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시진핑 주도로 중국이 벌이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다. 신 실크로드입니다. 이 건 두 갈래로 이어지는데, 육로로 남한부터 북한 지나 중국, 러시아, 구 동구권 해서 서유럽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하나는 남중국해를 거쳐 해로로 서유럽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적극 동참해서 꽤 열정적으로 호응해주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푸틴 씨가 자꾸 동유럽 쪽에 혀를 날름거리다 급기야 우크라이나 사태 나오면서 서방의 제제를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서방정책, 러시아는 신 동방정책이라고 합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쥘 때 살짝 탑승해보겠다는 겁니다.
사실 동유럽권 까지는 러시아가 입김이 센 게 사실이라, 둘이 합치면 요게 뚫릴 가능성도 적지는 않습니다. 그렇게만 되면야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날지는 당장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가지고 강대국들이 다투는 것만 봐도 압니다. 지금의 물류 운행은 더럽게 뺑글뺑글 돌게 되어있습니다. 대항해시대를 해보신 분은 압니다. 암 걸리는 유럽 – 아시아 뱃길 ... 그나마 그 길을 단축해 주는 게 요 두 운하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해항로가 무진장 각광받고 있습니다. 원래 얼어붙어 못 쓰는 길인데, 온난화 때문에 가능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육로로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1직선으로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죽이죠? 러시아는 원래 부동항, 얼지 않는 항구가 없어 대항해시대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이템 찾을 때 빼고) 하지만 사실은 제일 편한 길이었던 거죠.
이것과 함께 시진핑이 계속 공을 들여오던 게 신 개발은행과 AIIB입니다. 둘 다 요점은 IMF, IBRD 꺼지고 우리 사람 돈으로 우리 개발 우리가 한다 해 –입니다. 둘 다 이미 출범 했습니다. 둘 다 천억달러 규모고, 이 두 기관은 앞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 사업에 집중 투자하게 됩니다.
이게 배경이 뭐냐면, 중국이 박리다매로 인한 넘치는 자본을 주체할 수 없어서 달러 외교의 중국판인 위안화 외교를 하게 됩니다. 근데 이게 호응을 받는 게,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자본들은 하나 같이 뭘 요구합니다. 독재 청산, 인권, 우리나라나 지금 그리스도 당하고 있는 국가 재정 건정성 확대 등등등. 근데 중국은 그냥 줍니다. 저리로 주고 대신 같이 발전합시다! 하면서 사업권도 조금 얻고 뭐 이런 식입니다. 돈 빌리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중국 쪽 조건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08년 이후 자금 딸리는 미국, 그리스라는 깨진 독을 가진 유럽이 밀리게 되죠.
미국과 유럽은 개별 국가가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지원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그럼 아예 기구 만들지 뭐 – 하고 만든 게 요겁니다. 이게 신흥국에서도 대단한 호응을 얻습니다. IMF나 IBRD 같은 것들은 다 서구권 중심이기 때문에 실제 동아시아에 돌아오는 개발 자금은 10% 정도였거든요. 쥐꼬리인 거죠. 그래서 예전에 동아시아 위기 났을 때도 일본이 AMF라는 걸 꽤 호응을 타서 주도해보긴 합니다만, 뭐, 미국의 개니까 ;;; 될 리가 없죠.
그래서 AIIB에는 일본과 미국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괜찮아 보였는지 한국이 미국 눈치 보는 동안 영국 프랑스 독일마저 탑승해버립니다. 미국 눈치 개 줄만큼 돈이 되어 보인다는 거죠. 한국은 그제야 눈치 보다 마지막에 탑승했습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탑승했으면 이사회 진입이 가능했을 수도 있는 걸 5위에 머무르고 맙니다. 12개 이사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분 4.5% 가 필요한데 강대국에 밀려서 3.8%에 그치고 맙니다. 뭐, 다른 국가랑 연대해서 이사회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기사는 봤습니다만 ... 아마 이 돈은 인프라 투자라는 명목으로 신 실크로드 건설에 대규모로 투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시진핑의 2016년 몇 대 비전 중 하나 거든요. 특히 육로로요. 해양은 지금 남중국해 시끄럽습니다. 아세안의 기본 외교 정책이 미국과 중국을 박 터지게 싸우게 하는 거기 때문에 러시아가 협조적인 육로가 가능성이 높죠.
