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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정신은 헌법 전문(前文)에 담겨 있다. 전문의 첫 문장은 대한민국의 법통 즉 법적 정통성에 관한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가 전문의 첫 구절이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출발점은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다.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 계승한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선언했다면, 대한민국과 임시정부를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국민'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이처럼 우리 헌법에서는 대한민국과 임시정부를 분리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우리 헌법에서 양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체적 관계에 있다.
'대한국민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구절은, 임시정부의 수립과 함께 한민족 구성원들이 대한국민의 자격을 얻었고 그 대한국민들이 임정의 법통을 계승하여 1948년에 대한민국정부를 정식으로 세우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국가의 의지를 행정적으로 집행하는 기구다. 임시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1919년에 비록 임시정부 형태로나마 정부가 수립됐다는 사실을 헌법이 인정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그때 건국됐음을 헌법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점은 1948년에 제정된 최초 헌법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최초 헌법의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선언했다. 최초 헌법에서는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에 있었음을 보다 더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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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은 국가보안법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뉴라이트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헌법이 인정한 1919년의 의미를 부정하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보고자 하는 세력도 국가보안법의 규율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 전문의 첫 문장을 부정하는 세력만큼 반헌법적이고 반국가적인 세력이 또 있을까.
2013년 2월 25일 취임식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취임선서를 낭독했다. 그런 박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담긴 1919년의 의미를 무시하고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뉴라이트들의 행태를 추종하고 있다. 이것은 박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박 대통령의 지난주 8·15 경축사 발언은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