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4시간쯤 지나니 이제 좀 무덤덤해져서 글써본다..
원래 잠을 자는 시간은 오전 1~2시 사이인데...
어제는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집에 있던 DVD를 뒤지느라 시간을 잡아먹어서
적당한 거 한 편 보고나니 이미 새벽 2시 30분 경...
며칠 전에 일하는 곳에서 회식이라고 술을 엄청 먹었어서 몸이 엄청 나른했는데도
이상하게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영화를 다 보고는
세수하고 핸드폰으로 알람맞춰놓고 책가방 좀 싸다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가도 잠이 안왔다.
보통 눈만 감으면 잠이 드는 편인데 하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눈물만 잔뜩 나오고 졸음은 올 생각이 없었다.
한참 눈을 감고 아까 봤던 영화(아이 엠 샘)에서의 명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문 바깥에서 인기척이 났다.
우리집은 아버지 어머니랑 외할아버지, 그리고 9살먹은 개랑 같이 살기 때문에 그중에 누구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문도 살짝 열려있어서 나는 그냥 화장실가시다가 발걸음소리가 났나보다 싶었다.
이 때 즈음에 나는 슬슬 잠에 들기 직전이라 별다른 생각없이 눈을 감으려고 했다.
눈을 감고 계속 잠을 청하는데, 잘 생각해보니 화장실이나 냉장고에 간 거라면 불을 키는 소리나 다른 것도 들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뭔가 이상한데..' 라고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던 차에
인기척이 발 밑에서 들려왔다. 말 그대로 인기척이.
그 순간 정신이 퍼뜩들고 오싹한 기운이 몰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상당히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순간 움직인 것은 딱 내 팔 두짝뿐이었다.
그나마도 얼굴 앞에서 딱 멈춰버렸다.
이게 좀 웃기긴 한데 정확하게 내 포즈였다.
침대에 누워서 딱 저러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팔도 더 안움직이고 목소리도 전혀 안나왔다.
겨우 호흡만 나가는 상태...
결국 한 3분정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는데 이게 몸에 오는 중압감이나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몸을 전혀 못움직이는 건 둘째치고 이상하게 어깨 근육이 뻐근하고 이미 들려있는 팔이 뭔가 지탱하고 있는 것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들 것같은 생각에 눈마저 질끈 감았다.
진짜로 X나게 무서웠다.
나는 영감이라곤 전혀 없는 진짜배기 평범남인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몸에 어떻게든 힘을 넣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왠지 여기서 눈까지 뜨면 눈앞에 귀신이라도 보일까봐 눈도 못떴다... 진짜...
그때 머리 속에 주기도문이라도 외우면 뭔가 나아질까 싶어서 (우리집은 카톨릭 집안이다)
그 자리에서 눈 딱 뜨고 주기도문을 미친듯이 외우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중간에 몇번씩 틀려서 처음부터 다시 외우고 그랬다.
한 15번쯤 주기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읊을 때쯤 되니까....
팔뚝이 움직이더라... 아직도 몸은 안움직였고 목소리도 안나왔지만 무조건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마구잡이로 기도문을 외우면서 허우적거렸다.
또 이러기를 한 5분..모르겠다 솔직히 시간감각이 제대로 남아있진 않았었다.
결국엔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주위를 제대로 둘러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겁에 질려서 그 자리에서 이불이랑 베게를 들쳐엎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에서 아침이 올때까지 덜덜덜 떨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어머니가 너 왜 여기서 자고 있냐고 그러시더라...
진짜 눈물날 것같아서 그냥 가위눌려서 무서워서 왔다고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한 번도 가위눌린 적이 없으셔서 모르신다... 이거 진짜 엄청 무섭다...
공게 형들이 가위눌린 거나 그런 걸로 별 말도 안되는 호들갑이라고 했던 게 매우 미안했다...
그리고 그런 호들갑떠는 귀신퇴치 썰들.... 그거 진짜 엄청난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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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보니 엄청 길고 재미없는 글이긴 한데... 가위 눌린 경험이 처음이라서 너무 놀라서 이렇게 써봅니다..