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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라씨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진 명곡 '바람이 분다'에는 추억이 다르게 적히고, 다른 모습으로 인식된다는 애잔한 노랫말이 등장한다.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두 사람의 기억 속에서 추억이 다르게 적힌다.영원히 하나일 것만 같았던 그들이 둘로 나뉘어 진 까닭을 한 두마디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덧없는 시간, 식어버린 열정, 비릿한 욕심과 이기심같은 것들이 한 데 뒤엉켜버린 탓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추억이 다르게 적히는 일이 어디 연인 사이의 사랑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추억이 다르게 적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과 현상에 대한 사람의 기억 역시 모두 제각각으로 인식된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르게 추억되고 기억되는 이야기, 함께 공유했던 시간을 두고 다른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글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양소가 설치된 경기 안산의 유원지 상인들이 영업 피해를 배상하라며 세월호유가족협의회와 안산시,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는 어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인들이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큰 피해를 받았다"며 "상인들의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세월호 참사라는 압도적 비극조차 상인들에게는, 그리고 그들을 대리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게는 다르게 기억되고 있다. 지역상인들과 강용석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를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현실적이며 이해타산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적 사고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매몰차고 몰인정하게 보이겠지만 어쩌면 그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 같이 아파하며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사람들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너무나 흘렀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반드시 해결해야 했고, 풀어야 했던 것들을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정부, 영악하고 계산적인 정치권, 그리고 그들의 정치공학에 부화뇌동했던 일단의 사람들에 의해 세월호 참사는 지역상인들에게 다르게 적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상인들과 강용석 변호사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수 이승환씨는 어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그는 어제 발표한 '3+3'미니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가만히 있으라'를 수록한 사실을 전하며, "날이 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기리고 또 기리는 마음에 '가만히 있으라'를 만들었습니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그는 이 노래와 관련해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는데, 세월호의 슬픔을 공감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분에게는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히며 사람들의 동참을 권유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훌쩍 지난 시점임에도 이승환씨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노란리본 문신을 새겨넣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페이스북과 개인 홈페이지에 여전히 추모리본을 걸어 놓는 사람도 있다. 매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상한 영혼이 치유되기를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외치는 사람도 있다.
참사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약속했던 이 나라의 대통령도 기억하지 않는 일을, 의혹없는 진상규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정치권이 망각하고 있는 일을, 이 나라의 방송과 언론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흘러한 이슈를 아직도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대체 그 끈기와 열정, 지치 않는 신념과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경이롭기만 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끈기와 열정, 신념과 용기가 없었다면 세월호 정국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날 벌어진 두 모습을 바라보는 대중의 평가는 확연하게 갈린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안산시 지역상인들과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를 향해서는 비난 일색인 반면, 이승환씨에게는 격려와 칭찬이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사회적 현상에 반응하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환기시켜 준다.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는 온전히 개별 주체의 몫이다. 이는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이며, 방식의 문제다. 지역 상인들과 강용석 변호사처럼 생각하면 그들처럼 될 것이고, 가수 이승환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을 규명했고, 무엇이 달라졌으며, 무엇을 이루어 냈을까?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강구하겠다던 수많은 약속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끔찍한 일이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달라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보다 더 끔직하고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전대미문의 압도적 참사에도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는 사회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참담하고 개탄스러운 현실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마음 깊숙히 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지옥같은 악몽 속에 평생을 갖혀 살아야 할 유족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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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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