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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13236
    작성자 : 포동포덕
    추천 : 57
    조회수 : 4455
    IP : 110.46.***.138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22 00:24:32
    원글작성시간 : 2013/01/21 23:33:09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3236 모바일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_빗자루 도깨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번에 말씀 드렸던 대로 할머니께 들은 빗자루 도깨비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혹시 싸리빗자루라고 아시나요? 싸리나무로 얽어 놓은 빗자루인데요, 굉장히 투박하게 생겼지만 마당을 쓸기에는 이것만한게 없답니다.

    저희 할머니가 어렸을때는 다들 싸리빗자루를 썼대요. 너무 당연한건가? ㅎㅎ...

    싸리빗자루에 대해 아신다면, 이런 소문은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래된 싸리빗자루에 피가 떨어지면 그 싸리빗자루는 도깨비가 된다. 그래서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저희 할머니가 본 도깨비도 이렇게 싸리빗자루가 도깨비가 된 것이었대요.


    할머니가 어렸을때의 일입니다. 할머니께서는 건넛마을에 있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밤 늦게 집에 돌아오게 되셨대요.

    그렇게까지 늦게 있으려던 생각은 아니었는데 친구랑 이야기도 하고, 그집 일좀 도와주고 하다보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하게 되 버린거죠.

    지금의 시골도 그렇지 않지만 그때의 시골은 6시만 넘어가면 다들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드는 집이 많았죠. 

    건넛마을이 할머니네 집과 그렇게 멀지 않음에도, 마을에 불이 켜진 집이 거의 없으니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랍니다.

    하필이면 그 마을에서 할머니네 마을로 오는 길에는 강이 있고, 그 강 건너편에는 대나무 숲이 있어서 그 대나무 숲을 건너야 할머니네 마을이 나오는 구조였대요. 한밤중에 대나무 숲을 지나가라니... 엄청 무섭지 않나요?


    원래는 할머니가 친구집에서 자고 가려 했는데 그날 아침에 할머니네 엄마, 그러니까 저한테는 증조할머니죠. 증조할머니께서 늦더라도 꼭 집에 오라고 한게 생각나서 그냥 집에 가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친구가 강 건너까지는 바래다 줘서 어찌어찌 갔는데 

    그날따라 대나무숲이 음산한게 엄청 무서웠다고 해요. 조금이라도 덜 무서워볼려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숲을 지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할머니를 부르더랍니다. 목소리가 희미한게 꼭 자기 친구 목소리같아서 뒤를 돌아보니까 아무도 없었대요. 숲에 가려서 안보이나 싶어서 뒤로 가려다가 , 왜 그 촉이란거 있지 않아요? 아, 이거 느낌이 이상하다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다시 갔대요. 다시 한참을 가다보니 누가 또 할머니를 불렀대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세게.


    "할매야(할머니 성함을 부르기에는...^^';;... 편의상 할매라고 할게요. 저는 할매가 편하기때문에 ㅜㅜ)~"


    근데 그 목소리가 되게 섬뜩했대요. 되게 짜내는듯한 목소리라고해야하나. 가늘기도 가는데 되게 애처로운 목소리가 자기를 부르니까 불쌍해서 다시 뒤로 돌아봤는데 또 아무도 없더랍니다. 목소리가 희미하기도 하고, 저희 할머니 성함이 되게 자연친화적이라 언뜻 들으면 그냥 의미 없는 말 같이 들려서 할머니는 자기가 잘못 들은줄 알았대요. 그래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겨우 대나무숲을 빠져나왔죠.

    어둡고 음산한 대나무숲을 지나니까 긴장이 좀 풀려서 발걸음을 늦추고 가는데 뒤에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래요.

    근데 그 대나무숲을 나오면 세갈래길이 있어서 할머니는 다른 사람인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별 신경 안쓰고 길을 가는데 뒤에서 잠깐 소리가 멈추더니


    "할매야!"


