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최근 양승남 기자를 필두로 혐축 언론이 다시 한번 진동을 했습니다. 리그에 갓 입문하신 분들이라면 이런 언론의 냉대가 처음엔 낯설고 어리둥절실겁니다. 그러다가 "대체.. 왜.." 이런 의문을 가지시면서, 축구가 원래 야구에 비해 광고가 안붙고 시장성이 낮은가도 생각하다가, 연맹/협회가 언론 관리를 제대로 못하나, 팬들이 잘못하고 있나 ... 뭐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시지요.
그렇지만 사실 언론의 야구 우대와, 축구 홀대 -- 더 나아가서 의도적인 '죽이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아주 뿌리가 깊습니다. 언론사들이 단순히 광고단가 몇푼이나 시청률 몇%, 클릭수 몇개에 야구를 밀어주고 축구를 홀대하는게 아닙니다. 애시당초 '언론사'들은 야구라는 종목의 가장 큰 후원사 들이었습니다.
[과거]
나이드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80년대 프로야구가 생기기전 야구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고교야구 대회였습니다. 청룡기, 봉황기, 황금사자기니 하는 고교 야구 대회 말입니다. (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결승쯤되면 가끔 TV 중계도 했습니다.) 이 오래된 대회들은 해방 직후(1946년) 부터 열렸는데 일본의 갑자원(고시엔) 경기같은 느낌의 대회들이었죠. 그런데 이 대회들의 스폰서가 어디였을까요? 네, 다름 아닌 바로 신문사들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청룡기), 한국일보 (봉황기), 동아일보 (황금사자기), 대통령배(중앙일보) 여기까지가 서울에서 열리는 4대 대회, 그외 지역중심의 화랑대기(부산일보), 무등기(광주일보), 대붕기(매일신문) ... 이런 대회를 스폰서 한다는거 자체가, 주된 언론사라는 상직이기도 했고요. 옛날 농구를 금융권(산업은행,국민은행,한국은행...)팀들이 이끌었던 것 처럼,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바로 신문사들의 나와바리였다는 말입니다.
이랬던 언론사들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신문이라는 것은 사실 야구 신문에 다른 스포츠들은 양념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스포츠국이란건 야구부와 나머지 전부로 나눌수 있었고, 데스크는 야구쪽에서 올라가지요. 그러니 야구를 사랑하던 야구 키드들의 꿈이 뭐였을까요? 구단 프론트 되서 일하는거? 아뇨 신문사 스포츠부에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꿈을 이루어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편집국이건 데스크건 들어가서 목소리 내고 있는게 바로 지금의 언론사 스포츠부지요.
방송사 스포츠 국이라고 많이 다를까요? 82년 프로야구 창단할때 MBC가 원년 멤버였습니다. 왜 MBC가 얼웨이즈 베이스볼인지 이해가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지요.
프로리그가 출범한 이후 언론사들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계속 야구=엘리트들이 이끄는 국내 제 1의 스포츠, 축구=내셔널리즘을 위한 종목이라는 인식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오직 국가대표팀에만 집중시켰고, 국내 축구는 그냥 무시하면서 고사시켰죠. 아마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성적이 좋지않았다면 축구는 농구나, 배구정도의 위치에 머물렀을 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렇게 몰아간 "관중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게 90년대 K리그 (당시 슈퍼리그) 의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지나 데이비스 나오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영화가 92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여자야구영화임.) 지금 K리그는 몇천명 와서 관중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진짜 뻥튀기해서야 몇 천명 수준의 경기도 많았습니다. 모기업이 지역 밀착형이었던 포철(포항),현대(울산), 대우(부산) 정도를 빼놓고 다른 팀들은 연고지가 허울뿐이었고, 저 세팀들도 다른 곳에서 경기를 가지는 등 유랑극단 같은 분위기였죠.
그러나 이후 몇 가지가 이 상황을 반전 시킵니다.
