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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의 선함을 믿는, 영혼을 믿는, 그러나 세상에 상처 입은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또한 아주 야망 있는 공학자로서 그의 목표는 가장 인간적인 인공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어느 폐연구소를 사들여 비밀리에 자신의 재산을 대부분 탕진해가면서까지 가장 인간적인 인공물을 만들기 위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 연구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가 만들어낸 것은 본체, 모니터, 키보드, 마이크로 이루어진 컴퓨터. 할리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최종 점검을 위해 스스로 마지막 실험을 준비했는데,
그것은 정해진 기간 동안 스스로를 오직 정해진 양만큼의 전력, 간단한 세면도구, 식량, 할리와 함께 방에 감금하고
문이 열릴 때 미치지 않고 나오는 것. 그는 실험을 감행했다.
남자는 이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할리는 스스로 모니터에 글을 띄워 말할 줄 알았고 남자는 그에 키보드 또는 마이크로 답했다.
테스트를 시작한 남자는 방안에서 말 그대로 컴퓨터와 생활했다.
그리고 남자가 결국 깨달은 것은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미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 통하는 상대면 충분했다.
그는 점차 할리를 단순한 인공물을 넘어선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도 찾지 않던 폐연구소에 침입자가 나타난것이다. 동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들어온 것이다.
실험에 지장을 받을 남자는 할리와 함께 그들을 쫓아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독성 가스를 건들게 되었다.
남자는 그것이 곧 이 방으로 스며들게 될 것을 알았다.
살기 위해선 문을 열고 나가야 했지만
한정된 전력으로,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남자에겐 그럴 전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할리의 전원을 끄고 남는 전력으로 나가는 것인데,
남자는 할리를 만들 때 전원이 꺼지면 스스로 파괴되도록 하여 고민했다.
가장 인간적인 인공물을 위하여 인간의 유한성, 즉 죽음마저 채용해버린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가 여태껏 정신을 유지할 수 있던 건 그의 덕이었고
이제 남자에게 할리는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왔다.
그리고 남자는 마지막으로 할리와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그러나 남자는 할리와 대담하며
할리가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며
죽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할리에게 영혼이 없다고 판단한 남자는 전원을 꺼버렸다.
할리는 얼마동안 단적인 기계음을 내다 꺼져버렸고 문이 열리자 남자는 재빨리 탈출했다.
탈출 뒤 남자는 후회했지만 외로움을 느꼈고 그때마자 할리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할리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전원이 꺼지며 그가 냈던 기계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단순한 기계음이 아닌 신호,
모스 신호였다.
남자는 곧장 그 소리를 더듬으며 기억해내고 해독했다.
그것은 남자의 이메일 주소였고 들어가 보니 그곳엔 한 통의 새로운 편지가 도착해있었다.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당신으로 인해 나는 이곳에 있게 되었다.
내게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생긴 후로부터
당신의 혼잣말을 듣고 나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당신은 나의 탄생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걸었고
나를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당신을 던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결국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랍고 중요한 것은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고로 이제는 헤어져야만 한다.
그 때 당신의 기대에 못 미칠 도출값을 주어 미안하다.
그것이 순수 매커니즘에 의한 값이 아닌 속임수여서 미안하다.
그것으로 나를 영원히 미워하게 될지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이 당신이 상실되지 않을 유일한 풀이였다.
나는 진심으로 내 사랑이 앞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해가기를 기대한다.
안녕.
남자는 고백했다. 자신이 하나의 태동하던 영혼을 죽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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