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이 말살당하는 치욕스러운 굴종의 시절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꾹꾹 슬픔을 누르는 말투로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21일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고현철 교수의 영결식은 슬픔과 다짐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지난 17일 고 교수는 총장 직선제와 대학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이 대학 본관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전국교수장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서 교수단체 대표들은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쳐야 하는 현실에 울분을 터트렸다.
최근호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상임회장은 "고인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바쳐서 우리나라가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나 독재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었다"면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시도하는 모든 세력에 대항하는 힘을 결집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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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를 포함하는 학내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투신한 부산대 국어국문과 고현철 교수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엄수됐다. |
ⓒ 정민규 | |
이날 자리는 고 교수를 죽음으로 내몬 교육 당국을 향한 성토의 장이기도 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교수연합회 이사장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총장직선제는 대학 자율성의 상징"이라며 "교육부가 대학과 함께 이 자율성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데 머리를 맞대었다면 지금 대학들은 대학 선진화를 멋지게 구현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유서로 남은 고 교수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 뒤를 따랐다. 권진헌 거점국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상임의장은 고 교수의 영정을 향해 "당신이 감당한 희생을 당신만의 몫으로 버려두지 않겠다"면서 "온몸 부서뜨려 전하고자 한 당신의 숭고한 뜻을 새겨 대학민주주의 회복과 실현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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