- 아이러니컬하게도, 언론이 집중시킨 국가대표팀의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연이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프로가 생긴 다음 86년 이후 월드컵 연속 진출, 특히 94월드컵 도하의 기적과 본선에서의 선전.)
- 때마침 화려하게 출범한 J리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긍심을 자극합니다.
- 일본이 월드컵 개최 도전을 선언하자, 국가적 난리가 납니다. 때마침 축협 지도부가 정몽준 체제로 바뀌면서, 정몽준이 월드컵을 우리가 따올 것을 공언합니다.
국가적으로 축구를 좀 몰아줘야 할 당위성도 생기면서 프로축구계도 발전의 계기가 생긴겁니다. 전국민이 2002라고 써있는 옷입고 다니고 그랬으니까요.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축구에 투자해야한다는 명분이니까, 언론사들이라고 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론도 일단 내셔널리즘 축구에는 발담그는 사람들이었고, 월드컵이라는 상품은 언제든지 장사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실제로 개최하게 되면서 축구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야구 기자와 언론들은 위기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거 월드컵 몇 경기만 하고나면, 그냥 그 좋던 옛날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슬슬 깨닫게 되는 겁니다. 특히 90 년대 후반에 들어가면서 여러가지 일이 발생합니다.
-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구단 창단
- 월드컵을 위한 축구장들이 생겨남
- 지역 연고제 정착. 팀을 부를 때 기업명 대신 지역명으로 부르기 시작.
- 서포터즈 문화 시작. 처음에는 일반인들에게는 붉은 악마만 유명했지만... 이후 리그에서도 서포터들에게 익숙하게 됩니다.
- 안정환-고종수-이동국 트로이카의 인기 몰이 (98년)
그리고 2002년. 히딩크 사단이 월드컵 4강이라는 대사고를 칩니다. 전국민이 축구 때문에 한달동안 행복해졌죠.
이렇게 축구라는 종목이 대세가 될 것 같아지면서, 야구계 -- 여기에 평생 야구를 사랑해온 언론인들도 포함됩니다. --의 위기감이 강해집니다. 소위 "개축구폐지 위원회" 같은 것도 이런 시기에 발흥된 것이었고, 이후 언론은 본격적인 축구 견제에 들어갑니다.
[현재]
언론의 작전은 9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작전과 크게 다를 것 없습니다. 월드컵과 국가대표팀이 있는 이상 축구라는 종목 자체를 무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작전이란게 "야구 = 엘리트 들이 이끄는 국내 1위 스포츠", "축구 = 국가 대표팀" 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국내에서 하는 축구 즉 K리그는 볼만한 가치가 없는, 상품성도, 흥행성도 없는 하류 상품이 되어야 합니다.
야구사랑 언론인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인터넷과 통신 환경이 발달하면서 해외 축구에 관한 뉴스가 많아지고, 해외 축구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안정환, 박지성등 해외진출 선수들에 관한 관심이었지만, 갈수록 유축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이것도 맛있는 요리감이지요. "국내 축구 = 수준떨어지는 그들만의 리그. 유럽 축구 발가락 때도 못감. 동네 리그 수준." 모르는 사람들은 K리그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들만의 리그",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단어가 연상되게 만드는 겁니다.
반대로 야구에 대해서는? 밴드웨건 효과란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형 기획사에서 밀어주는 그룹이 내는 신곡은, 라디오건 TV에서건 사방에서 틀어주고, 뮤직비디오도 맨날 틀어줍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음악이 귀에 계속 들리니까, "아 그 음악이 잘나가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그걸 따라서 구입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야구는 계속 언론에서 노출 해 줍니다. 시종일관 야구 하일라이트 틀어주고, 매 경기 중계 해주고, 계속 언급합니다. 그럼 일반 사람들이 그 종목이 대세인줄 알고, 거기에 따르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야구 보는 사람 = 정상적인 사람", "K리그 보는 사람 = 비정상적인 매니아"(그런걸 누가봐?) 뭐 이런 인식을 가지게끔 언론에서 계속 세뇌를 시켜오고 있는 겁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팬이 K리그에 유입되는 것을 막게끔 말이지요.
