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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08817
    작성자 : 후지후지
    추천 : 156
    조회수 : 4636
    IP : 211.178.***.219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5 21:58:14
    원글작성시간 : 2013/01/15 21:15:35
    http://todayhumor.com/?humorbest_608817 모바일
    프랑스, 그 모순의 나라로부터 배우는 한 가지...

    자유게시판에 남긴 글, 묻히는 것이 괜히 스스로 안타까워,

    다시 한 번 도전해 봅니다...


    예전에도 뜬금없이 베오베 여러 번 갔고,..

    당황해서 글을 내린 적도 몇 번 있었지요.


    그래서 베오베 욕심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힘들어하는 20대,

    지금은 비록 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우리 사회의 중년층이 되고, 장년층이 될 그들이,

    그 때가 되어서도 소외된 계층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 정치적 의식, 깨어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서 다시 글 복사해 올리며 도전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글이고,


    그 사회와 이 사회, 

    두루 겪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글은, 

    더욱 와 닿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하로, 자게에 쓴 글입니다.


    .......


    지난 일요일, 두 조카를 데리고 레미제라블을 보러 갔습니다.


    아직은 초등학생 어린 조카들이, 영화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할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사람은 항상 정치적인 동물이며, 또한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초등학교 4,5학년이면,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를, 단순히 "동화" 로만 받아들일 만한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지요.


    이미 10여년 전,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았고, OST는 뮤지컬 그대로였지만,

    뮤지컬로 담지 못할 영상들을 그려낸 영화에 깊이 감동받았고,

    나름 조카들도, 많은 생각을 한 듯 하더군요.


    ............


    개인적으로 저는, 

    독일에서는 초등학생 시절로부터 대학시절에 이르기까지,

    꽤 오랜 시절, 어쩌면 지금 제 나이 37 중,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정착한 후로도, 간간히 이런 저런 이유로,

    프랑스나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 등으로 자주 가곤 해 왔던 터라,

    나름 서유럽 국가의 사회시스템이나, 정치적 분위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해 오던 터였고,


    그 와중에, 프랑스는, 이래저래 묘한 기분, 뭐랄까,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두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나라였던지라, 왜 유별나게 프랑스가 싫으면서도 좋고, 좋으면서도 싫을까,

    간혹 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조차 의문이 들곤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돌아와 며칠을 곰곰히 생각해 본 끝에,

    문득 답이 보이더군요.


    "프랑스, 그 나라의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존심과 다양성의 이유를 알겠다"는 느낌..


    ....................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전 두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심각한 불친절" 과, "기이한 친절"


    식당에서도, 역에서도, 호텔에서도, 마트에서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친절하더군요.


    독일과 비교했을 때, 이 사람들은 정말 심각하게 "불친절" 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신사의 나라, 영국" 을 이야기할 때,

    전, 정말 신사의 나라는 "독일" 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을 정도로,

    독일은 그 어린 나이로부터 대학시절에 이르기까지, 좋은 인상으로 남은 호의적인 나라입니다.

    제2의 조국이라고 느낄 정도로요.


    아시아인으로서, 단 한 번도 차별을 느낀 적이 없었고,

    무엇을 묻든, 천천히 친절하게 답변해 주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나라였지요.


    그런 곳에서 주욱 살다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심각할 정도로 멘붕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뭘 물어봐도 곱게 답해주는 법이 없고,

    역에서도 무엇인가 티케팅을 하며 의문이 들어 두 번, 세 번 물어보면 소리를 버럭 지르기 일쑤.

    (독일에서는 원래 표 끊을 때, 출발시간, 좌석, 도착시간, 입석 가능여부 등...일일히 모든 것을 두 번 정도씩 확인하는 게 관례임)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딱딱하게 굳은 스테이크를 내 왔길래 항의를 하니,

    그냥 접시를 다 치워 버리고, 나가라 말라 말도 없이, 그냥 멀뚱멀뚱 사람을 앉혀놓질 않나...


    등등, 너무 불쾌한 기억들이 있는 반면에,


    갑작스레 비가 오던 날, 콩코드 광장을 가로질러 뛰어가 어느 레스토랑 앞에 서니,

    그 안에서 밥먹던 다른 손님들이 먼저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려주고(들롸주고?)

    종업원은 수건을 가져다주고, 커피를 내어주고,

    이윽고 비가 그쳐, 나가면서 커피값이라도 지불을 하려 하니, 괜찮다고 안 받는다고, 하면서 배웅까지 해 주던 기억.


