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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베오베에 익명으로 비밀 하나씩 털어놓자는 게시물이 올라온 적 있어요.
덧글이 몇백 개가 달렸는데 그 중에 어릴 때 경주 OO에서 자기보다 약간 어린 여자애를 성추행했다는 덧글이 있더라고요.
짧은 글이긴 했는데 상황이 제 상황이랑 너무 비슷한 거예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단 장소가 경주인 데다가, 자기가 살았던 가게 지명을 정확하게 써놓았었는데 제 성추행 가해자가 가게랑 붙어있는 집에 살았거든요. 나이대도 비슷하고, 친한 동네 오빠로 지내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것도 그렇고 경주에 이런 일 당한 게 저밖에 없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사실 웬만하면 제가 아는 그 새끼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 당한 게 또 한 명 있으면 안되니까.
그 글에 보면 피해 입은 여자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써져 있었는데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만약 그 덧글 작성자가 ㄱㄷㅈ이 맞다면, 아니 ㄱㄷㅈ이 아니라도 치사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ㄱㄷㅈ이라는 전제 하에 말하는 거지만, 그 작성자한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혼자 사과하는 걸로 마음의 짐을 덜 생각 말아요, 원래라면 징역 살아야 하는 거니까.
덧글 쓴 거에 메달 많이 달린 거 보고 기분 좋았어? 인터넷 사이트에 익명으로 털어놓고 조금이라도 가책을 덜고 싶었나 본데 너한텐 죄책감 덜 자격도 없어. 네가 얼마나 괴롭든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든 나는 그 몇백 배의 피해를 입었어.
네가 저지른 일은 씨발 어린아이의 호기심 이따위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냐. 성추행이 철없는 치기라는 이름으로 덮어질 수 있는 건 줄 알아?
그 시절 초등학교 삼사학년이면 막 야동에 발들여놓을 때였지. 네가 이상한 비디오를 봤든 소설을 봤든 친구 얘길 들었든 뭘 따라하고 싶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왜 애꿎은 내가 그 대상이 되었어야 했는데? 막 초등학교 들어가서 섹스는커녕 키스가 뭔지도 모르는 애를 강아지 보여주겠다 인형 보여주겠다 해서 끌고 갔던 네가 도저히 어린아이라고는 생각이 안 돼. 네가 옷 벗어라 침대에 누워라 말하던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그러려니 따랐던 내가 너무 병신 같고 등신 같아서 욕지기가 나와. 네가 그나마 어렸으니 망정이지 뭘 조금만 더 알았다면 분명 삽입까지 갔을 거야.
너희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몇 년 동안 나한테 반갑게 인사하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너희 가족은 그렇다 쳐도 내가 이제 그런 짓 하기 싫다고 말한 후에 날 괴롭히긴 왜 괴롭혔냐, 배신감에? 아니면 죄책감에? 어떤 쪽이든 넌 쓰레기야. 네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다면 어떤 짓을 당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성폭행도 아니고 성추행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나 본데, 난 십 년도 훨씬 넘게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남자애들이랑 잘 못 지내. 야한 얘기나 성적인 농담도 솔직히 듣기 좀 힘들고, 심지어 예능프로 볼 때도 섹드립 나올 때마다 멈칫멈칫해. 그 때 생각나서 어린애들도 싫어하고, 성관계도 솔직히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가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자식도 낳기 싫어. 딸 낳으면 비슷한 일 당할까봐 무섭고 아들 낳으면 너 같은 새끼가 될까 봐 무서워. 잘 키우면 된다고? 네 부모도 널 잘 키웠다고 생각할 거 아냐. 2학년 때 같은 반 애한테 아이스께끼 한 번 당한 이후로 고등학교 때까지 치마 입기 싫어했고, 애들 다 본다는 야동도 징그러워서 한 번도 못 봤어.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소아성애라면 치를 떠는 소아성애자포비아가 됐어. 얼마나 싫어하냐면 사람들이 로리콘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는 것도 거슬리고 소아성애자를 로리콘이라는 단어로 가볍게 정의하는 것도 싫을 정도야. 성격도 소심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져서 친구도 거의 없고.
나도 이 년 전까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재미로 공짜 심리상담 한 번 받았다가 겨우 깨달았네. 모든 걸 네 탓으로 돌리지는 않을 거고 너 말고도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것들이 많지만, 네 집에 매일같이 불려갔던 그 한 달이 지금까지는 제일 커. 나도 남자애들이랑 재미있게 어울리고 섹드립도 아무렇지 않게 들으면서 받아치는 호탕한 여자가 되고 싶은데 너 때문에 잃은 게 참 많다. 80년도 넘게 살 내 인생이 그 한 달에 평생 영향받을 건데 네가 아무렇지 않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살 생각하면 억울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여성부는 거지같은 아청법 같은 걸 만들지 말고 미성년자 관련 법규나 성인인증 단속이나 더 엄격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 어른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할 수라도 있지만 너처럼 누가 봐도 어린애인 애가 저지른 일은 처벌받지도 못하잖아. 그래도 자식 낳아서 네 딸이 똑같은 꼴 당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절대 안해. 아무것도 모르고 너랑 결혼한 네 아내나 너 같은 새끼한테서 태어난 네 딸이 무슨 죄니? 그냥 길 가다가 네가 유영철 같은 새끼한테 걸려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몇 달 동안 계속 머리에 맴돌기만 하다 갑자기 치밀어서 고게에라도 글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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