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김없이 봇에서는 싸움이 터진다.
"아 알리 더럽게 못하네 니가 자꾸 미니까 내가 선고 각이 안나오잖아."
삼충일체에서 원딜 포지션을 맡고 있는 베인 각하께서 열변을 토하며 서포터를 나무란다.
일반적으로 서포터는 희생적인 포지션을 원하는 지라 착한 유저가 많다. 원딜의 이러한 쌍욕퍼레이드에 눈물을 훔치며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불심 서포터였다면, 그저 원딜의 화가 누그러 지며 그 싸움이 진정될지도 모른다.
"지x하네 앞구르기하니까 존x 쳐맞다가 사망직전 까지 가는게"
하지만 오늘의 서포터, 알리사마는 그간 천대받던 서포터를 대변하여 불사항쟁을 벌이려는 듯이, 베인에게 지지 않았다.
미드라이너였던 나는 머리를 싸맸다.
'하 슈발.. 또 저러다 서로 싸우고 나 안함 모드 나오겠지.'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저런식으로 가다간 암만 잘해도 서로 정치질하고 채팅치느라 게임 말아먹기 쉽상이다.
"하 서폿 클라스 차이보소."
적 케틀에게 강하디 강한 압박을 받던 베인이 스트레스가 터진 건지, 결국 적서포터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적 케틀은 cs도잘먹는데 넌 그냥 와드나 사서 박아라 내가 너보단 딜잘나오겠다."
알리도 지지 않는다.
허허.
눈앞에 비디오가 켜졌다.
정계진출을 꿈꾸는 두 어린이의 선거유세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의외의 대화가 오갔다.
"ㅋ 내가 와딩해도 니보단 잘함"
"아 그럼 실력으로 보여주던가."
오히려 라이벌 의식이랄까, 서로 실력자랑을 하겠다며 되려 그들 스스로 투지에 불을 짚혔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세랴, 미드로 갱을 오려던 정글러에게 빽핑 콜을 날렸고, 내 의도를 알아챈 것인지 그는 봇으로 이동했다.
잠시후 갱을 지원받은 봇 듀오는 적들에게 더블킬을 따냈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조용했다. 아직 남에게 도움 받고 킬을 따내고, 서포터를 해낸 건 그들의 성미에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베인은 더블킬에 힘입어 몰왕을 뽑을 수 있었고, 케틀을 상대로 cs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알리도 제법 하는 실력을 갖췄기에 적 케틀 또한 몰왕 베인을 상대로 쉽사리 압박을 넣기는 쉽지 않아서이다.
허나 본인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알리의 완벽한 서포팅으로 봇에선 봇물 터지듯 킬이 쏟아져 나왔다.
베인 또한 잘했다. 베인은 알리의 서포팅을 전혀 놓치지 않고 적들의 cc기와 스킬을 요리조리 피해대며 마치 '베인의 교과서' 같은 플레이로 적들을 유린했다.
적 봇듀오는 그들의 듀오 플레이에 무릎을 꿇었고, 타워가 터져나갔다.
나는 그들의 플레이에 빠져있다가 미드의 공세에 뒤통수를 맞았다. 아군 정글러가 나를 도와주러 왔지만 이미 늦은 터라 나는 솔킬을 내주었고, 적 또한 정글의 역갱과 탑의 텔포로 정글러까지 따냈다.
『 달빛을 머금은 은이여 』
그와중 황금 같은 타이밍에 베인이 어둠속에서 등장했다.
베인은 딸피가 된 적 미드를 잘라냈고 정글러는 선고로 스턴을 먹여 죽였으며 적 탑은 카이팅으로 요리하며 죽여갔다. 적 서포터도 가세했지만 이미 승기는 베인에게 주어버린터라, 우리 알리까지 합세해 그에게 추가 킬을 주었다.
쿼드라킬 !
허나 아무리봐도 거의 베인 혼자서 따낸 쿼드라킬이였다.
그제서야 기세 등등해진 베인이 채팅을 쳤다.
"알리야 이게 차이라는거다."
알리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적 블루쪽으로 와딩을 하러 갔다. 속으론 부들부들하고 있을지 모른다.
『 목표 확인 』
게임은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된다. 더욱이 자만에 빠졌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
타자를 열심히도 치는 것인지 cs앞에서 가만히 시야를 내주며 있던 베인에게 적 케틀의 궁이 타게팅되었다. 베인은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빠져나가려 했으나 한타를 거친터라 아직 피가 부실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알리는 점멸이 있어도 워낙 베인과 거리가 멀어서 대신 맞아줄 수 없는 상황이였다.
그야말로 케틀이 신의 한수를 노린 것이다.
그때 알리는 미니언에게 점멸 박치기를 시전해서 베인 대신 케틀의 궁을 맞아주는, 프로게이머급의 처세를 보여주었다.
기세 등등하게 잘난척 하던 베인은 황급히 "헐 ㄱㅅㄱㅅ"를 외치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때 알리의 멘트를 잊을 수가 없다.
"cs 개맛있네"
- 리메이크전 원본 출처 :
(작성자에게 허락을 맡은 글입니다. 아 물론 제가 작성자라서 제가 저에게 허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