언론의 이런 가상한 노력에 힘입었는지, 게다가 언론에게 공격 빌미를 준 서포터 충돌 사건(2000년대 초반), 그리고 모두에게 상처를 줬던 ㅇㄱㅇㅈ 사건, 몇 년간 연맹의 무능한 처신 (곽!), 승부조작 사건 같은 것에 힘입었는지, 야구는 야금야금 다시 세를 회복해서 한국 제 1의 스포츠라며 떵떵거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해서 기회만 있으면 축구, 특히 K리그를 못살게 굽니다.
[미래]
어떤 사람은 평생 속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평생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K리그는 굉장히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에야 야구 언론이 억지로 가려보려고 하고 있지만, 흐르는 물을 언제까지나 가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K리그는 자연스럽게 국내 1위의 스포츠의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a) 지역 연고제 와 리그 규모의 확대
가장 큰 힘은 지역연고제 입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중에서 지역명칭으로 팀을 부르는 건 K리그가 유일합니다. 농구가 잠시 시도했다가 없어졌습니다. 여기에는 90년대 중반 지역명칭 제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팬들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행운도 따랐습니다. IMF 이후 도산한 구단들을, 월드컵을 위해 총대맸던 현대가가 인수하면서 (완산 푸마, 대우 로얄즈), 헛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북현대, 울산현대 뭐 이렇게 쓸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때마침 벌어진 왕자의 난으로 세 현대 구단은 다 다른 회사가 되어버림) 마지막으로 (월드컵 구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형태로 대전 시티즌이 생기면서 못을 밖았죠.
야구 같은 경우는 프로구단이 기업의 소유나 다름없으니 (일단 명칭 부터가 삼성, 현대..), 지역은 그저 이름만 빌려주는 거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팬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기업과 연고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뭔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 모기업이 뒤로 숨으면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팀의 주인의식을 심어 줄수 있게 되었죠.
결정적으로, 축구의 지역연고가 중요해 지면서, 각 지역자치단체가 "시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됩니다. 이게 팀의 갯수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롯데'니 '삼성'이니 하는 건 그 기업 재산이지만, "인천", "광주", "경남", "대전", "강원", "대구"는 그 도시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거든요. 특히나 수도권/서울에 비해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지방거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중요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마침 지어놓은 월드컵 경기장도 있겠다..)
반면 야구는 아직도 대기업에게 의존해야 하죠. 기업 조그만 어려워지면 팀이 박살 납니다.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9개 팀이 1년내내 리그해서 그중 4팀이 플옵가는데, 3~4팀은 성적이 바닥을 깁니다... 여기에 무슨 박진감이 있는지 원.) 특히 운영비가 많이 듭니다. 선수 평균 연봉은 K리그가 프로야구보다 높다는게 기사화 되긴 했지만, 팀 전체 운영비용은 프로야구 대비 K리그 팀들이 훤씬 낮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구단들).
게다가 본격적인 승강제와 2부리그를 시작했습니다. 2부 리그 진입비용은 더 낮으니까, K리그는 리그의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은 앞으로도 더 열려 있는 법입니다.
(b) 해외 축구, 유럽축구, 아시아 챔스
미안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축구입니다. 각 나라마다 야구나 미식축구, 혹은 크리켓이 축구보다 더 인기 있는 나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유럽 -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를 다 놓고 생각해 보면, 축구가 No 1임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단일 종목 이벤트로 전세계가 열광하며 집중하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종목은 축구 하나밖에 없습니다. 월드컵에 맞서는 이벤트는 나머지 모든 종목이 함께 하는 올림픽 밖에 없고, 올림픽에서도 축구는 주목받습니다.
