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이 길 바로 옆이라
밖에서 기르는 소망이는 항상 지나가는 자동차, 사람에 노출되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차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지나갈 때는 10번이면 8번은 꼭 짖고
그나마 하루에 꼭 한번은 지나가는 남이나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견주분들은 알아보고
꼬리도 치고 짖지도 않고 심지어는 쓰다듬어주면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만 봐왔던지라 어제의 경우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소망이의 어미는 오래 전 밤중에 누군가 약을 넣은 고기를 먹여서 끊어갔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냥 오픈된 집 주변에 울타리를 쳤고 판넬로 지붕까지 얹어서 막고
집 외곽에는 CCTV까지 설치해놓았습니다. 그래서 거실 TV옆에는 CCTV용 모니터가 따로 있고
항시 켜놓고 혹시라도 짖으면 바로 살펴본 후 내려가보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마을에 기승이던 개도둑도 없고, 여러 달 조용했던 탓에 CCTV를 끄고 지냈는데도 별 일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소망이가 너무 짖기도 하고 집 벽에 쾅하고 뭐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 뒤에
막 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내려가봤더니 자전거복장을 하신 할아버지께서
저만치에서 돌을 줍고 계시고 소망이는 제가 내려오니까 꼬리를 치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을 봤더니 남자 주먹 2개만한 돌이 떨어져있고 할아버지는 계속 중얼거리셨습니다.
"내가 저 개놈을 쳐 죽여버려야지... 짖기를 어디 짖어 개새끼가..."
그러시더니 곧바로 돌을 던질 태세로 이쪽을 보시길래 제가 달려가서 팔을 잡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뭐하시는거죠?"
"아니, 개새끼가 뭐 이렇게 짖어! 저 새끼는 지나가기만 하면 짖어!!"
말씀드렸듯이 길 바로 옆이고 예외가 아닌 이상 소망이는 항상 짖었습니다.
예외가 아닌 이상 항상 그랬고 더구나 전에 더 큰 개를 세 마리나 키우고 더 짖을 때는 없던 일이 두번째로 벌어진 겁니다.
"뭔 놈의 저런 개새끼를 키워? 개가 무슨 사람만 보면 짖어? 저딴 개는 키우질 말어!"
머리가 띵했습니다. 솔직히 남들에게 이 개는 무슨 종입니다.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네, 그냥 잡종이에요.
아빈지 어민지 한 쪽이 진돗개라는데 그게 진짜인지는 제가 알 턱이 없고 그래도 애정을 갖고 기르는 소망이입니다.
저런 소리를 듣고 나니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걸 둘째로 하더라도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 건
'개가 행인을 보고 짖으면 그 행인은 돌을 던져야 하나?' 였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그 분, 자전거복장이셨고 저만치 자전거도 세우시고 돌을 던지시던 것이었습니다.
휴... 전에는 한번 근처 공장에서 식당을 가시던 분이 (역시 자전거 타고 가시던) 내려서 돌을 던지고 욕하시는 걸 말리고
이런저런 설득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말씀드리면 조금 가라앉히시겠지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개가 어려서부터 어떤 교육을 받거나 그러질 못해서 사람을 가려서 짖거나 그러질 못합니다.
그래도 매일 보이는 행인이나 근처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시는 분들은 용케 알아보고 살갑게 굴기는 하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여러 해 키운 가족인데 어떤 수술같은 걸로 목소리를 못 내게 하는것도
아닌 것 같았고 그럴 처지도 못 되서 죄송하지만 항상 짖어도 놔뒀습니다. 다행히도 지나가는 다른 행인분들은 이해를 해주신건지
그냥 지나가주셨는데 할아버지께는 매우 짜증나게 느껴지셨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나쁜 게 저렇게 말씀을 드리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이후로도 비슷한 내용의 욕설을 몇번 하셨지만
거듭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그래도 돌 던지는 건 아니지 않냐고 정중하게(?) 따지고 한 뒤에 보내드렸습니다.
솔직히 저도 짜증이 엄청 났던지라 가시면서도 계속 욕하시는 뒷통수에 대고 시끄러워요! 하고 빽 소리도 질렀습니다.
10년 가까이 개를 키웠습니다. 지금은 소망이 하나뿐이지만 전에는 이웃에 개를 엄청 많이 키우시는 집에서 더 큰 두마리를
데려와서 키운 적도 있습니다. 지금 소망이보다 두 배는 크고, 종도 시베리안 허스키였고 한 녀석은 오드아이라서 산책 나가면
멋있다고 다른 분들도 구경하고 이 녀석 성격도 온순해서 잘 치대고 그랬습니다.
그런 부분을 떠나서라도 항상 그 자리에서 짖던 개를 보고 왜 최근에 들어서는 이렇게까지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주구장창 길게 써놓는 이유는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생겨서 입니다.
저처럼 남에게 노출된 공간에 개를 키우시면서 짖는 것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가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셨던 분이나 아니면 이런 경우에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말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모쪼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 요약
1. 밖에서 키우는 우리집 개에게 행인이 개가 너무 짖는다며 해코지를 한다.
2. 오랫동안 개를 키웠지만 여태 그런 경우가 없었고, 해코지의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3. 잘잘못을 떠나서 이런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조치를 해야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