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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605961
    작성자 : 장비병환자
    추천 : 2
    조회수 : 711
    IP : 14.39.***.8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8/02 12:42:12
    http://todayhumor.com/?sisa_605961 모바일
    국회의원수 늘리면 안되나?(진짜 포퓰리즘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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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진짜 포퓰리즘에 대하여)
    -------------------------
    정치글은 항상 쓰기가 두렵습니다. 신앙(종교)과 신념(정치)에 기반한 여러가지 프레임과 생각들은 사람마다 다를 뿐아니라,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급기야 남을 '틀리다'고 비방하기 쉬워지는 요소가 많아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혁신위발 '의원수 증원' 논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 분위기에서 한 마디는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하겠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1. 문제의 발단

    의원수를 늘리는 문제는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다소 의아할 거다. 불과 3년전 안철수 의원은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 개혁안으로 의원수 축소를 얘기했었기 때문.(그때 엄청난 실망을 했다. 이 얘긴 뒷부분에 다시.) 예상했던 대로 꽤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정치권은 다시 의원수 늘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을까?

    발단은 2014년 10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재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관한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따라 선관위와 입법부 정부당국은 2015년 말까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해야 한다. 이게 무슨말인고 하니, 현재 지역구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가 대부분 수도권 그것도 서울에 몰려있는만큼 아무리 지역구를 쪼개 놓아도 지방, 특히 농어업 지역에 비해 서울 수도권의 지역구의 의원 1인당 유권자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를 그 이전까지는 이 차이가 3배넘게 벌어지면 안됐는데, 이젠 2배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형평성의 문제. 둘 다 똑같은 지역의 대표로 위임받아 입법행위를 하러 의회에 들어와 그 권한은 똑같은 데 1명은 3배수의 인원을 대표하는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회의장 직속 자문위원회가 꾸려지고, 국회는 정개특위를 꾸린 뒤, 의원들은 토론을 시작했고, 선거와 관련해 많은 연구를 해온 정치학자와 법학자, 행정학자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제도와 선거구를 다듬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이 기회에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른 제도도 손보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전 정의당 대표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은 세비를 깎고 의원수를 늘리는 형태로 권역별 석패율제와 소선구제도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자고 했고, 이는 최근 야당의 혁신위원회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일단 지역구는 헌재 결정에 맞추는 수준 이하로는 더 줄일 수 없으니(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게 제일 크고, 실제 인구분포의 불균형이 너무도 심각한 상황에서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역을 갖게되는 의원들은 유권자와 접촉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지는 문제도 존재), 차라리 세비를 깎아 예산은 유지하되 의원수는 늘리자는 주장이다. 그 수를 현행 300명에서(현재는 소선거구제+정당투표비례대표제: 비례대표수 56명)390명으로 해야하는지 369명으로 해야하는 지 등에 대한 차이, 석패율제를 도입할 것인지 단순 시도별 비례를 할당하는 권역별 비례대표로 할 것인지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한 주장들이다. (참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805282&cid=43667&categoryId=43667)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나 석패율제도는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을 주고, 더 근본적으로는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구 의원이'지역구 사업과 예산배정'에 어쩔 수 없이 많은 힘을 기울이면서 '국가'보다 '지역'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있다.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원래 취지대로 '자유위임'의 원칙에 따라 국가의 중대사 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이론적으로 많이 증명된 것이기도 한데, 로고프스키(Rogowski)같은 학자들은,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고 특정 이익집단과 그 이익집단이 몰려있는 지역에는 손해가 나는 정책의 경우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훨씬 잘 추진될 수 있다는 걸 거시역사 데이터를 동원해 통계적으로 검증하기도 했다.

    물론 그 이면에 정치적 논리가 숨어있다. 지난 총선의 경우 전국의 득표는 범야권이 앞섰는데 비례대표를 늘리는 건 기본적으로 야당에, 또한 소수정당에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이 모든 논의가 야당발로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2. 반대의 논거

