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출산하고 시어머니께 들은 얘기입니다.
저는 첫째 출산때 진통하다가 제왕절개수술을 하게 되었구요. 그래서 둘째도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어요.
진통을 하다 출산했던 첫째때와는 다르게 수술날짜 잡고 출산하게 되었지요.
수술당일 양가부모님 오셨는데, 시아버지께서 저희 부모님께 우리 며느리가 힘들게
이렇게 예쁜 손자를 낳아줬다 하셨는데 옆에서 듣던 시어머니가 수술해서 낳았는데 뭐가 힘들어? 하시네요.
대부분 딸이 출산을 하면 부모님은 딸을 안쓰러워하시더라구요. 저의 경우도 그랬고 제 친구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첫째를 가졌다고 했을때는 마냥 좋아하셨지만, 둘째 임신소식을 알고서는 첫째때만큼 기뻐하시기보다 제가 힘들까봐
또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친정부모님앞에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오만정이 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어머니는 암투병중이신데 몇년전 암수술을 하셨어요. 암수술하시고서 신랑이 저더러 어머니 퇴원후에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돌지난 첫째 데리고 시댁에서 한달간 지냈고, 그후 항암하실때도 항암끝나고 퇴원하시면 매번 시댁에 찾아뵙기도
했어요. 항암하실적에도 힘드셔서 저보고 와서 밥차려주라고 해서 일주일씩 시댁에 있다가 온적도 있구요.
그렇게 수술도 하시고 항암도 빠지지않고 하셨는데 이제 얼마 안남으셨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아주 사소한 일로 신랑과 다툼이 있었는데, 그간 서로 쌓여있던 감정을 표출하며 싸움이 커졌어요.
제가 시어머니한테 잘하는게 없다는 말을 듣고 저도 화가나서 출산 수술당일 오셔서 사돈에게 수술해서 애낳은게 뭐가 힘드냐고 하셨다고
했더니 신랑말이 어머니 말씀이 옳다는 겁니다.
우리 엄마는 죽을병 들었는데, 수술해서 애 낳은게 뭐가 힘드냐고요.
제왕절개가 죽을병은 아니죠. 근데 그 말이 맞다면 그냥 자기엄마앞에서만 짝짜꿍 장단 맞춰드리고 말것이지 앞으로 평생 함께할
자기자식 둘이나 낳은 아내한테 할 소리인가요?
전 어머니의 그 말씀이 오래도록 잊지못할 상처가 되었는데 신랑이란 작자는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네요.
신랑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아무말 못하고 신랑얼굴을 쳐다보는데, 제가 10년넘게 친구+연인으로 알고 지내온 사람이 맞던가? 정말 그 사람인가?
그사람은 없고 그냥 내앞에 저 사람 괴물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첫째 두돌 전후로 우울증이 생겼어요. 첫째 출산직후 신랑이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고, 생활비는 시댁과 친정에서 받아서 생활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하는 큰돈이 들어갈때는 친정에서 대부분을 해결해 주셨구요.
그래서 항상 시댁 눈치를 살펴야했고, 시어머니의 요구사항도 많아졌습니다.
아기를 맡기고 제가 일을 하면 되는 거였지만 신랑도 저도 남에게 애를 맡기기는 싫었고, 저희 엄마 역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아기를 봐주실 수 없었어요. 이부분에서 친정엄마는 항상 미안해하시고,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게 제일 좋다,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지만, 아기에게는 지금이
가장 엄마가 필요한 시기이니 아이를 잘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하시며, 아기를 못봐주시는 대신 생활비를 보조해주시겠다고 하신거에요.
이번에 둘째 생기면서 스스로 마인트컨트롤에 힘쓰고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조리원서 한 우울증테스트에 보건소에서 상담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싸우는 중 신랑한테 나 우울증이다. 너가 이러니 내가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신랑이 제가 성격이 이상해서 주변상황 (시어머니와의
관계)을 나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거라고 합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이렇게 살아야하나? 이혼해야하나 고민하고 있고요. 문득 신랑이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착한건 자기 부모와 남들한테나 착하지 아내인 저한테 착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신랑이랑 말하는데 온몸 세포가 바짝 긴장하며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무섭네요. 소름끼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