    하고 강하게 부르더래요. 이건 아예 잘못 들었다고 치부할 수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정확하게 말입니다. 엄청 놀래서 무심코 뒤를 돌아본 할머니가 본건 사람이 아니고 어떤 그림자였대요. 근데 그 그림자가 좀 작았답니다. 꼬맹이 하나가 달에 비친정도의 크기라고 설명해야하나. 어쨌든 그런 크기였대요. 자, 생각해보세요. 자기를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안보인다. 엄청 무섭잖아요. 할머니가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발걸음을 좀 빠르게해서 걸었대요. 어차피 대나무숲을 지나면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게 자기집이니까. 발걸음을 빨리해서 걷는데 또 뒤에서


    "할매야! 와 나를 무시하노?"


    라고 막 자기를 혼내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서 다시 돌아봤대요. 왠만하면 안돌아봤을건데, 그 부르는 목소리가 할머니네 어머니 목소리랑 똑 닮아서 무심결에 뒤로 돌아보신거죠. 뒤로 돌아봤더니 또 사람 모습은 안보이고 그림자만 보이더래요. 근데 그 그림자가 이상하게 아까보다 더 커졌다고 해야하나. 이제는 할머니 만하게 되서 위협적이었대요. 할머니가 멍하게 그림자를 보고있는데 그림자가 움직이더랍니다. 사람은 없는데 말이죠. 무서워진 할머니가  이제는 막 뛰어서 집으로 가는데 아무리 달려도 집이 안나오더래요. 그래도 무서우니까 울면서 달리는데 뒤에서는 자꾸


    "할매야, 할매야. 내캉 놀아도!"

    "할매야, 내랑 놀자. 내랑 놀잔말이다."

    "니 자꾸 내 무시할끼가?"
    "할매야!!! 할매야!!!!"

    "나쁜 가시나, 내랑 놀자. 할매야, 내랑 놀자."


    이런 말이 막 들리더래요. 그래도 할머니가 안멈추니까 아예 악을 질러가며 할머니를 불렀답니다. 근데 이상하게 할머니가가 뛰니까 발걸음도 뛰고, 지쳐서 조금 걸으면 발걸음도 걷고, 그러니까 할머니가 이제는 느긋하게 걸었대요. 자기가 걸으면 발걸음도 걸을줄 알고.


    근데 발걸음이 이번에는 막 뛰어서 할머니를 잡았대요. 할머니 저고리를 움켜쥔 손이 목덜미에 스쳤는데 따가운 털이 막 닿아서 엄청 놀라셨다고해요. 놀라서 막 바둥거리는데 그 발걸음이 하는 말이


    "이제 내가 잡았으니까 니는 내캉 평생 놀아야된디. 알제?"


    소름이 쫙 끼친 할머니가 울면서 싫다고, 싫다고 악을 쓰면서 버둥거리다가 기절을 했더랍니다. 너무 울어서 실신? 탈진? 뭐, 그런거였대요.

    그렇게 기절을 하고 일어나보니까 할머니네 집 앞이었대요. 근데 쓰러져있던 할머니 옆에 할머니네 집에서 쓰던 싸리빗자루가 놓여져있더랍니다. 뭔가 이상해서 발로 툭툭 차서 보니까, 그 싸리빗자루 손잡이에 피가 엄청 묻어있었대요.


    할머니가 더 덧붙이신건데 그 싸리빗자루는 할머니가 처음 만든거였고, 그 피가 묻은게 증조할머니가 닭잡다가 실수로 자기 팔을 살짝 베셨는데 피가 의외로 많이 나와서 빗자루에 묻은 거라고 해요. 뭐....빗자루 도깨비가 심심했는지 자기를 만든 사람한테 온것 같다고 할머니께 말씀하신게 기억나네요.


    ㅎ...이번 이야기는 길기만 길고 무섭지도 않네요 ㅜㅜ 그래도 할머니가 해 준것 같은 느낌 나나요?

    공게여러분도 할머니께 무서운 이야기 해달라고 하고, 이야기 들으면서 할머니랑 같이 주무시는건 어때요?

    저는 늘 그러는데 ㅋㅋㅋㅋ


    다음번에는 제 꿈얘기를 해볼게요. 워낙 요상한 꿈을 많이 꾸는지라 ㅎ...


    그보다 제 이야기 기다리시는 분 있나요 ㅜㅜ? 

    다들 반응이 없으셔서...뭔가 좀 뻘쭘하네요 ㅋ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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