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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역을 앞둔 병장이 있었음.
해군은 아침에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보수과업"이란 걸 하는데,
주로 함정에서 페인트칠을 할 수 없는 곳에 광약을 발라서 닦거나 기름칠 또는 구리스칠을 하는 거임.
그런데, 이 말년병장놈이 보수과업 때마다 우리배 명판을 엄청 열심히 닦았음.
명판이 어떻게 생긴거냐면... 대충 요런식으로 생긴 거임.
진수할 때 붙이는 건지 취역할 때 붙이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배가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붙이고 다니게 되어 있음.
뭐 어쨌든...
말년은 그냥 짜지라고 하는데도 전역전까지 이정도 일은 하고 가겠다며 정말 열심히 닦았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놈이 전역을 했음.
남은 우리들은 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음.
그런데, 보수과업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뭔가가 허전한 거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록 모두가 느끼는 그 허전함의 정체가 뭔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며칠이 지났음.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 허전함의 정체를 알고 경악을 했음.
명판이 없어진거임.
모두가 그 병장놈을 의심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는 일임.
결국 우리 갑판장께서 어딘가에서 새로 제작해서 몰래 갖다 붙이고 모두 입을 닫았음.
2. 본인은 1994년 "한글"이 군대에서 불법소프트웨어 시절일 때부터 사용했던 사람임.
지금도 웬만하면 단축키로 다 됨.
그래서 마지막 탔던 배 행정장이 행정병 휴가를 보내기 위해 나한테 대타를 시킨 적도 많음.
1997년에 전역지원서를 내고 나니 일을 안 시킴.
전역할 때까지 1년이 넘게 남았는데 할 일도 없고 행정장 부탁도 있고 해서 더욱 가열차게 행정병 일을 도와주기 시작함.
그러다보니 함내 행정업무의 절반은 내가 하게 됨.
나중에는 각 부서나 직별에서 자기들 행정업무를 나한테 가져와서 부탁함.
1999년 2월 전까지 함내 행정업무 외에 각 부서와 직별 행정업무의 70% 가량이 내 손에 좌지우지 되게 되었음.
문서 한 장이라도 뽑아 쓰려면 직별장(원.상사)들이 나한테 음료수 하나라도 사 와서 바쳐야 뽑아 줌.
나는 디스켓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각 부서별, 직별별, 그리고 업무별, 종류별로
아주 꼼꼼하게 분류를 해놓고 있었음.
전역 1주일 남겨두고 개인적 친분과 직별장 인간성에 따라
누구는 원본 디스켓을 주고 누구는 그냥 샘플 문서만 뽑아서 주고 디스켓은 내가 가지고 나옴.
전역 후 1주일도 되지 않아 사방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남.
처음엔 사정하다가 안되니까 군사기밀 유출로 고발하겠다며 협박함.
그래봐야 내가 디스켓 폐기해버리면 그만이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함.
자기들 뜻대로 안되니까 나랑 친했던 다른 사람들까지 시켜서 전화를 해댐.
제발 한 번만 만나 달라고 해서 만나 줌.
원.상사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는데 몇몇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음.
나한테 술까지 사줘가면서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물어 봄.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내가 갑이고 전역도 한 마당에 거칠 것이 없었음.
그냥 서운했던 거, 엿 같았던 거 있는대로 다 얘기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훈계도 함.
그리고 원본 디스켓 나눠 줌.
내 손을 붙잡고 미안했다고,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음.
그러나 그자리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 건 다들 보는 앞에서 바로 불태워 버렸음.
함장이 바뀌면 얼마 되지 않아 행정점검을 비롯해서 각종 점검을 하는데,
원본 디스켓을 받지 못한 직별들은 완전 개박살 났다는 소문을 들었음.
3. 그 일이 있고 넉달인가 있다가 배에서 또 한 번 전화가 옴.
전임함장님 지시로 우리배에 취미활동반이 만들어졌는데,
수요일에 하는 전투체육활동을 할 수 없는 출동 중에 주로 활동함.
대학 다닐 때 사물놀이를 좀 했던 관계로 사물놀이를 맡았었는데, 그게 국방일보에도 실리고 완전 센세이션을 일으킴.
국방부장관이 국방일보를 보고 전군에 지시해서 강제로 사물놀이팀을 만들기도 했음.
그 때 전화가 온 이유는 지상파 방송3사와 YTN을 비롯해 언론사에서 취재를 오게 되었음.
하지만 사물놀이를 지휘할 사람이 없음.
부대 근처 대학교 사물놀이 동아리랑 자매결연도 내가 추진했던 거기 때문에
나 아니면 그쪽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 함.
그런데 하필 전화한 사람이 디스켓 나눠 줄 때 끝까지 나오지 않은 사람임.
쿨~~~하게 쌩깠음.
작전관(대위)이 전화 왔음.
이 사람... 내가 전역하기 1주일 전에 함장 바뀌면서 같이 부임 온 사람임.
우리 부서장도 아닌 사람이 나를 불러다 놓고 전역한다고 설치고 다니지 말고 조용히 있다 전역하라고 했던 사람임.
그런 사람이 나한테 깍듯하게 존댓말을 해가며 도와 달라고 함.
쿨~~~하게 쌩깠음.
함장이 전화 옴.
내가 모시던 함장도 아니고 도와 줄 이유가 별로 없음.
게다가 이양반도 취임하던 날 날 불러서 전역하기 전까지 사고 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사람임.
그리고 전임함장이 했던 취미활동반도 없앴던 사람임.
쿨~~~하게 쌩깠음.
나랑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술 한 잔 하자고 전화 옴.
기쁜 마음으로 나갔음.
함장, 부장, 기관장, 작전관, 포술장, 주임원사, 사통장... 다 나왔음.
그때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배 부사관 이상 전부 보험 하나씩 들어 주겠다며 꼬심.
그래서 못 이기는 척하고 가서 도와 줌.
결국 일 끝나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깜.
자매결연 맺었던 대학생들한테도 뭐 해주기로 해놓고 쌩깜.
결국 내가 학생들한테 술 사주고 마무리 함.
그리고 몇달 더 있다가 또 전화 옴.
이번엔 참모총장 앞에서 시연을 해야 한다고 함.
함장한테 욕 한바가지 해주고 쌩깠음.
자매결연 맺었던 대학생들한테도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해놓음.
결국 그 함장은 참모총장한테 찍혀서 대령 진급도 못하고 한직으로 밀려 났다는 소문을 들었음.
그 때 나랑 같이 배 탔던 사람들은 사물놀이 얘기만 들어도 내가 누군지 알 거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그 때 그사람들 중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조씨 성을 가진 그 함장님과 1999년 당시 작전관...
지금도 그 분들과 연락이 된다면,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라고 좀 전해주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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