근데 이게 우리 입장에서 되게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뭐냐면, 우리는 태평양으로 가는, 그러니까 육로로 이어지지 않는 미국으로 가는 양 끝 점 중에 하나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터지기만 하면 누구 게 되든 경제적으로 엄청난 치적이긴 합니다. 이러니 여야 할 것 없이 통일에 대해 갑자기 뻐꾸기를 날리기 시작한 겁니다. AIIB에서도 북한이 참여하기만 한다면 북한에도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이미 공언되어 있는 상황임을 볼 때, 아마 문대표께서도 이게 진전 되면서 급하게 참전하신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통일하고 연관이 있을까요? 저의 짧은 식견으로는 좀 별개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얼마 전 시사게에 북한 사람들의 입장이 올라온 걸 봤는데 대부분이 비난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습니다.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주도 경제입니다. 한 마디로 노동자는 아무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가는 사람들을 필요한 곳에 배치해 수확을 걷고, 그걸 재분배 합니다. 즉 돈과 기술, 뭐든지 성취를 더 해낸 쪽이 있더라도 그걸 국가가 수확해서 공평하게 재분배하는 게 기본입니다.
물론 그 공평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평이 아닙니다. 머리가 더 좋고 생산성이 더 좋은 사람이 더 수확을 했다면, 그는 그걸 가질 자격이 있는 게 아니라 인민을 위해서 국가에 헌납하고 인민을 영도하는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게 공산주의, 정확하게는 레닌의 시스템이었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의 지원은 인민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자원을 싸게 가져가려는 건 자본가의 착취입니다.
남북한 갈라지고 냉전체제 들어가면서 때로는 소련이, 때로는 중국이 북한에 계속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것도 그게 혁명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되게 당연한 거고, 그래서 소련이 제대로 중국에 기술을 전수하지 않고 자본주의 국가들의 혁명에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중국이 빡쳐 일어난 게 중소분쟁입니다. 덕분에 미국이 중국과 핑퐁외교를 할 수 있게 됐죠.
자.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은 미제의 앞잡이로 오랜 기간 반목하면서 꼴랑 10년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제외하고는 서로 왈왈거려온 상대입니다. 심지어 온 국민이 그 기간 들인 돈을 가지고 쓸데없이 퍼줬다 하며 조지 부시의 신자유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보면, 북한이 고립되었을 때도 계속 퍼주고, 기술도 주고, 핵을 뻥뻥 쏴대도 어지간하면 계속 실드 쳐줬단 말입니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소수민족 융합정책으로 창지투에 투자를 엄청 하고 있습니다. 창춘, 지린, 두만 지역인데, 요게 조선족 있는 연변과 북한 경제까지 잘 되는 거란 말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엄한 데서 자살 골 넣어 진짜 정권 붕괴라도 된다 칩시다. 또는 경제 협력을 하는 와중에 혁명이 일어난다거나 김정은이 밥 잘못 먹고 개혁개방으로 흐른다거나 뭐 그런다 칩시다. 북한 정권의 최대 목표는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는 겁니다. 인민이든, 김정은이든, 제가 그 사람들이라면 전 중국에 붙을 거 같습니다. 중국은 지금 경제적 투사력으로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정치에 돈을 부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반면 우리는 그거 반도 못 줄 거면서 돈 퍼준다고 아까워합니다. 한 민족이라는 생각, 솔직히 안 들 거 같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얼마를 먹겠다는 거, 전 농담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왜 이렇게 가깝게 느껴질까요...
특히 이 실크로드 사업을 할 때 6자회담에서 돈 대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AIIB, 신개발은행을 통해 돈을 댈 확률이 높고, 북한이 뭘 어떻게 해서 잘 살게 되더라도 그 공은 다 중국 겁니다. 러시아도 좀 들어가겠죠. 그런데 3.8% 가지고 우리가 생색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 개발에 대해 표결을 할 때 반대하는 국가가 나오면야 우리가 찬성을 던지는 걸로 좀 생색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때 우리가 과연 찬성표를 던지고 있을지, 미국 눈치보며 반대할지는...
따라서 지금 여야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건 사실은 통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유라시아 경제권의 지역화가 맞는 겁니다. 우리 힘으로 통일에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일단 중국은 미국과 동맹인 남한과의 사이에 완충국가가 없는 게 불안하고, 미국은 남한이 중국에 가까워지는 게 싫습니다. 특히 지금 샌더스가 안 되면 남한은 북한에 투자하는 거 진짜 반대표 던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힐러리도 진보 보수 반 걸쳐있는 사람이고, 공화당은 중국이 6자회담을 이끌어 미국이 동아시아를 주도하지 못하는 데 이를 갈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통일이 가능한 건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동독처럼 철망 뚫고 통일하자고 하는 겁니다만, 음. 얼마 전에 미일 신조약 체결되고,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으면 자위대와 미군이 한국 영토에 들어올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중국도 그런 상황에서 가만있을 거 같지는 않네요. 인민군 내려오고 제 2의 미소, 아니 미중 위원회가 들어설 가능성도 .... 있을까요?
