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우선 저는 원주의 모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8개월째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곧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잘리게) 됐는데, 좋게좋게 끝내기엔 제가 그동안 마음에 쌓아둔 게 너무 커서 받을 건 받고 끝내고 싶어요(네, 저는 소인배예요. 소인배 오브 소인배 옹졸함의 표상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 몇 가지 여쭤봅니다.
먼저 제가 잘리게 된 이유는 (표면적으론)하나예요. 가게에 몇 달째 적자가 나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더 오래 할 애들을 자를 순 없으니, 어차피 1월에 그만두려던 니가 나가줘야겠다. 12월 한 달은 매출이 괜찮을 테니 12월 31일까지 하고 그만둬라.
달력을 갖다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그 태도에 짜증이 나서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더니 기분 나쁘냐더군요. '잘리는 마당에 기분좋을 인간이 어딨어요 나가도 내가 나가지ㅡㅡ'하고 차마 말은 못해 생각만 했는데, 그 이후 이어진 말은 더했습니다. 12월엔 주휴수당도 줘야 하니까 시급을 최저시급으로 내리겠다고요. 표정이 더 썩으니까 주절주절 변명을 하더라고요.
'본사에서 이번달부터 주휴수당을 주라고 한다. 그런데 5000원으로 주휴수당까지 챙겨 주려면 내 사정도 더 안 좋아지니까 4860원 받고 주휴수당을 받든지, 5000원 받고 주휴수당을 포기하든지 해라.'
어이가 없었지만 4860원으로 주휴수당까지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좀 생각해보니 이상한 게, 본사에서 이번 달부터 주라고 했다뇨? 제가 알기로도 꽤 오래 전부터 그 법은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검색해 봤더니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는 꼭 줘야 한다고 나오던데, 그럼 이전까지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이제야 '본사 방침이 바뀌었다'며 마치 새로 생긴 법인 양 썰을 풀었단 얘기가 되거나, 제가 잘못 알고 있다는 건데..이미 퇴근한 마당에 다시 가서 물어보기도 뭐하고 해서 일단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주정도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그제(화요일) 문득 생각이 나서 그 내용 추가된 근로계약서를 새로 써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건 이제 와서 왜 쓰려고 하냐는 둥 뭐가 섭섭해서 갑자기 쓰냐는 둥 안 써 주려고 하기에 필요하니까 써 달라고 우겨서 어쨌든 쓰게 됐습니다. 쓰면서 넌지시 다시 물었어요.
"본사에서 그러니까 주휴수당을 이번 달부터 줘야 한다고 제정? 한 거예요?"
"어. 짜증나게 거지같은 법이 생겨서 업자 허리만 휘고 알바생만 좋고 블라블라.."
엄청 당당하길래 제가 틀린 줄 알았어요. 제가 알기로는 강제적용인데, 원래는 선택적용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따지지 않고 일단 입다물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대화는 뭐..제 입장에선 어이없고 열받는 내용들이었지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으니 생략할게요.
여튼 서론이 길었는데.. 제가 여쭙고 싶은 건 이거예요.
1. 이제껏 일했던 날들에 대한 주휴수당도 요구할 수 있나요?
2월 18일부터 7월 31일, 8월 한 달 쉬고 9월부터 현재까지 쭉 주 5일 일5시간(변동된 적도 있었어요. 10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는 6시간, 명절이나 기타 사정으로 그 이상 일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일했고 그 동안 추석 하루 쉬었습니다.. 아.. 제가 원래 주말은 쉬는데, 주말 이틀 일해주고 그 주, 그 다음 주 금요일 쉰 적은 있었네요.(5월 25,26근무로 5월 31, 6월 7일 근무 대체)
2. 요구할 수 있다면, 금액의 기준은 그 달 받은 시급인가요?
시급에 변동이 몇 번 있었습니다. 2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는 수습시급으로 4400원(이거에 대해서도 맘에 걸리는 게 있는데, 그건 밑에서 따로 여쭤볼게요.), 6월부터 7월 말까지는 4900원, 9월부터 11월 말까지는 5000원, 그리고 12월 현재는 4860원을 받습니다. 그 중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달은 4월~7월(4900원), 12월(4860원)이예요.
3. 수습시급은 1년 이상 계약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솔직히 처음엔 몰랐는데, 사무실 문에 최저임금과 급여 주는 거에 대해 노동부에서 발행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그 중에 작은 글씨로 '수습기간은 1년 이상 계약한 자에게만 해당함' 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알게 됐는데, 그래도 점장이 저리 당당한 걸 보면 예외의 경우도 있을지 몰라..하며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4. 계약서의 내용은 서명한 이상 절대적인 건가요?
4월에 쓴 계약서를 보면 시급 4900원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밑에 '수습기간은 3개월이며 시급의 90% 급여로 한다.' 는 조항이 있는데, 그땐 잘 모르고 그냥 서명했었어요. 만약 제가 수습시급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면, 서명을 했어도 정상 시급을 받았어야 했던 게 맞나요? 이미 그때 수습시급으로 쳐서 받았고 시간도 많이 흘렀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나요? (참고로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던 한 알바생이 있었는데 정상시급을 주겠다고 했었대요. 그렇지만 그 알바생은 다음날 잘려서 그후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5. 계약서에 쓰인 날짜 이전에 그만두게 되면 제 쪽에서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나요?
근로계약서를 쓰며 들었던 은근한 협박조를 띤 말과 빈정거림 등을 엄마한테 줄줄 풀며 신세한탄을 했더니 엄마는 이번주까지만 하고 그만둬 버리라고 하십니다. 금요일까지 무사히 일 하고 돌아오면 토요일에 엄마가 가서 점장하고 담판을 짓겠다 하셨는데,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31일)를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요.. 이달에 새로 쓴 계약서엔 없지만 4월에 썼던 계약서에 쓰인 '상기 계약기간 전 을의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근무를 그만 둘 경우 사전에 갑에게 통보하여 일정기간 근무자를 구할 때까지 근무를 하여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갑의 손해배상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맘에 걸려 여쭤봅니다.
6. 이건 별로 중요하진 않은 것 같지만 혹시 해서 여쭤봅니다. 엄마 말씀으로는 근로계약서는 꼭 안 써도 되지만, 구두로 계약했더라도 계약만료일 이전에 피고용인을 자르려면 한 달 전에 사유 등을 적어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걸 어겼을 때는 한 달치 급여를 주게 돼 있다고요. 근데 긴가민가하시면서 말씀하셨던 거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어요. 점장이 저더러 12월까지만 하고 나가라고 한 날이 11월 29일이고, 본래 제가 그만두기로 했던 날은 1월 24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2월 한 달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상관없는 얘기일 것 같네요.)
제가 여쭙고 싶은 건 이 정도예요. 덧붙여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절 자른다던 점장은 새 알바생들을 뽑고 있구요.
냉정한 상태에서 쓰려고 노력은 했지만 제 옹졸한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차서 횡설수설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네요. 혹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