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이디바워 저수지[사진=중앙일보]
치산치수가 잘돼야 요산요수도 가능
예로부터 성군은 치산치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치산치수를 잘한다는 것은 자연을 어렵고 고맙게 알고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억지로 며칠 마음을 쥐어먹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천성이 그래야 한다.
치산치수가 중요함을 안다는 것은 산과 물이 인간이 비롯된 원천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고 산과 물이 잘못됐을 때는 고스란히 그 피해가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산과 물에서 비롯된 인간들이기에 인간의 소중함과 가치를 동시에 깨닫고 있어야 영원히 누리지도 못할 권력에 취해 산이고 물이고 국민들이고 마구잡이로 대하지를 못하고 나름 존중을 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풍수지리설(다른 말로는 지리도참설)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나라가 위태로운 적도 있었다. 산과 물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과 제대로 된 실력은 갖추지 아니하고 땅 좋고 물 좋은 곳에 도읍을 잡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의타사상'에 기인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산과 물을 결코 함부로 아무렇게나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산과 물은 엄청나게 비싼 보석이다
골이 비고 무식하고 태성이 천박한 자가 권력을 잡으면, 국민과 산과 물이 모두 자기 손아귀에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하여 아무렇게나 다루고 아무렇게나 부수고 뜯고 물길을 변경함으로써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엄청나게 훼손시키는데, 이명박의 '삽질 머리'가 대단히 좋은 예이다.
개천이나 냇물 또는 강이 절로 생긴 것이 아님은 상식이다. 산이 크고 나무가 많아야 골짜기 물이 많게 되고 이것이 냇물 또는 개천이되고 냇물이나 개천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
산이나 나무가 제아무리 많아도 비나 눈이 와주지 않으면 산도 마르고 흐르는 물들도 점처 고갈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뭄이 들 때를 대비하여 저수지를 마련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인구가 몇 십 몇 백배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도로도 많아져야 하고 쓰는 물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새 물만을 쓰는 것으로 안되니까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 마지막 단계를 거친 물은 그 자리에서 마셔도 될 만한 물을 만들어 물을 재생기키고 있다.
하지만, 물을 재생시키는 것으로만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물이 자꾸 폭증적으로 필요하다 보니, 도시 인근에 있는 강들은 도시 사람들이 쓰기 위한 물 공급소가 돼버렸고 준 저수지화 됐다.
그럼에도, 몇 달 동안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고 있으면, 전국에서 논과 밭이 타들어가고 작물이 말라죽는다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모든 언론들에서는 앞다퉈 쩍쩍 갈라진 논과 밭 또는 저수지 바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통스런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된다.
그러다가,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있고 비가 많이 내리면 이젠, 커다란 강의 수위를 넘어서 위험하다느니, 어느 어느 지방이 홍수로 다 떠내려갔고 산사태가 났으며 이재민이 발생했다면서 이젠 도움의 성금을 호소하느라고들 난리다. 이게 거의 매년 되풀이 된다.
그리고는 더욱 짜증나는 것은, 국민들이 보내준 성금에 '배달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이 드물지 않게 들려온다.
원칙대로 따지면, 정부가 산과 물 관리를 잘못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가 비상예산을 사용하여 피해입은 국민들을 신속히 구제 해 주어야 하는 것인데, 평소에는 나 몰라라 하고 발바닥 밑에 넣고 짓이기는 국민이다가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주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표를 부탁할 때 고개를 숙여주고, 한옆으로는 갖가지 세금을 뜯어내면서, 뭔 일만 있으면 국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서 성금을 내놓으라 하고, 기업들의 경우엔 그 덩치에 비해 성금을 뭉칫돈으로 내놓지 않으면 괘씸죄 명단에 오르게 된다.
권력에 오른 자들이 권력을 얼마나 즐기면서 국민들과 사업하는 사람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개판인 산과 토지
차를 타고 전국을 돌다 보면, 우리나라 토목기술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도화지를 앞에 놓고 그림을 그려도 저렇게 멋지게 그리기가 쉽지 않은데, 몇 십 몇 백 킬로미터 되는 길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아서 구부러지고 터널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잘도 닦아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대한민국의 사회간접자본이 액수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허구헌날 새로 생기는 도로는 산을 깎아 먹거나 강과 개천을 점령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속도로 양쪽에는 흉칙하게 중간이 잘려나간 산이 보이기 일쑤이고, 멀리 보이는 산들은 몸뚱이 또는 지체가 잘려나간 듯 시뻘건 흙이나 엄청난 크기의 바위벽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고속도로 또는 고가도로를 건설하고 난 뒤의 모습이다. 차가 달리도록 만들기만 했으면 됐다는 식이다. 고가도로(그 위가 고속도로인 경우 포함) 밑에를 가보면 전혀 마무리가 돼있지 않다. 흙더미가 사람 키만큼 오르락 내리락 마구 놓여있는 곳도 많고 강 등에 놓은 교각 옆으로는 징그러운 녹조떼 같은 것이 둥둥 떠있다.
또한 깎아 놓은 산의 절단면을 덜 보기싫게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연이, 산들이 알아서 잡초가 자라거나 차차 나무가 자라면서 흉터가 나면 아물 때처럼 그렇게 자연히 불쌍하게 고쳐나갈 뿐이다.
이렇게 산을 깎아 먹고 고속도로 또는 국도를 내면서 동물을 위한 다리가 제대로 놓여있는 곳은 몇 곳 안된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고라니 등이 길가에 서서 당황한 모습으로 있는 경우를 갑자기 보게 되는데, 이런 녀석을 피하기 위해 곡예운전을 위험하게 할 때도 있다. 동물을 위한 다리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는 않고, 교통사고가 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곳이 있다고 자랑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산을 깎아 먹고 강물에 우악스런 교각을 세울 때는 산이 보내줄 물을 잃는 부분과 생태계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 망가지는 것을 어떻게 최소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치밀하게 이뤄져야겠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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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은 돈이다'라는 구호 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