    당연히 방금 설명한 이유로 여당에선 반대를 하지만, 여당의 논거 역시 무시할만한 것들은 아니다. '지역구 사업 집착'과 지역주의 유지 혹은 강화라는 기본적인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의 병폐가 있지만(중대선거구제를 그래서 대안으로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지자체 선거에서 도입해본 결과 지역유지 넘버 1, 넘버 2 가 나란히 해먹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해서 단순다수 중대선거구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 지역민 자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의정활동에 대한 보고를 해야하고 감시를 받으며 이에 따라 책임성과 응답성이 높아지는 장점도 크고, 애초에 지역구가 나눠지고 한국에서 그게 필요했던(중앙의 힘이 과도하게 세서, 결국 지역발전도 중앙으로 올라가서 해결을 봐야했던) 역사적 맥락도 놓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책임성', '응답성' 과 관련해 현재 비례대표들이 인위적으로 계파와 각종 이익집단, 긍정적으로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할당하고 있는 시스템이어서 '책임정치' 구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모든 합리적 논거에 앞서 여당은 유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게, 국민 전반의 정치혐오를 이용한 '때가 어느땐데, 혈세를 낭비해 특권층을 늘리느냐'는 감정적 호소가 제대로 먹히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국회의원은 정말 늘리면 안되나?

    3. '입법독재'라는 새로운 프레임과, 정치혐오에 갇혀버린 논의

    몇 달전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러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입법독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기막힐 노릇이다. 맨 처음 이 단어를 지른 게  내 기억이 맞다면 C사인데, 역시 보통이 아닌 이들이다. 하지만 정말 황당한 얘기다. 입법부(여기에선 주로 야당을 의미)가 횡포를 부려 행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일을 못하게 만든다는 걸 그런 단어로 이미지화 시켰는데, '발목잡기'라는 말이 식상해지자 꺼내든 기막힌 단어다. (박수)

    이 나라 입법부는 그렇게 강해서 원내대표가 대통령 한 마디에 결국 물러나나? 뭐 어쨌든 이건 이 얘기와 상관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일단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인구비율로 따져볼때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사실은 부족하다. 이인제 의원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의도적으로 양원제 국가에서 '하원'만을 잡은 수치다. 우리나라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16만 7400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9만 9469명)의 1.7배에 이른다.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의 ‘OECD 34개국 선거제도와 의원 정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미국(72만 6733명)과 일본(26만 5204명), 멕시코(23만 6790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9만 6264명)과 프랑스(11만 85명), 독일(13만 7299명) 등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의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적었다. 상대적으로 의회 입법과정에 민의를 충실하게 반영할 여지가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신문 최근 기사 인용)

    따라서 선거구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 과정에서 의원수 증원은 추진하되, 그동안 정치, 의회가 신뢰를 잃어 예산증액에 대한 공감을 확보 못한다면 최대한 여러 방법으로 줄여서 현재 수준으로 맞추는 것 까지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당이 제시한 여러 문제를 고려해 이번에는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구 조정만 하고 일단 정수는 유지하되, 공천방법 자체를 바꾸고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 시키는 방법도 있을 터다.

    그런데, 이렇게 '특권층'을 어디 감히 늘리냐?라고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 아예 증원의 논의 자체를 틀어막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만약 국회의원을 특권층이라 본다면 그들의 수가 늘어나면 개인당 권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법조인들이 죽어라고 변시 합격률 낮추려는 게 이런 것과 관련 깊지 않은가? (물론 곧바로 돈과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안철수 의원이 대선 후보 당시 국민의 정치혐오와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국회의원 수 축소'의 주장 따위로 수렴시키는 걸 보고 '이거야 말로 포퓰리즘 아닌가'라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입법부 독재'라는 황당한 말까지 하며 끝없이 국회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국내 메이저 언론들과 이에 편승한 '자칭 평론가 집단'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가 정치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척 하지만, 정말 정책에 대해 알아보는 것과 의원 감시와 처벌(투표를 통한)에는 의외로 매우 무관심한 유권자들이 만들어내는 이 답답함이 정치의 진짜 기능인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개진, 그리고 타협과 수렴'이라는 과정 자체를 막고 있는 것 아닌가.
    정치를 걱정한다는 그 행위 자체가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는 그런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누군가가 건전한 상식과 체제에 대한 동의 그리고 사회변화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만큼 업무에 필요한 특권은 임기에 한정해 가져도 된다. 특권을 엉뚱한데 쓰거나 남용하면 그때 법적으로 처벌하고 정치적으로 처벌하면 된다.(낙선과 재기불가능)

    제발 '정치혐오'를 이용해 건전한 논의 자체를 틀어막는 지금의 이 행태는 중단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모든 독재 중 하나를 반드시 택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난 개인이나 행정부, 사법부나 검찰의 독재가 아니라 의회의 독재를 선택하겠다.
    출처 제 주 서식처중 하나인 홍차넷에 올린 글, 또 다른 근거지인 오유로 퍼옴.

    http://redtea.kr/pb/pb.php?id=free&no=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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