    파리 시내에서 길을 잃어 뱅뱅 돌다, 문득 배가 너무 고파 어느 빵 집 앞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며,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말이 

    통하질 않아서 난감해 하고 있으니, 어느새 다가온 프랑스 여자가 일일이 통역을 해 주고, 게다가 빵값까지 대신 지불해 주고,

    상황을 알아채고 지불을 하려고 하니, 괜찮다며, 어디 가는 길이냐, 묻길래 대답해 주니 지하철까지 데려다 주고,

    그림까지 그려주며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가라, 설명해 주던 친절 등등...


    일일히 설명하기도 뭣하게시리,

    싫으면서도 좋고, 좋으면서도 싫은, 그런 분위기였던 터라,

    지인들과 이야기 중,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뭐랄까....말이 없어지곤 했는데...


    약간은 그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이 나라가,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나라"  는 아니었다는 것.


    사실, 헌법학도로서, 한국의 헌정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한국의 근대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에, 더우기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기에,


    (독일의 역사 교육과정은 거의 현대사에 치우쳐 있습니다. 1차대전 전후로부터 배운다고 생각하시면 정확.

    독일의 1,2,3제국을 배우는 수준. 프랑스나 이웃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리 자세히 배우지 않습니다. 

    특히 히틀러 전후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역사교육이 자국의 역사적 과오와

    실책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해 집중되어 있는 편...)


    프랑스 혁명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그리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 나라가, 보통 나라가 아니더군요..


    왕을 죽인 프랑스 혁명은 최초의 혁명이었을 뿐,


    무려 100년에 걸쳐 

    다시 왕정의 복고, 

    제국의 성립, 

    다시 혁명, 

    다시 왕정의 복고, 

    다시 민중의 혁명,

    다시 왕정의 성립, 

    다시 학생의 봉기 등등....


    지금의 프랑스의 공화정이 정착되기까지 엄청난 유혈의 역사를 거친 나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짜증날 정도의 자존심, 우월감의 근원을 알겠더군요.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란,

    그냥 "프랑스"가 아닌, 조상 대대로 걸쳐 피를 흘려 쟁취해 낸, "위대한 민중의 조국"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


    개인적으로,

    독일 사회의 합리주의와 그에 기반한 보편적인 친절이 더 마음에 들지만,


    문득, 


    가끔은 "유럽의 중국놈들" 이라 비하하곤 했던 프랑스의 그 종잡을 수 없는 불친절과 친절, 

    다양성과 배척의 문화가 갑자기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지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가 맛없다며 항의하는 손님과,

    콩코드 광장에서 쫄딱 비를 맞으며 뛰어오는 이,

    그 둘의 차이를.


    누가 누구에게 친절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되는가를.


    프랑스에서 이번에 사회당이 집권하고, 부유세를 70% 가까이 물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서 부자들이 이웃나라로 망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그들의 역사관념이고, 정의에 대한 관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어떤 국민이 무섭고, 어떤 국민은 무섭지 않은가를.

    다시 말하면,

    어떤 국민은 호구이고, 어떤 국민은 주권자인지를.


    그들은 아는 거겠지요.


    독일과는 또 사뭇 다른...

    그들만의 정의..


    무엇이 옳다 그르다 쉽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도 없지만,..

    함부로 말할 부분은 아니다 싶더군요..


    어쨌든 그 두나라, 모두,

    지금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을 끌어가는 두 쌍두마차니까요.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는 생각..

    미국식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만큼이나 실패했다...


    .......................


    그냥 술한잔 하다 나오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우리 사회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밑도 끝도 없을 듯하고,

    뭣보다 잡혀갈까 두렵군요. ㅎㅎ


    이만 접으려구요.


    어쨌든,

    어느 국가, 어느 사회건,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도 지금의 독일이 있기까지, 엄청난 희생을 치루었지요.

    독재자에 의해, 파시스트에 의해, 전체주의에 의해.

    차마 대를 이어서도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잔혹한 인류에 대한 범죄를 통해..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구요.

    왕을 죽이고, 민중이 죽고, 또 왕이 서고, 황제가 서고, 또 민중이 죽어가는 일을 100년이 넘도록 지속해왔던 국가니까요,..


    문득,

    역사학이 중요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같은 고통을 꼭같이 겪으리라는 법은 없지요.

    지혜롭게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워 나간다면...


    어쩌면 뜬금없는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역사와 헌법은, 꼭 중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수를 위해서가 아닌, 대입을 위해서가 아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켜 주기 위한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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