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그림마당 2013년11월26일]
세계 만방에 한국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라는 것은 보여줘야 겠고, 그러나, 남북이 잘 지내면 한국 국정원이 북한을 꼬투리 잡아 공안정국을 노릴 수는 없고, 이것이 현 정권의 고민꺼리 일 것.
지난 8월3일,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2일 앞두고 "이희호, 8월5일 3박4일 일정으로 북한 방문···어떤 의미?"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이글은, 무분별하게 툭하면 "남북관계 물꼬 트일까"라는 말을 하는 자들로 인해 일부 국민들-특히 이산가족인 분들-이 기대를 했다가 가슴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여 적은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글 본문 중에
"정부(통일부)가 이 여사의 방북이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이 여사를 통해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일단 통일부에 방북신청을 한 것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허락은 했지만, 남북간의 대화가 원활하게 잘 되고 있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 여사를 통해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이 여사의 방북에 정부가 의존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선, 북한 정권에 남북평화를 위해 호의적인 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 오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김대중의 햇볕정책 때문에 자신들이 더 힘들어졌다는 말도 나오는만큼, 한국에서 몇 몇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펼치는 장밋빛 청사진대로 돌아가긴 힘들 전망이다.
이 여사의 방북은, 말 그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북한을 개인자격이지만 정식으로 방문 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갖는 의미로 족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라고 적었다. 이 여사의 방북으로 인해 남북관계에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단순 북한 관광객 돼버린 이 여사
이 여사는 한국정부로부터도 '단순 관광객'의 범주를 정해 받았고, 북한으로부터도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
*한국정부가 이 여사 방북이 개인적인 것이라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이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공안정국 내지는 반공정국에 활용해 오고 있었고 북한은 이에 대단한 불만을 품고 있어왔다. 통진당이 북한 노동당 강령을 따르는 당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북한은 "통진당과 북한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걍력 비난한 바 있었다. 그외에도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가 하는 것에 대해 비난한 예는 대단히 많다.
박근혜 정권은 이렇게 하면서도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해 '대화의 몸짓'을 연출해 왔다. 그렇게 하면서 북한이 박근혜의 몸짓에 따라 움직여 주길 바라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우리에게 좀 더 얻어먹으려면 자존심 깔고 나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의도를 철저히 무시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 박근혜 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특별히 방북허가도 내줬다고 통일부는 말할 테지만 - 이 여사의 짐보따리 속에 한국 정부가 하는 말을 담아 전달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자존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박근혜가 이 여사에게 기대어 남북관계의 전진을 바라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싫기 때문이었다.
*북한 김정은이 이 여사를 만나지 않은 까닭
한국 정부의 통일부라는 곳이 "개인자격"이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를 하는데 -이것은 이 여사의 방북이 정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뜻을 명시한 것- 북한 김정은이, 만나봤자 남는 것도 별로 없을 이 여사를 향해,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이한다는 것은 북한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격이 낮아지고 자존심을 구기는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
이 여사를 마중나온 것은 맹경일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뿐이었고 맹경일을 통해 "여사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6·15 남북공동선언을 하신 고결한 분"이라는 말 한 마디만 딱 했을 뿐이었다. 북한의 조선 아태평화위라는 곳이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할 마음도 별로 없는 '별볼일없는 형식적 기구'인데, 이곳의 부위원장만 나왔다는 것은, 북한도 한국 정부가 헤비급으로 보내지 않고 플라이급으로 보낸 이 여사를 헤비급이 아니라 같은 플라이급으로 대한 것이었다.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친서로 "다음 해 좋은 계절에 꼭 평양을 방문하시길 바란다"는 것은 초청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은 이렇게 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 여사에게 여러 가지 북한 정권에 주는 '선물'을 포장하여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 이 또한 직접 굽신거리지 않겠다는 자존심이지만 - 통일부가 개인자격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못박으니까 친서에 이어 가만있을 수는 없고 위에 적은 간단한 인삿말만을 보낸 것이었다.
툭하면 '남북물꼬 트일까'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하는 참새들
이 말을 하는 부류는 정부에 붙어 기생하는 언론들과 이른바 '북한 전문가'라는 자들이다.
무슨 일로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특히 고위급)이 만나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