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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612778
    작성자 : 선프레소
    추천 : 15
    조회수 : 740
    IP : 211.209.***.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5/09/17 14:59:35
    http://todayhumor.com/?sisa_612778 모바일
    [펌] 김종배 시사통 - 앙상한 비주류
    "이들의 목표는 싸워 제압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입니다. 
     육참골단도, 동귀어진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기보전입니다."

    - 본문에서 - 


    -------------------------------------------------------------------------------------------------------------------

    앙상한 비주류

    비주류의 알몸은 앙상했습니다. 
    중앙위에서 그들은 소수였고, 그 소수들마저 행동 통일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지리멸렬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면 숫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의에 차 있다면, 그리고 그 결의가 지켜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면 
    지금 비록 수의 횡포에 무릎 꿇더라도 앞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주류는 그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결기에 차 중앙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인사 몇몇이 있었지만 
    이들조차 앙상함을 넘어 추레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중앙위 퇴장 직후 성명서를 내놨습니다. 
    자기 판단과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성명서였는데요. 공감을 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히려 이율배반과 엉거주춤만 노정시켰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짚어보죠. 
    이들이 중앙위에서 퇴장한 직접 사유이기도 했던 투표 방식의 문제인데요. 
    이들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과 재신임을 연계하는 순간 인사 안건이 됐고, 
    따라서 무기명 투표를 해야 했는데도 공개투표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안건의 당사자를 앞에 두고 공개투표를 진행한 것은 사실상 찬성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요.

    가당찮은 주장입니다. 
    이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이 주장은 가당찮은 것입니다.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지난 7월 중앙위가 열렸습니다. 
    어제와 똑같은 표결 방법을 채택한 7월 중앙위의 중요 안건은 사무총장제 폐지안이었습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 안건 역시 인사 사안이어야 했습니다. 
    최재성 당시 사무총장의 거취가 달린 문제였으니까요. 
    특히 최재성 당시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속칭 ‘쪽팔림’을 강요당하는 안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사무총장제 폐지안은 인사 안건이니까 무기명 투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개 투표로 박수 통과시켰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또 하나 있습니다.

    적잖은 비주류 의원이 지금까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왔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SNS 공간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대놓고 문 대표의 2선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에워싸는 분위기도, 자신을 향한 눈초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알렸습니다. 
    ‘구당의 절박함’과 ‘고뇌에 찬 소신’으로 포장하면서 자기 주장에 확성기를 갖다 댔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최근 몇 달 간 풍경이 이랬습니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말 포탄을 쏟아냈습니다.

    쪽박 깨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삿대질 하는 풍경이 이구석저구석에서 연출돼온 마당에 
    굳이 중앙위에서만은 소신껏, 공개적으로, 대놓고 입장을 표명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요?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비주류의 주장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보이콧의 명분을 쌓기 위함이었던 걸 다 압니다. 
    헌데 이상합니다. 
    보이콧에 밑줄 쫙 치고 나서 이들의 성명을 살피면, 
    그리고 중앙위 이후 내놓는 요구사항을 살피면 더더욱 이상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콧 이후의 행동은 전면투쟁입니다. 
    보이콧의 대상이 됐던 것을 ‘폭거’로 규정하고 그 ‘폭거’의 원천무효가 실현될 때까지 결사투쟁을 하는 게 
    일반적이죠.

    이런 일반 패턴에 기초해 보면 이들은 ‘폭거’의 내용인 혁신안의 전면 부정, 
    ‘폭거’의 주체인 문재인 대표와 그 세력과의 전면 투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른바 주류가 이들이 그동안 입만 열면 읊조려온 패권주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니까 ‘옳다구나’ 하면서 
    팔 걷어붙이고 머리 들이밀어야 합니다. 

    중앙위에서 실패했다면 그 다음 수순으로 예정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발판 삼아 
    패권주의의 정점을 꺾어버리기 위한 전면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헌데 이들은 성명서 말미에서 “향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보다 깊은 성찰과 혁신의 실천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합니다. 

    결기에 찬 자세가 아니라 삼가는 자세를,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자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살펴보면 돌고돌아 그 자리입니다. 

    이들이 정말 결기에 차 있었다면 애당초 무기명 투표 운운하지 않았을 겁니다. 

    배수진과 불퇴전을 작정했다면 공개 투표니 무기명 투표니 하며 따지지 않았을 겁니다.

    거듭 확인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싸워 제압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입니다. 

    육참골단도, 동귀어진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기보전입니다. 

    서두에 이들의 알몸은 앙상했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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