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같은 학원을 3년동안 다녔었는데 3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가 한 명 있었어요. s군이라고 할게요.
s군이 워낙 말수가 적고 3년동안 했떤 대화라곤 "지우개 있어? 화이트 있어? 빌려줄래?" 그럼 걔는 "응"..
이런것 뿐이라서 저는 오히려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었죠.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을 하고 학원에서도 종업파티? 같은걸 하게 됐었어요.
워낙 학생수가 적었던 학원인지라 수학여행 비슷하게 선생님들과 같이 여행같은걸 가게 됐는데
눈싸움을 막 하다가 옷이 젖어버려서 난로옆에 놔뒀는데 코트가 조금 그을려서 타버린 거에요ㅠㅠ
그래서 '밖에선 못놀겠구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한테 지 외투를 주더니
자긴 추위를 잘 안탄다며 ㅋㅋ이거입고 놀으라는 거에요.
그래서 싫다고 하려고 했는데 말하기도 전에 휙 가버려서 그냥 걔 외투를 입고 놀았는데
다음날 걔가 감기에 걸려버렸어요. 심각하게;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그래서
미안함에 마지막 날이었는데도ㅠㅠ그냥 노는거 포기하고 간호해주고..
그러는데 걔가 갑자기 깨더니 그러는 거에요. "근데 너 니가 나한테 처음으로 했던말 기억나?"이래서
"아니 기억 안나는데? 왜?" 이러니까 "'혹시 화이트있어?'라고 했었어"
전 당황해서 "그랬나? 갑자기 그런걸 왜 물어봐 ㅋㅋ"이러니 걔가 "앞으로도 너한테 계속 빌려주고 싶다.."
이러는데, 그 때가 해가 진 이후였는데 밖에선 애들이 막 노는 웃음소리, 깔깔거리는 소리 들리고
우리가 같이있던 방 안 분위기는 너무 차분하고 조용한데 또 그 와중에 달빛은 너무 이쁘고..ㅠㅠ
순간 두근해서 "뭐야 그게~"이러고 말았고, 걔는 또 다시 잠들었었는데
그 순간이 계속 기억나서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외투 빌려준거 고마워"하고 돌려주니까
어제 저한테 그 아련한 말투로 "너한테 계속 빌려주고 싶다.."고 말했떤 애는 어딨는 건지 ㅋㅋㅋ
다시 소심하고 무뚝뚝한 애로 돌아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용기내서 "주말에 시간있어? 외투 빌려준거 고마우니까 내가 한 턱 쏠게"
이러니까 ◎_◎ 이 얼굴로 "어? 어.. 으.. 응" 이래서 주말에 김밥천국에서 같이 밥먹고
놀이터에서 놀고 돌아가려는데 걔가 갑자기 어떤 공책 한 권을 주더라구요.
"이게 뭐야?" 이랬더니 "읽어보고 연락줘" 이러고 가대요-_-;..
집에와서 읽어보니... 알고보니 저를 짝사랑하고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짝사랑하면서 썼던 일기를.... 저한테 줬던 거였어요.
계기가 어떤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저도 그 아이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고
(원래 10대의 사랑엔 이유가 없지만; ㅎㅎ) 그래서 다시 만나자고 했죠.
"나 좋아해?" 이랬더니 땅 쳐다보면서 "어........."이래서
"나 똑바로 보고 말해봐" 라고 했었던 기억이 ㅋㅋㅋ
ㅋㅋㅋㅋㅋ이게 제 첫 연애의 시작이었어요. 돌이켜보니 참 순수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고..
걔가 했던 말중에 가장 귀여웠던 말이, 제가 배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도 이상한 소리가 자주 나요.
꼬르륵 꼬륵 이런 소리가.. ㅋ그걸 보면서 "니 뱃속엔 악기가 들어있나봐" 했던거 ㅋㅋㅋ...
1년 조금 넘게 사귀었었는데, 아무리 10대의 풋사랑이었어도 걔랑 사귀면서 많은걸 받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