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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살던 집은 무척 넓은 대주택이었다. 거의 작은 마을과 비슷한 규모였다. 마당은 푹신푹신한 잔디가 깔려 있었고 따로 별채에서 살며 일을 하는 누나와 형도 셀 수 없을만큼 많았다.
사실 그 누나와 형들은 우리집에 팔려 온 노예들이었지만 난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마치 모험이라도 하듯 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부잣집 도련님이나 해볼 수 있는 해적 놀이였다. 숨겨진 장소를 찾고, 그 안에는 보물이 있을 것이라며- 심장이 두근거리며 졸였던, 놀이였다. 누구나 어릴적에 갖는 순수한 상상력 덕분에 우리집은 어느 곳이나 놀이터가 될 수 있었다.
누나들이 살고 있는 별채의 방문을 불쑥 열어볼 때는 안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기대되어서 무척 설레였다. 문을 열었을 때, 누나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랬지만, 곧 모두 기쁜 표정으로 환영해 주었다. 그래서 난 우리집에서 일을 하는 형 누나들의 방을 불쑥불쑥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누나, 형들이 사는 별채를 모두 돌아다니고 이제 마지막 한 곳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별채는 유령의 집처럼 기괴한 느낌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1층 건물에 창문도 하나 없는 창고 같았다. 그래도 난 그 건물을 향해 나아갔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 안을 보지 말았어야했다.
그 문을 열기 전에 안에선 어떤 누나가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열병이 난 환자가 낼법한 얕은 신음소리였다. 그래서 무서웠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문을 한 뼘만 열고 안을 살펴보았다.
-고양이는 호기심 떄문에 죽는다.
이 때에 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누나는 아픈듯 신음하고 있었다.
"으으..."
마치 죽어가는 듯한, 그러면서도 숨이 가쁜 듯 터져나오는 짐승의 교성이었다.
어린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탁자 위에 있는 랜턴이 은은하게 노란 빛을 내어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아버지였고, 한 명은 나와 무척 친한 누나였다. 그 많은 누나들 중에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카를렌이었다.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놀아 주는 상냥하고 다정한 누나였다. 누나가 말했다.
"주인님... 더 이상은!"
"시끄러워. 난 너의 주인이다. 어서 손을 움직여!!"
렌턴 빛으로 비친 아버지의 얼굴이 이보다 흉악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카를렌은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러기 싫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용서해주세요!"
"용서?"
그러자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난 너의 주인이다! 어서.. 어서.. 이 도구를 사용해!"
"그... 그치만...!!"
"어서!!"
카를렌은 쭈뼛쭈뼛 거리며 아버지가 말한 도구를 집기 위해 손을 뻣었다. 순간, 카를렌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카를렌의 동공이 점이 되어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리고 곧장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눈물을 머금은 그 미소는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다. 이 상황을 보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에게, 진정하라고 다독이는듯 했다. 그것은 이 상황에서 그녀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카를렌은 각오를 다진 듯,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구를 잡았다. 그리고 눈을 찡끗 감은 뒤, 그 도구를 사용했다!
그녀가 던진 주사위의 숫자는 6. 부르마블 위의 말은 무인도와 런던을 지나, 아버지의 소유인 미국에 도착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해맑게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겼다!! 이겼다고!!!"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자 누나는 징징거리며 소리쳤다.
"이거 봐요! 제가 하기 싫다고 했잖아요! 아 짜증나!"
그러자 아버지는 사람 손 모양양처럼 생긴 도구를 잡았다. 4개의 손가락 모양은 모두 길죽했고 끝이 뭉툭했다. 굵기 또한 다양했다. 각각 애오박,당근, 오이, 고추만한 크기였다. 아버지는 그것을 누나의 코앞에 내밀며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흐흐흐.. 그럼 이제 벌을 받을 시간이로구나!"
아버지는 어린애처럼 순순하게 웃고 계셨지만, 누나의 표정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으로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그것을 정말 사용하실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아버지는 어떤 것을 사용할지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처음이니까.. 작은 것이 좋겠지."
그는 기뻐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인지 계속 나오는 웃음을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그러면서 오이 크기의 손가락 모양만을 남겨두고 다른 것은 다 접었다.
공포에 질린 누나는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아.. 안돼요! 이런 건... 싫어!"
"받아들여.. 처음이니까 조금 아플거야."
누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구석에 몰렸다. 그러자 벌벌 떨며 등에 벽을 기댄 채로 섰다. 두 다리는 개가 다리를 떨듯 후들후들 거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 물건을 자신 앞으로 들이밀자 누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그 물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아..!!"
누나는 아픈듯 신음했다.
아버지의 딱밤 도구가 그녀의 머리를 유린했기 때문이었다.
"겨우 한대야. 처음이니까 가볍게...!!"
두 대. 누나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었다.
세 대, 가녀린 몸에서 식은 땀을 흘렸고
네 대, 누나의 숨이 가파지기 시작했다.
아홉대까지 맞은 누나의 온 몸은 식은땀으로 넘쳐흘렀고 숨소리는 나에게까지 들릴 만큼 가파랐다.
"이제.. 마지막 한 대야..!!"
아버지는 눈을 홉 부릅뜨며 그 딱밤도구를 응시했다. 누나의 땀에 젖어 뭉툭한 끝 부분이 맨들맨들하게 윤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것이 무척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 진짜...!"
누나는 애교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한대를 받아드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순순히 그 마지막 한대를 때릴 생각이 없으셨다. 때리는 척 하려고 도구를 갖다댈 때, 눈을 질끔 감으며 두려움에 떠는 누나의 반응을 즐기셨다. 누나가 눈을 뜨고 아버지를 화가난 듯 째려보면 곧 다시 때리는 척 하다가 도구를 거두셨다.
"아.. 좀!!"
곧장, 아버지는 딱밤도구로 그녀의 순결한 머리를 가격했다. 긴장을 풀고 마를렌이 투정할 때를 노린 것이었다. 마를렌은 조건반사적으로 그것을 피했기 때문에 빗겨 맞았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충격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아얏!"
하고 신음하자 아버지는 하하하 웃으셨다. 누나는 왜 웃는건지 감이 안잡혀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그 이유를 곧 깨달았는지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붙잡았다. 혼란스러움 때문에 부릅뜬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즐거운듯 외쳤다.
"하하하하하!! 피했어! 피했다고!!"
"아니야!!!... 아니야!!"
누나는 절규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은 뒤, 자신의 코앞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피하면... 두대야..."
"싫어!!!"
단발마같은 비명이 그 안에 울려퍼졌다.
다음 날, 마당 청소를 하고 있는 마를렌 누나에게 달려갔다. 누나는 딱밤 때문에 생긴 혹을 감추기 위해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버지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기쁜듯 하하하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소라고 생각했다.
어제 부르마블의 결과는 9승 1패였다. 물론, 9승이 마를렌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딱밤을 90대나 맞아야 했다. 결국, 어제 게임의 후유증으로 아버지는 별채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셨다.
이걸로 우리 둘은 비밀이 생겼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특별한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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