한해 놓았다. 4분의 1로 ‘3분의 2 찬성’을 막을 방도는 없다. 말이 재개정이지 족벌경영하라고 사학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거나 다름없다.
이러니 ‘헬조선’ 이라고 부르는 거다
2005년 개정된 사학법이 그대로 유지됐더라면, 2007년 ‘박근혜-한나라당’에 의해 개악되지 않았더라면, ‘비리사학’은 발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충암학원 비리도 근절됐을 터, 적어도 한창 성장기인 학생들의 급식에 검은 손을 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사학법’에 거품 물고 반대했던 박근혜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망가뜨리는 법”이라고 핏대를 세웠었다. 묻겠다. 지금 우리 아이들 교육과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게 대체 누군가? 개방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법 개정, 이것이 사학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비리사학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생활하는 충암고 학생들.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상처가 심할까? 이러니 ‘헬조선’, ‘지옥불반도’ 같은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거다.
출처 | http://blog.daum.net/espoir/8127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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