K리그가 인기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유럽 축구를 가지고 와서 K리그를 폄하하려듭니다. 실제로 유축팬 vs 리그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 같은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유축팬과 리그팬의 갭은 (언론의 이간질만 없다면) 생각보다 쉽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리그팬들도 현재 우리 리그가 EPL최고 팀들만큼의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유축으로 시작한 사람들도, 그리고 우리 리그를 무시하는 색안경만 벗게 된다면, 딱히 우리 리그를 경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짜피 구자철, 이청용, 기성용 이런 선수들도 다 K리그 일단 씹어먹고, 아니면 지동원, 윤석영 같은 선수들은 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유럽간 선수들인데요.
이를테면 유럽축구 전문가인 서형욱씨나 한준희씨 같은 사람들이 K리그에 대한 애정이 없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유럽축구에 대한 관심은 K리그 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면 되었지, 언제까지나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 같은 공놀이인데요.
마지막으로 K리그는 아시아 챔스리그 라는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약사빠르게 돈잘버는 옆집 미운놈" 기믹인 일본팀들과 "최근 부동산으로 돈 좀 번 졸부" 기믹인 중국팀들과, "물려받은 유산으로 버르장머리 없는" 기믹인 중동팀들과 연달아가며 경기를 가집니다. (+ 없는 집 자식이라 고생좀 하는 것 같은 동남아팀들)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기업팀들에게는 엄청난 광고 효과가 되고, 상금 규모도 엄청 납니다. 게다가 중국팀의 용병이 얼마짜리니, 중동팀의 용병이 얼마짜리니 이런 숫자들을 이야기 해주는 것 만으로도 화제 거리입니다. QPR에서 먹튀한 지브릴 시세가 아챔에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c) 국가 대표팀
전통적으로 축구 인기의 근간이 었던 국가대표팀 역시 여전합니다. 희한하게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컵에서는 뭐에 씌인것처럼 맨날 3등만 하지만, 이번에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그것도 한일전을 이기고) 지난 월드컵에서는 원정임에도 16강 갔고, 8강도 잡힐것 처럼 보였습니다. 뭐라고 말은 많지만 이번 월드컵 본선도 진출은 충분해 보입니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만으로 23명 엔트리를 채울수는 없습니다. 국가대표에 승선하는 선수들은 그 자체가 화제가 되고,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은 재조명 받아 리그 흥행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김창수..는 갔지만. 박종우라던지)
프로스포츠가 있는 남자 구기 종목 중에서 제대로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종목은 ... 축구가 유일하 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일단 올림픽 종목부터 된 다음에 이야기 합시다. 핸드볼이랑 하키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국제 경쟁력은 라이트한 팬들을 그 종목의 팬으로 끌어들이기에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국내리그 = 야구, 국제경기 = 축구"라는 도식이 얼마나 인위적인 도식입니까. 김연아가 국제무대에서 우승하고나서, 국내에서 선발전 나오면 아사다 마오 안나온다고, 김연아 보러 안갑니까?
(d) 유소년과 인프라
마지막으로 유소년과 인프라. 하일성씨 허구연씨가 그렇게 부러워 하는 월드컵 경기장들은 큰 자산입니다. 2000년 초에 처음 세워졌을 때, 80년대 세워진 야구장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세련됨을 보여줬습니다. 이 구장 유지비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방 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프로축구팀을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연고와 맞물려서 큰 성과를 냅니다.
그밖에 각급 축구단체와 잔디구장들의 인프라가 월드컵 전후로 크게 향상됩니다. 나이가 어린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중동이나 동남아 원정가서 "잔디가 이상해서 도저히 우리 플레이를 못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20년정도 축구본 사람들은 새삼 세월을 느낍니다. 왜냐고요? 90년대 초중반에 우리가 왜 국제무대에서 잘 못하느냐 토론하면 맨날 나오는 소리가,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못해서 맨바닥에서 차느라 발목힘이 약하다. 인조잔디에서 공차느라 태클을 못한다. 바운드에 익숙하지 못하다.. 뭐 이런소리였으니까요.
