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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시사회 후기
영화 <터널>의 끝에서 빠져나올 때
우리는 알고 있던 답에 확신하게 된다.
터널은 산을 빠르게 지나가기 위해 뚫는 길이다.
자 본주의가 도래한 이래 기술의 속도 전(戰)은 말 그대로 전쟁(戰爭)이 되었다. 영화 <터널>은 경제 속도에 내리깔린 인권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주제는 도입에서부터 결과까지 응축하며 뚜렷하게 제시된다. 첫 씬에서 주인공 정수(하정우)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할아버지 직원이 실수를 연발한다. 그리고 느리다. 정수가 주문과 달리 주유를 한 할아버지를 나무라자 사장이 뛰어와 사과한다. 사장은 유류를 잘못 넣어 몇 백만원까지 배상했다면서도 할아버지를 계속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정수 또한 할아버지를 크게 나무라지 않고 어차피 넣을 기름이라며 계산을 한다. 이 첫 씬 안에 영화의 모든 내용과 주제가 암시되고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 느리고 실수가 있더라도 그를 포용하고 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 씬의 주유소 손실 사례처럼 국가의 큰 기회비용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국민 개인을 보호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인과응보처럼 할아버지가 가득 넣어둔 기름과 생수 2통 덕분에 정수는 터널에 갇힌 상태에서도 생존을 연장해갈 수 있게 된다. 그 어떤 물질적 이득도 인간의 목숨 하나와 바꿀 수 없다는 신념을 영화는 추가되는 사건들 속에서 집요하게 시험한다.
터널 밑에 갇힌 정수에게 주어진 또다른 숙제가 있다.
옴 짝달싹 못하는 상대적 약자인 생존자 여성은 정수에게 미안하다면서도 계속해서 부담스러운 요구를 한다. 자신의 생존도 힘겨운 정수에게 업친데 덮친 격으로 여자의 애완견 탱이가 사사건건 걸리적 거린다. 하지만 그 귀찮지만 정수에게 상대적 위안을 주던 여성이 죽자 원수같던 강아지 탱이가 삶의 끈이 되어 준다. 이에 대해 다소 과장된 해석을 하자면 영화는 말이 안통하는 짐승이라도 버리지 말고 끝까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아무리 상대가 개 같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그것은 공생의 문제를 떠나 심리적으로 어두운 터널에 홀로 갇힌 외로운 존재라고 느끼는 공감이 사회적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끝에 '다 꺼져, 이 개1새끼들아!'라는 정수의 말은 통쾌함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다. 탱이를 끌어 안고 살아남은 정수를 통해 '개1새끼들'의 대상 또한 우리 사회가 품고 가야한다고 말이다. 다소 비약이 심할 수 있으나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버리고 간다면 첫 씬에 등장했던 주유소 할아버지처럼 뜻하지 않은 도움조차 스스로 버리게 될 것이다. 자본 경쟁 때문에 발달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손해도 많이 봤지만 그 만큼 인류는 인권과 치안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구조반장 대경(오달수)에게도 화두가 던져진다.
대 경은 어떤 물리적 정신적 장애도 다 견뎌내지만 정수의 질문 하나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정수에게 생존을 위해 오줌까지 마시라고 지시하지만 정작 본인은 한번도 오줌을 마셔본 적이 없는 것이다. 대경은 정수도 마시지 않은 오줌을 마시면서까지 진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대경은 터널붕괴사건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제2터널 공사 회의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생명은 돈이나 물질적 가치로 무게를 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철벽같은 신념에도 영화는 의문을 던진다. 이것은 터널 바깥에 있는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게 던지는 같은 질문이다. 영화는 구출 현장 인원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만들어 생명존엄의 주제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세현에게 일대일 대결을 신청한다. 그리고 세현마저 정수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버림 받는 사람보다 버리는 사람이 더 괴로울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이익을 대신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대경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비싼 장비나 차를 버리는 것도 서슴치 않는 그는 행동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을 증명하는 역할이다. 대경의 오줌 마시는 행위는 그가 터널에 갇힌 정수와 분리될 수 없는 감정 고리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암시이다.
영화 <터널>은 무너진 터널 내외부에서 교차되는 더블 플롯을 잘 엮고 있다.
재 난영화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위트로 간간히 큰 웃음을 선사한다. 리얼한 연기로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하정우와 절규하고 몸부림치는 흔해빠진 아내가 아닌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 배두나의 연기는 터널의 내외부 이야기를 단단하게 연결한다. 오달수가 기존에 취해왔던 설정 캐릭터 연기를 벗고 정극 연기를 보여준 것이 기뻤다. 오달수라는 배우가 풍기는 선입견적 캐릭터에 잠식되지 않고 진지하고 소신있는 역할을 잘 소화해서 1억 관 객수 배우에 걸맞는 연기력을 자랑했다. 영화 <터널>의 완성도는 첫 씬만이 아니라 마지막 씬에서도 드러난다. 터널의 지난한 분투에서 살아난 후, 에필로그에서 두 주인공을 함께 터널로 집어넣는 감독의 배짱이 너무 쿨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물 흐르듯 터널을 통과시켜 두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가볍게 터치하는 감독의 힐링에 박수를 보낸다.
출처 | http://goo.gl/S0G2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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