사실 통일에 절박한 건 북한보다 우립니다. 북한은 적화통일이 아니면 통일에 관심이 없어요. 왜 해요? 정권 위험하게. 핵도 있는데. 그런데 우리는 현재 섬나라로 살고 있고, 만약 이거 북한하고 합의 못 해서 부산 대신 원산항이나 블라디보스토크가 끝점이 되면 우린 조지는 거죠.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미국이 뭐라 할 때마다 찍소리 못하는 것도 결국 통일이 안 돼서 그렇고, 인구수 2배가 된다는 건 (땅땡이도 넓고, 영양부족과 가난만 해결 되면 최소한 두 배는 되겠죠) 그만큼 시장이 커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좀 더 다양한 걸 개발할 수 있는 거죠. 여태 시장이 좁아서 못 했던 것들요. 게다가 시장이 크다는 건 세계무역시대에 국제정치에서 파워로 작용합니다. 북한은 중국에 흡수되면 세계 1위의 강대국이 되는 거고, 우린 통일 못하면 중진국 못 벗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통일이 잘 되면 일본도 원하는 만큼 엿을 먹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만 급한 통일을 하려면, 남한은 퍼줘야 하고 퍼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걸 온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교육이 된 다음, 민족이라는 명목으로 AIIB 눈치를 어떻게든 피해 기술과 자본을 우리가 힘들어질 만큼 대규모로 투자해 북한의 자생력을 기르면서 - 그쪽에도 자본주의적 사고가 서서히 침투하면서, 우리 한 민족이다!! 우왕!! 광고 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해야 겨우 평화적으로 될 것 같다는 게 저의 짧은 소견머리입니다만 ....
근데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가 이런 소리가 곱게 들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이게 통일대박론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대박론도 결국은 통일 하자는 거 아니거든요. 결국 경제협력이나 하자는 거죠. 그걸 두루뭉술하게 말하다 보니 통일대박론이 허상이다, 말만 번지르르하다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처음 새정치에서 통일 홍보한다 하는데 기가 막혔던 이유가, 저는 문대표께서는 실용주의적 통일 입장을 견지하실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통일 사업이 대단히 위험한 게 뭐냐면, 무진장 장기를 보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문대표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십니다? 그 다음 퍼줍니다? 그래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5년 안에 막 다 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정권 바뀝니다? 문대표 정권을 흠집내고 싶으면 뭘 하면 되냐면 북한 뒤통수 때리면 됩니다. 그게 비핵 개방 3000입니다. 그 때처럼 북한에서 사고 한 번 더 쳐주면 더 할 나위 없습니다. 정권 무조건 바뀌고 바로 뒤통수 맞습니다. 우리 벌써 함 당했잖아양....
그래서 저는 문대표께서 통일 이야기 하는 게 달갑지 않았고, 한반도 신 경제지도 같은 그런 거!!!!!! 기대했습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걸 전면에 내세울 필요는 없거든요. 그건 아주 나중에, 국민들이 좀 살기도 좋아지고, 좀 유해지고, 그래서 슬슬 통일의 필요성이 교육이 되어서, 아,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되는 거구나를 받아들이게 먼저 한 뒤에가 아니면, 도덕적 담론으로서 통일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통일은 대박! 외치면, 문대표께서는 실용적 전략적 경제 협력 우선! 을 외치셔야 했다고, 가슴을 벅벅 긁었죠.
근데 오늘 신경제지도 좋은데!!! 이런 걸 원했는데!! 왜 내용은 경제권 형성이고, 실용적 접근인데, 통일이라는 단어가 자꾸 들어가양!!!
이건 뭐 저의 고집일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문제는 경제거든요. 경제가 앞에 나가야 되는데 – 왜 자꾸 통일이라고 그래양!!! 경제 통일 X!! 통일은 박여사랑 겹친단 말이에양!!! 문대표님은 전략적, 실용적 입장이 먼저라는 걸 전면으로 하란 말이에양!! 미국은 연설문 하나에도 단어 체킹 얼마나 하는데, 이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얼마나 큰데!! 문대표께서 통일이라는 단어 쓰는 순간 신문에는 퍼주는 통일론으로 도배 될 거 뻔한데!!!
헉헉.... 그리고 그 경제권에 들어가기 위해 5.24 조치의 해제를 협력해달라고 하면 사실 여당에서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약점을 파고 들어가시던가 해야 하는데 .... 통일을 위해 5.24 조치 해제하라는 것처럼 또 보도가 .... 이 XX 조중동 .... 하...항암제....
문대표님이 MB가 사기쳤던 경제대통령 이미지 하는 거 말고는 지금 뒤집을 수 있는 묘책이 없어보여서 ... 제발 뭔 아젠다를 내든 경제를 전면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나온 아젠다 보면서 속이 좀 풀렸네요. 근데 이것도 좀 축약해서 슬로건으로 만드셨으면 ...
이 글에 대한 반박은 환영합니다. 저도 개뿔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