게다가 전통적인 엘리트 학교 체육 제도와 프로 유스 시스템을 섞어서 만든 현제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말리그를 시행함으로서 어린 선수들의 혹사를 방지시키고, 체계적인 경기 감각을 체화시켰습니다. 운동부에 대한 인식도 취미로 하는 축구교실과 병행하고, 슛돌이 등의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훈련받은 지금 유소년 출신들의 기술적인 면은 20년전 선배들에 대비해서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 그럼 언론은?
긴 호흡으로 돌아보면 지난 20년동안 한국 축구는, 특히 그 근간이 되는 K리그는 잠깐의 부침을 겪었을 지는 몰라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꽃이 지금 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를 시기하는 일부 언론 세력이 의도적으로 왜곡에 왜곡을 하고 있지만, 어느 임계점을 지나면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언론이 지금 'K리그는 돈이 안된다.'라고 애서 외치고 있지만, 그래, 아직은 돈이 많이 안된다고 치더라도, 결국에는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냉정하죠. (전 그 야구를 사랑하는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TV조선이 K리그를 작년에 중계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올해 그만 두었지만 망하지 않고 오래간다면 언젠가 결국 다시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야구를 지원했던 회사난 역사나, 야구를 사랑했던 기자나 데스크들의 개인적인 감상은 그저 흘러간 물이고, 비즈니스는 돈과 인기를 따라가는 거니까요.
앞으로 3~5년은 모르겠지만, 20년이 지나면 분명 K리그의 위상은 지금 따위와는 비교도 안하는 높은 자리에 있을 건 전 확신하고, 언론은 어쨌거나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결론.
개인적으로 저에게 프로야구는 과거의 유산, 과거의 상징과 겹쳐 보입니다. '나랏님'과 '엘리트 언론인'들이 주도하고, 대기업들이 자신들을 과시하며 무지한 백성들에게 '시혜'를 내려주는 그런 마인드가 느껴지거든요. 80년대 중앙집권적, 카르텔을 이룬 대기업 중심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어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80년대 3S정책과 별로 달라진게 없어 보입니다. (와서 앉아서 머리 비우고보다 가라.) 거기에 모든 시야는 철저하게 국내에만 맞춰져있고, 해외라고 한들 위대한 아메리카, 그 다음 먼저 발전한 일본, 우리가 세계 3위라는 어딘가 촌스러운 좁은 시야가 보여집니다.
반대로 K리그의 발전은, 그 과거를 탈피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이루어 내고 있는 그런 모습이 느껴지거든요. 프로축구도 프로야구처럼 전두환의 3S 정책으로 시작된거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K리그가 운영되는 모습은 그때와는 180도 완전 다릅니다. 대기업은 여전히 있습니다. 초대기업인 삼성, LG, 현대는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들의 후원자입니다만 대기업들이 리그를 전적으로 소유한 건 아닙니다. 한편으론 시민구단의 형태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여 리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3자의 간섭없이,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아와서, 스스로 에너지를 쏟아붇어 경기장의 목소리를 채워주는 서포터들이 없는 축구경기장은 이제는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팬들에게 주인의식을 주는 리그.) 게다가 해외 시장과 국내시장이 나누어져 있는게 아니라 매우 유동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훨씬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를 K리그 쪽이 갖추고 있는 겁니다.
저는 팬들의 힘이 이런 발전을 이루어낸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90년대 하이텔/유니텔 시절부터 경기장을 찾았고, 우리 세대가 그 때 해낸 일이 자랑스럽고, 지금 젊은 세대가 해내고 있는 일들도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K리그는 계속 발전해 나갈거고, 아마도 머지 않은 장래에, 그 마땅한 위상을 다시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알싸 - 어두운 날개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