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결방되면서 외압 의혹이 일었던 KBS <개그콘서트> 시사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미디어스’가 24일 보도했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불쾌감을 유발했다”며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해 제재했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24일 ‘민상토론’에 대해 심의를 한 결과, 행정지도 ‘의견제시’ 제재를 확정했다. ‘민상토론’은 지난 14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풍자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방송에서 개그맨 유민상씨와 박영진씨는 “정부가 뒷북을 쳤다”며 “정부 대처가 빨랐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심하다”, “낙타 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먹으라는 것이냐”고 정부당국을 비판했다.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의 한장면 | 방송화면 갈무리 이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미디어협회(이하 인미협)는 ‘민상토론’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인미협은 박영진씨가 유민상씨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거나 ‘모범국민’이라며 방역마스크를 쓴 문형표 장관의 사진을 노출한 것들을 문제로 삼았다. 코미디로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등 부적절하다는 것이 인미협의 주장이었다고 미디어스는 전했다. 방송심의소위는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소위원장과 함귀용·고대석 심의위원 다수에 따라 행정지도 ‘의견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이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하고 이 프로그램을 봤다”며 “시청자들이 불쾌하게 느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사안이라고 해서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의 인격과 관련해 부적절한 내용들이 있다”며 “(인미협)민원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대응에 대한 책임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데 웃음 소재로 삼으면서 이런 부적절한 표현을 써서 (해당 방송을 보고)불쾌하다고 한 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밝혔다.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은 “정부만이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자기 멋대로 의견을 낸 사람이라고 코미디 소재로 썼다”며 일방적인 정부비판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심의위원은 “풍자라고 했을 때 약자와 소수자가 아닌 권력을 가진 자에 하는 것은 방송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면서 “코미디로 이 정도는 충분히 유머러스하게 다룰 내용이다. 막말이나 비속어도 없지 않느냐”고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장낙인 상임위원 또한 “문형표 장관에 국민에게는 마스크 필요 없다고 해놓고 자신은 마스크를 사진에 찍혔다.
황당해한 국민이 많았고 이 정도는 코미디에서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심의위원들 간 입장이 갈리자, 김성묵 소위원장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로 합의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뭘로 제재를 하느냐. 이걸 행정지도 하면 (코미디를 통해) 비판(풍자)하 게 없게 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성묵 소위원장은 “의견이 갈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의견제시’ 3인(김성묵·함귀용·고대석)과 ‘문제없음’ 2인(장낙인·박신서)으로 다수결에 따라 행정지도 의견제시’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